제목 | 음악칼럼: 나를 위로하는 속도, 아다지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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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2-12 | 조회수1,850 | 추천수1 | |
[음악칼럼] 나를 위로하는 속도, 아다지오
작곡가는 보통 자신의 작품에 이 곡을 어느 정도의 빠르기로 연주해야 할지를 적어놓습니다. 이런 빠르기 지시어는 보통 이탈리아어로 약속되어 있는데, 천천히 걷는 속도를 말하는 ‘안단테(andante)’, 중간 속도(보통 빠르기)라고 하는 ‘모데라토(moderato)’ 등이 그런 예지요.
‘아다지오(adagio)’ 역시 이런 지시어의 하나로, 음악 용어 사전을 찾아보면 “느리게. 안단테와 라르고 중간의 빠르기. 소나타나 교향곡, 협주곡의 제2악장이 흔히 ‘아다지오’로 되어있다.”라고 간단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다지오’라는 지시어가 우리에게 주는 뉘앙스는 단순히 빠르기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일종의 감정이입 같은 것이긴 하지만, 어떤 정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아다지오의 음악을 들으면 정서적 안정을 느끼고 그 곡의 선율의 아름다움을 보다 더 잘 느낄 수 있으며, 나아가 위안을 얻고 힐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음반사는 아다지오 빠르기의 음악들만을 모아서 <아다지오(Adagio)>라는 타이틀로 음반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아다지오 음악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은 아마도 알비노니(Tomaso Giovanni Albinoni, 1671~1751, 이탈리아)의 ‘아다지오 g단조(사단조)’일 것입니다. 수많은 성악가와 연주자들이 본인들에게 맞게 편곡해서 연주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는 곡입니다. 이 곡의 정확한 곡명은 <현악기와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g단조(사단조)>인데, 우리에겐 오랫동안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알비노니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음악학자들은 이 곡이 실제로는 20세기 음악학자 지아조토(Remo Giazotto, 1910~1998, 이탈리아)가 쓴 곡이라는 견해를 내놓았죠. 알비노니의 작품 목록을 정리하고 전기를 쓴 지아조토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 드레스덴의 작센 주립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던 악보 조각을 입수했는데, 이 작품이 알비노니의 트리오 소나타(혹은 교회 소나타)의 일부라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이 단일 악장의 곡을 완성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1958년 <현악기와 오르간을 위한 아다지오 g단조(사단조), 토마조 알비노니에 의한 두 가지 주제 아이디어와 베이스에 따름>이라는 제목으로 알비노니 곡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하고 출판했습니다. 하지만 학자들은 지아조토가 발견했다는 그 악보 조각이 정말 알비노니의 작품인지, 지아조토가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작센 주립 도서관 소장품 목록에는 지아조토가 발견했다는 알비노니 악보 조각에 대한 어떤 공식적인 기록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죠.
이 아다지오 작품의 실 작곡자에 대한 논쟁이 있다 한들 그것이 우리 감상자들에게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이 곡이 가지고 있는 구슬픈 듯 우아한 선율은 변함없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습니다. 아다지오는 한없는 위로의 속도로 다가올 뿐입니다. 마치 우리에게 고단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주님의 품에서 위안을 얻고 휴식하라고 일러주듯이 말입니다.
[2022년 2월 13일 연중 제6주일 서울주보 6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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