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교회음악 이야기: 구노의 성 세실리아 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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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2-26 | 조회수1,890 | 추천수0 | |
교회음악 이야기 (6) 구노 <성 세실리아 미사>
샤를 구노(Charles-François Gounod, 1818-1893)는 화가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프랑스 작곡가이다. 미술, 음악 분야 모두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구노는 일반적으로 <아베 마리아>(Ave Maria)로 더 잘 알려진 작곡가이기도 하다. 또한 <아베 마리아>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를 차치하고도 우리는 10월 순교자 성월이면 《가톨릭 성가》에 수록된 구노의 노래를 부른다. 그 곡은 바로 원제목 ‘순교자 찬가’인 《가톨릭 성가》 284장 ‘무궁무진세에’이다. 19세기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종교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 중 한 명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은 순간이다.
이처럼 교회음악에 공을 기울였던 구노는 사실 1847년 사제가 되기 위해 생 쉴피스(St. Sulpice)의 신학교에 입학하기도 했다. 모양새 좋게는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때문에,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음악에 대한 매료뿐 아니라 평생 독신의 삶에 자신이 없었던 그는 성직자의 길을 포기한다. 그렇지만 평생 신실한 신앙인이었던 구노는 하루 15분씩 성경 읽기를 권하기도 하고,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남긴 문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점점 더 개인적인 신학적 성찰에 몰두’하며 교회음악에 심혈을 기울였다.
구노의 수많은 교회음악 중 그가 살아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가장 큰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 <성 세실리아 미사>이다. 공식 명칭은 ‘수호성인인 성 세실리아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엄미사’(Messe solennelle en l’honneur de Sainte-Cécile, CG 56)이고, 보통 구노의 <장엄미사> 또는 <성 세실리아 미사>로 불린다. 작품 중 일부 먼저 작곡된 상투스(Sanctus)와 베네딕투스(Benedictus)가 다른 작품과 함께 공연된 적이 있으나, 미사곡 전체로서는 1855년 11월 22일 성 세실리아 축일에 파리의 생 외스타슈(Saint-Eustache)에서 초연되었고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사실 <성 세실리아 미사>는 본당의 성가대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던 시절, 연주회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했다. 쉽지 않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 만했던 이 곡의 매력은 듣는 사람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불변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구노의 모토와 맞닿아 있다. 이 작품의 편성은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솔리스트와 혼성 4-6부 합창, 오케스트라, 오르간 반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성가대에서 성악파트는 본래 편성대로 구현할 수 있었으나, 6대의 하프, 큰북에 드럼, 심벌즈까지 포함된 타악기, 확장된 관악기 편성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를 꾸리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 화려한 연주는 아래 표기된
이 작품이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폭넓은 서정성, 형식적 명료성, 효과적인 화성 변화 및 복잡하지 않은 합창에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듣기가 쉽다. 50여 분 안팎의 구성이 크게 지루하거나 복잡하지 않다. 특히 이 곡은 보통 미사곡에서 가장 길고 따라가기 어려운 크레도(Credo, 15′30″)가 몹시 즐겁다. ‘모든 성부가 동일한 선율을 노래’하는 제창의 멜로디는 마치 유행가 가락처럼 따라 흥얼거리게 되고, 이 선율이 반복될 때마다 큰북, 심벌즈, 드럼이 추가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전원풍의 평화로운 느낌으로 시작하는 글로리아(Gloria, 6′35″)는 빠르고 느린 부분이 교대로 나타나는데 빠른 부분에 동일한 선율이 배치되어 경쾌함을 더한다. 한 곡만 따로 떼어 자주 연주되는 상투스(Sanctus, 32′36″)의 서정적인 선율도 매력적이다. 듣는 사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작품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길,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생생한 실황연주에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2022년 2월 27일 연중 제8주일 대전주보 4면, 오주현 헬레나(음악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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