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스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메시아 감상(12)] 제 37곡-제 41곡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3-15 | 조회수1,856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40)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스’ 마녀의 예언 믿은 어리석음, 비극을 낳고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모든 연극 중 필자가 가장 흥미진진하게 느끼는 작품은 ‘맥베스’다. 햄릿처럼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면서 거사를 자꾸 미루는 것이 아니라 맥베스는 처음부터 광풍과 함께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연극이든 영화든 시작하면 어느새 끝에 다다르는 작품이다. 맥베스가 멈추려고 하면 부인인 레이디 맥베스가 “덩컨 왕을 살해하라, 기회는 오늘 밤뿐”이라며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맥베스를 종용해서 결국 사건이 벌어지게 만든다. 맥베스가 엄청난 속도로 행동에 옮기는 모습은 그야말로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진, 그래서 정해진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맥베스가 이렇게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이유는 처음 극이 시작될 때 맥베스와 뱅쿠오가 황야에서 세 마녀를 만나 예언을 듣고 그 예언을 믿었기 때문이다. 맥베스에게 다가온 세 마녀는 “오 글라미스의 영주여!”라며 맥베스의 현 직책을 맞춘다. 이어 “오 코더의 영주가 되실 분이여!”라고 하자 맥베스는 “코더에는 영주가 있는데?”라며 의심했다. 이후 코더의 영주가 던컨왕을 배신하고 노르웨이군과 결탁했다는 이유로 처형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 예언은 “오 왕이 되실 분이여!”였다. 맥베스의 얼굴은 심각해진다. 한편 자신의 미래도 궁금해진 뱅쿠오는 “왜 내게는 아무 이야기도 해주지 않는가?”라며 마녀들에게 질문한다. 그러자 “맥베스만큼은 아니지만 왕들의 아버지가 되실 분이여!”라고 한다.
이때 놀랍게도 던컨왕이 노르웨이군과의 전투에서 용맹스럽게 적들을 제압한 맥베스에게 코더의 영주직을 하사하고 코더의 성으로 와서 하룻밤 자고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맥베스는 지금까지 벌어진 놀라운 일들을 레이디 맥베스에게 빨리 전하고 던컨왕에게는 성에 먼저 가서 준비를 잘하겠다며 부인을 만나 모의한다.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에게 왕위에 오를 기회는 오늘 밤밖에 없다며 던컨왕의 살해를 종용한다.
고민하던 맥베스는 드디어 눈앞에 단검의 환영을 보면서 던컨왕을 죽이게 된다. 이제 왕위까지 거머쥐면서 모든 걸 이룬 맥베스 부부. 하지만 왕의 아버지가 된다는 예언을 받은 뱅쿠오가 눈엣가시다. 즉위를 기념하는 파티가 열리는 날 맥베스는 자객을 시켜 뱅쿠오와 아들 플리언스를 살해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살인은 또 다른 살인을 부른다. 뱅쿠오는 죽였으나 아들은 놓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맥베스는 불안해한다. 그러다가 피범벅이 된 뱅쿠오의 환영이 맥베스의 눈앞에 나타나고 그는 광란에 빠지며 사색이 된다.
맥베스는 자신을 의심하며 잉글랜드로 세를 규합하기 위해 떠난 맥더프의 가족을 몰살해 버린다. 범죄가 새로운 범죄를 부르고 계속 악랄한 참극을 저지르게 만든 것이다. 던컨왕의 아들인 말콤 왕자와 맥더프가 이끄는 반군과 잉글랜드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맥베스는 예언을 해준 세 마녀를 찾아 나선다. 동굴에서 만난 마녀들은 다시 맥베스를 안심시키는 예언을 한다. “여자 몸에서 태어난 자로 맥베스와 맞설 자는 없다. 맥베스는 영원히 패하지 않는다. 버넘의 숲이 단시네인의 높은 언덕까지 맥베스를 쳐들어오지 않는 한, 아무도 맥베스를 이길 수 없다.” 예언을 받은 그는 또다시 예언을 믿었으나 군인들이 나뭇가지로 위장을 해서 버넘숲이 움직이는 것처럼 쳐들어오고 결투로 맞붙은 맥더프가 제왕절개로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자 전의를 상실하고 칼에 베여 죽고 만다.
맥베스에게 마녀들의 예언은 양날의 검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주님만 믿고 의지하라!’ 셰익스피어에게 영감을 받은 베르디가 오페라로 만든 맥베스를 감상해보자.
※QR코드를 스캔하면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스’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3월 13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