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베르디의 오페라 팔스타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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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3-29 | 조회수2,408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42) 베르디의 오페라 ‘팔스타프’ 인생은 다 부질없는 것, 그저 웃자
베르디는 평생 오페라 세리아(진지한 오페라로 정극과 비극의 오페라를 뜻함)만 작곡했다. 하지만 인생 마지막 작품으로 오페라 부파(코믹 오페라)에 도전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헨리 4세」 1, 2부와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에 등장하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이자 젊었을 때는 날씬했고 전쟁터에서 수많은 적을 베어버릴 정도로 용맹스러운 기사였던 존 팔스타프 경을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 ‘팔스타프’다.
베르디가 1893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사실 그의 두 번째 코믹 작품이다. 첫 번째 코믹 오페라는 ‘하루만의 임금님’이었다. 하지만 이는 아내와 아들, 딸과 사별을 한 베르디가 마감에 맞춰 억지로 쓴 작품이었기에 전혀 웃기지도 않았고 첫날만 공연한 채 잊힌 실패작이었다. 그러니 오페라 팔스타프는 80세의 베르디가 50여 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코믹 작품이이었다.
오페라 작곡가의 최고봉으로 칭송받는 베르디는 셰익스피어 희곡의 오페라화를 평생 추구하며 살았다. 가장 먼저 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맥베스’였고 두 번째는 ‘오텔로’였다. 쓰고 싶어 몇 번을 구상했던 ‘리어 왕’은 결국 쓰지 못했다. 그는 왜 마지막 작품으로 ‘팔스타프’를 택했을까. 이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맛봤지만 뒤돌아보니 ‘아! 인생은 착각이었고 부질없는 것, 모두 다 장난이다’라며 팔스타프의 선창으로 모든 출연진이 함께 노래 부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수많은 인생의 비극적 드라마를 써온 그가 남긴 너털웃음이다.
팔스타프는 엄청난 식욕과 상상을 초월하는 주량을 자랑하는 기사다. 욕망에 충실한 욕심꾸러기이고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이 아직도 멋있고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윈저 마을의 가터 여인숙에서 묵으면서 이 마을의 유부녀인 알리체와 메그에게 똑같은 내용의 연애편지를 써서 사귀자고 작업을 건다. 같은 편지를 받았다는 것을 안 두 부인은 격분하며 팔스타프를 혼내주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알리체는 팔스타프에게 집으로 와서 식사를 하자고 한 후 남편과 마을 남자들이 그를 잡으러 오자 빨래통에 넣어 템즈강에 빠트려버린다.
팔스타프는 낙담한다. 하지만 마을의 또 다른 부인인 퀴클리가 알리체의 전갈을 전한다. 지난번엔 하인들 잘못이었다며 사과하는 뜻에서 오늘 밤 자정에 전설 속의 사냥꾼 복장을 하고 떡갈나무 밑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밤 12시가 되자 팔스타프는 약속대로 머리에 커다란 사슴뿔을 단 전설 속 사냥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때 요정들로 변장한 마을 사람들이 나타나 팔스타프의 주위를 맴돌다가 “이상한 괴물이다. 험상궂고 냄새도 지독하군!”이라고 소리치며 그를 못살게 군다. 팔스타프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윈저 마을의 세 부인 알리체, 메그, 퀴클리가 나타나 ‘피치카, 피차카’(찔러라, 찔러라)라며 그를 꼬집고 찌른다. 고통스러워하는 팔스타프는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러고는 “제발 내 뱃살만 살려주시오! 난 후회해요.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참회합니다”라며 성호를 긋는다.
두 번이나 호되게 당한 뒤 드디어 정신을 차린 팔스타프. 이번엔 알리체의 딸이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할 수 있도록 연극을 꾸미며 알리체의 남편 포드에게 한 방 먹인다. 팔스타프와 등장인물들은 “이 세상 모든 건 다 장난이야, 부질없는 거라고”라며 “이리저리 부딪히며 사는 것, 모두 다른 이를 보며 웃자고요. 마지막으로 웃는 자가 가장 즐거운 자”라고 합창을 부르며 오페라는 막을 내린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베르디의 오페라 ‘팔스타프’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3월 27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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