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교회음악 이야기: 하이든의 불안한 시대를 위한 미사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성가의 참맛: 가톨릭 성가 134번 거룩하다 부활이여 |2| | |||
작성자주호식
![]() ![]() |
작성일2022-04-25 | 조회수2,794 | 추천수0 | |
교회음악 이야기 (7) 하이든 <불안한 시대를 위한 미사>
기나긴 어둠의 시간을 지나 주님이 부활하셨다. 여러 가지로 어수선하고 편치 않은 이 시절에도 꽃은 움트고 생명이 약동한다. 마냥 설렐 수도 기쁠 수만도 없는 이 시기에 부활하신 주님, 피어나는 자연 안에서 우리는 조용히 샘솟는 희망을 느낀다. 캄캄하고 적막한 빈 무덤에도 환한 빛이 찾아들었다. 이 간절한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곡가가 있다. 고전주의 시대의 대표적 작곡가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은 1798년 《불안한 시대를 위한 미사》(Missa in Angustiis, Hob.Ⅹ /11)라는 제목이 붙은 미사곡을 작곡하였다.
많은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한 이 곡은 최근 <2022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앤드루 노먼(Andrew Norman)의 《소용돌이》(Spiral, 2018)와 함께 마르쿠스 슈텐츠(Markus Stenz)의 지휘로 연주되기도 하였다. 시대에 대한 깊은 사색이 반영된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잠시 1798년 유럽의 상황을 떠올려 보자. 당시 승승장구하고 있던 나폴레옹 군대는 1797년 초, 알프스를 넘어 비엔나를 위협하기 시작했고 이어진 네 번의 큰 전투에서 연승하였다. 하이든의 명성은 1798년 최고조에 달하지만 미사곡을 썼을 당시 세계는 두려움과 슬픔으로 인한 혼란에 빠져 있었다. 1798년 여름은 오스트리아에게 두려운 시간이었다. 이 곡의 기원에 여러 가지 설이 있기는 하지만 이 ‘불안한’ 시대에 신께 평화를 갈구하며 미사곡을 작곡했다는 설 또한 설득력이 있다.
이 작품의 유명한 다른 이름은 《넬슨 미사》(Lord Nelson Mass)인데 여기에도 인상적인 일화가 있다. 하이든이 미사곡을 작곡할 당시에는 전해 듣지 못했겠지만, 이 곡이 초연되었던 1798년 9월에 그와 청중들은 전쟁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바로 나폴레옹이 영국군과의 해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는 것. 이 해전은 넬슨(Horatio Nelson) 제독이 이끄는 군대에 의해 수행되었고 이 우연의 일치로 인해 미사곡은 《넬슨 미사》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때문에 이 곡은 작곡가가 의도했던 《불안한 시대를 위한 미사》라는 제목과 더불어 《넬슨 미사》로도 유명하다.
[2022년 4월 24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대전주보 4면, 오주현 헬레나(음악학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