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유쾌한 클래식: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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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5-10 | 조회수1,894 | 추천수0 | |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48 · 끝)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하이든의 신앙 고백, 최고의 작품으로
하이든 페스티벌은 매년 9월 오스트리아 아이젠슈타트에서 열린다. 헝가리와 인접한 국경 도시로 수도 빈에서 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40분 정도 걸린다. 아이젠슈타트는 ‘철의 도시’라는 뜻인데 과거 터키군의 공격을 철옹성처럼 지켜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이젠슈타트에서 매년 하이든을 축하하는 이유는 음악을 매우 사랑했던 에스터하지 후작이 있어서다. 에스터하지 후작은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두 나라에 자신의 성을 갖고 있었다. 하이든은 후작의 성에서 궁정악장으로 30년간 봉직하면서 엄청난 창작력과 성실함으로 곡을 만들었다. 하이든은 말 그대로 ‘촌구석’에서 세계 음악계의 변화를 이끈 셈이다. 에스터하지 후작이 어느 여름 손님치레를 너무 많이 하느라 궁정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휴가를 가지 못하게 되자 ‘제발 여름 휴가를 보내 달라’며 유머러스하게 만든 ‘고별 교향곡’도 하이든이 이 시기에 만든 곡이다.
하이든 페스티벌이 열리는 에스터하지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하이든성당이 있다. 필자는 아이젠슈타트를 방문했을 때 하이든성당 맞은편에 있는 하이든호텔에서 지냈기에 성당에 들르기가 편했다. 성당에는 음악으로 지금도 세상과 인류를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는 하이든의 유해가 잠들어 있다.
당시 새벽, 호텔에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 멀리에서 뭔가가 땅을 타고 거대한 파도처럼 돌진해오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 진동이 점점 가까워지다가 결국 필자를 텅! 하고 치고 지나갔고 필자는 의자 위에서 움찔하며 뒤로 흔들렸다. 신비로운 체험이었다. 지진이었을까? 낮에 하이든성당에 다녀온 것이 생각나면서 혹시 이것이 ‘천지창조’의 느낌과 조금이라도 비슷할까 하고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
빈 출신인 하이든은 에스터하지성에서 중년 시절을 보냈다. 노년에 들었을 때 그의 음악을 높이 평가한 영국의 공연기획자 잘로몬이 런던으로 하이든을 초청해 그의 새로운 교향곡 음악회를 시리즈로 열었다. 하이든은 런던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하이든은 에스터하지궁에서 봉직하며 벌어들인 30년간의 소득보다 두 배나 많은 돈을 벌었다. 평생 욕심 없이 주어진 일에 만족하며 많은 사람을 자상하게 대했기에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던 ‘파파 하이든’에게 내려진 하느님의 선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이든은 런던을 두 차례 다녀온 뒤 빈에서 마지막 12년의 삶을 살게 된다. 그때 살던 집이 빈 중심의 마리아 힐퍼 거리에 남아있는데 바로 이 집에서 자신의 깊은 신앙의 고백인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1798년 3년 만에 완성했다. 당시 런던에서는 헨델의 ‘메시아’ 등 오라토리오가 큰 인기를 끌며 유행하고 있었다. 이를 자주 참관한 하이든이 영감을 받아 작곡한 작품이다.
가브리엘, 우리엘, 라파엘 천사와 아담과 하와가 독창자로 등장하며 천지창조의 6일이 1, 2부에 걸쳐 신비롭게 펼쳐진다. 3부에서는 낙원을 걸어가는 아담과 하와를 축복하며 ‘아멘’으로 끝을 맺는다.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는 하이든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작품으로 남아있다.
※ QR코드를 스캔하시면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5월 8일,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겸임교수,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진행자)]
※ 그동안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을 연재해 주신 장일범 음악평론가와 애독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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