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음악칼럼: 불후의 명곡이 된 선배의 결혼 선물,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가장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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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5-23 | 조회수1,659 | 추천수0 | |
[음악칼럼] 불후의 명곡이 된 선배의 결혼 선물,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가장조’
미사 중 영성체 때 자주 듣고 부르는 성가 <생명의 양식 Panis Angelicus>의 작곡가를 기억하시는지요? 올해 탄생 200주년인 벨기에의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César Franck, 1822~1890)입니다. 그는 쇼팽과 리스트가 인정할 정도의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품 중에서는 대중적으로 <생명의 양식>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대표 작품으로는 <교향곡 라단조>와 오르간곡인 <코랄(Chorale) 제3번 가단조> 등이 거론됩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명곡인 <바이올린 소나타 가장조>가 있지요.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의 탄생 배경에는 그의 고향 후배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 외젠 이자이(Eugene-Auguste Ysaÿe, 1858~1931, 벨기에)가 있습니다. 1886년 9월, 프랑크는 결혼하는 36년 아래의 이자이에게 축하의 의미로 곡을 써서 악보를 선물로 보냅니다. 이자이는 결혼식 날 하객 앞에서 이 곡을 처음 연주하고, 이후 40여 년간 자주 연주함으로써 오늘날 가장 유명한 바이올린 소나타의 하나로 만들었죠.
세자르 프랑크는 벨기에 출신이지만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활동했습니다. 그의 음악, 특히 바이올린 소나타엔 프랑스적인 기품과 섬세함, 명상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가 하면 부모님으로부터 독일계 혈통을 받고 태어난 데다 음악적으로 바흐를 본받으려 했던 만큼 대위법적인 요소도 보입니다. 이 곡에는 그의 음악적 특징의 하나인 ‘순환 형식’이 들어있는데, 이는 앞 악장에 나온 동기나 주제들을 뒤 악장에도 반복해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인 통일을 꾀하는 작곡 기법을 말합니다. 프랑크는 자신의 소나타를 전형적인 3악장 구성으로 만들지 않고 4악장으로 만들었는데, 각 악장에 대해 이런 설명을 남기고 있습니다.
“곡의 각 악장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제1악장은 젊은 커플이 연애를 시작하는 것을, 제2악장은 뜨거운 감정의 폭발을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교차 연주를 통해 표현하고, 제3악장은 사랑의 속삭임을 노래했고, 제4악장에서는 마침내 결혼에 이른 사랑스러운 커플의 환상을 카논(canon)으로 표현했다.”
프랑크는 살아생전 작곡가보다는 피아니스트, 오르간 연주자, 음악 교육자로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그를 따랐던 뒤파르크, 댕디, 쇼송, 피에르네 등 여러 작곡가들은 자발적으로 ‘프랑키스트’라는 그룹을 만들어 스승의 정신을 받들었고, 프랑스 근대음악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존경받는 스승이었는지를 알 수 있지요.
5월은 ‘가정의 달’이고, 특히 21일은 ‘부부의 날’입니다. 새신랑 이자이에게 대선배 프랑크는 바이올린 소나타를 통해 부부의 사랑을 어떻게 전하고 싶었을지, 귀 기울여 보시겠습니까?
[2022년 5월 22일 부활 제6주일 서울주보 서울주보 6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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