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음악칼럼: 시나브로 어둠을 밝히는 빛의 선율, 포레 장 라신 찬가(Cantkque de Jean Racin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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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6-26 | 조회수2,025 | 추천수0 | |
[음악칼럼] 시나브로 어둠을 밝히는 빛의 선율, 포레 ‘장 라신 찬가(Cantkque de Jean Racine)’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할 때 만나는 음악들은 대개 독일과 오스트리아 작곡가들의 작품이기 쉽습니다. 바흐, 베토벤, 슈만, 멘델스존, 브람스가 독일인이고, 하이든, 모차르트,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등이 오스트리아 사람들이니 그럴 수밖에요. 차츰 이탈리아에도 비발디, 파가니니, 베르디 등 뛰어난 작곡가가 수없이 많고, 쇼팽과 리스트는 각각 폴란드, 헝가리 태생이라는 것도 알게 되죠. 그러다 프랑스에는 어떤 작곡가들이 있나, 관심을 두고 찾아보면 프랑스에는 유독 19세기 후반 이후에 괄목할만한 작곡가들이 포진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베를리오즈 이후 구노, 생상스, 포레, 드뷔시, 사티, 라벨 등 프랑스 근현대 음악을 활짝 꽃피운 음악가들입니다. 이 시기의 프랑스 음악은 그간 많이 듣던 클래식 음악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어떤 곡들은 선율을 뚜렷하게 알아채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리듬이 친숙하지도 않죠. 음악이 꿈결처럼 흐르는가 하면 뭔가 뜬구름 잡는 것처럼 모호합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우아하고 세련됐으며 매력적입니다.
이 시기의 음악인 포레의 합창곡 <장 라신 찬가(Cantique de Jean Racine)>는 비교적 선율이 명확하고 단순한 편이지만 독일의 성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 1845~1924, 프랑스)는 피아노곡과 프랑스 가곡 분야에서 뛰어난 작품을 남긴 프랑스 근대음악의 대표주자입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프랑스 서정으로 가득한 가곡 <꿈꾸고 난 후>와 <파반느>,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돌리 모음곡>, <레퀴엠> 등이 있습니다.
포레는 아홉 살(1854년)에 니더마이어 교회음악학교(École Niedermeyer de Paris)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해서 피아노, 이론, 작곡, 옛 언어 등을 배웠는데, 이때 피아노 선생은 바로 <동물의 사육제>의 작곡가인 생상스였습니다. 생상스는 그가 작곡가가 되도록 독려했죠. 포레는 1864년에 교내 작곡경연대회에 출품하고자 <장 라신 찬가> 작곡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듬해 완성해서 출품, 1등상을 받죠. 10년간 학교에서 익힌 음악적, 종교적 학습 내용이 이 작품에 잘 녹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곡은 남녀 혼성 네 성부가 오르간 또는 피아노, 현악, 오케스트라, 하프 등 편곡에 따라 다양한 편성으로 연주됩니다. 포레는 가사를 옛 찬미가에서 가져왔지만, 음악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완성했습니다. 가사는 가톨릭에서 전해 내려오는 성무일도의 아침기도 라틴어 찬미가를 17세기 프랑스 극작가 장 바티스트 라신(Jean Baptiste Racine, 1639~1699)이 프랑스어로 다시 만든 것입니다. 동트는 시간에 바치는 이 찬미가는, 가장 높으신 분이며 유일한 희망이신 구세주 예수님께 잠을 찺아내고 밤의 정적과 어둠을 깨고 당신을 찬양하기 위해 모인 우리에게 눈길을 돌리시어 은총을 내려달라고 간구하는 내용입니다. 아직 사위가 어둑한 이른 아침, 십자가 앞에 촛불을 켜고, 포레의 <장 라신 찬가>를 나지막이 틀어놓고 기도합니다. 충만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2년 6월 26일(다해)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서울주보 6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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