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음악칼럼: 앞서간 영혼을 위로하고 싶을 때,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Nimro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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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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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11-12 | 조회수1,771 | 추천수0 | |
[음악칼럼] 앞서간 영혼을 위로하고 싶을 때,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Nimrod)’
지난 달 이태원 참사의 안타깝고 비통한 죽음을 애도할 때, 방송에서 많은 추모곡이 흘렀었습니다. 그 중에는 지난 9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서거 시, 잉글리쉬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공식 유튜브 계정에 여왕을 추모하며 올린 음악도 있었죠. 에드워드 엘가(Sir E. W. Elgar, 1857~1934, 영국)의 <수수께끼 변주곡(Enigma Variations)> 가운데 ‘님로드(Nimrod)’입니다. 이 곡은 종종 추모용 음악으로 선택됩니다. ‘영원한 빛을 비추소서….’라는 가사를 붙여 성악곡으로 편곡해 부르기도 하죠. 아다지오(adagio)로 느리게 연주되는 ‘님로드’의 아름다운 선율이 듣는 이를 자못 슬프고 경건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 곡이 애초에 추도용으로 작곡된 것은 아닙니다. 1898년 어느 날, 엘가가 별생각 없이 피아노 즉흥 연주를 하고 있을 때, 그의 부인이 이를 듣고 멜로디가 좋다면서 더 연주해보라고 하죠. 평소 엘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던 아내의 말에 힘입어 엘가는 이 곡을 여러 변주로 확장시켜 연주해봅니다. 그리고 이듬해 ‘주제와 열네 개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진 대규모의 관현악 작품으로 발표하죠. <수수께끼 변주곡>의 탄생입니다. 왜 ‘수수께끼’라는 제목이 붙었을까요? 이는 엘가의 유머감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곡의 변주곡 하나하나에는 첫 글자만 표기한 이름, 또는 누군가를 연상할만한 단어들이 소제목처럼 쓰여 있는데, 이를테면 제1변주에는 엘가의 부인, 캐롤라인 앨리스 엘가 이름의 약자 ‘C.A.E.’, 마지막 제14변주에는 아내가 엘가를 부르는 말 ‘E.D.U.’가 쓰여 있는 것이죠. 그리고 다른 변주들도 음악가, 출판업자, 배우, 건축가 등 모두 엘가 부부와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을 묘사해놓고 알쏭달쏭한 제목을 붙여놓았습니다. 그래서 각 변주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알아맞히는 것이 하나의 수수께끼이고, 또 하나의 수수께끼는 엘가가 이 곡 안에 숨겨놓은 ‘더 큰 주제’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엘가는 이 주제를 잘 알려진 선율이라고만 하고 수수께끼로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엘가 주변인과 학자들이 추정하는 곡이 여럿 있지만 정답을 말해줄 사람은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엘가뿐입니다.
[2022년 11월 13일(다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서울주보 6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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