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가의 참맛: 가톨릭 성가 98번 이사야 말씀하신(Es ist ein Ros entsprunge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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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12-11 | 조회수1,409 | 추천수0 | |
[성가의 참맛] 가톨릭 성가 98번 「이사야 말씀하신」(Es ist ein Ros entsprungen)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리라”(이사 11,1).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라인란트-팔츠 주에는 기원전 100년에 창설된 도시가 있습니다. 무려 2000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도시, 슈파이어(Speyer)입니다. 라인강 서쪽 연안, 알프스산맥 북쪽에 자리한 교역과 군사의 중심지이지요. 10세기에 건축되어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슈파이어 대성당이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이 팔츠 지방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 가장 오래된 성가집이 있는데요, 《슈파이어 성가집》(Das Speyerer Gesangbuch)이란 별칭으로 잘 알려진 《가장 중요한 축제일에 부르는 오래된 가톨릭의 영적인 교회노래들》입니다. 이 성가집은 1599년 쾰른에서 출판되었는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슈파이어 예수회 대학의 총장을 역임했던 빌헬름 불프 본 메테르니흐 예수회 신부와 그의 형 아돌프가 출판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수록된 곡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이 바로 오늘 성가의 참맛의 주인공 <장미꽃이 돋아났습니다>(Es ist ein Ros entsprungen)입니다.
부드러운 뿌리에서 장미꽃이 돋아났습니다. 옛 선지자들이 예언했던 것처럼 이사이의 가계에서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났지요. 가장 추운 겨울날, 가장 깊은 밤 한가운데에서 말이에요.
《가톨릭 성가》 98번으로 수록된 이 성가는 우리말 가사의 첫 구절을 따 <이사야 말씀하신>이란 제목이 붙었는데요, 이는 원곡인 독일어 성가의 2절 가사와 일치합니다. 가사에 나오는 “장미꽃”은 전통적으로 성모 마리아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이사이의 가계”는 마태오 복음의 첫 부분인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곧 아브라함부터 이사이와 다윗 그리고 마리아의 남편 요셉까지 내려오는 혈통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을 통하여 죄로부터 세상을 구원할 예수 그리스도가 동정녀에게서 태어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예언적 성격의 가사이기에, 대림 성가로서 적격이라 할 수 있지요.
성가의 원작자로 표기된 프래토리우스(Michael Praetorius)는 17세기 독일의 음악이론가이자 작곡가인데, 실은 작자 미상의 전통 가락인 이 곡에 4부 화성을 덧붙인 ‘편곡자’입니다. 이 편곡은 1609년에 출판된 독일 개신교 코랄 스타일의 전례음악 성가집 《시온의 노래들 6집》(Musae Sioniae VI)에 처음 등장하였고, 이후 이 판본이 가장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사야 말씀하신>으로 번안되어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는 이문근 요한 신부의 편곡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지요.
종파와 언어, 인종과 문화를 떠나 세대를 아우르며 감동을 전해주는 음악이 있습니다. 현재와 미래는 과거와 전통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성가로 설파했던 이름 모를 독일 찬양사도의 메시지를 기억하며 우리도 지금까지 전해온 것을 계승하여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 주어야 하겠습니다. 다가오는 2023년에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서로를 아끼고, 무엇보다 ‘우리 공동의 집’을 생각하며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는 삶으로 나아가면 어떨까요? 미래를 위해 우리 자신을 쇄신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성가, 함께 불러보면 좋겠습니다. “에스 이스트 아인 로스 엔트스룽-겐-!”
[2022년 12월 11일(가해)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의정부주보 7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최슬기 마리아, 고윤서 마리스텔라,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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