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가의 참맛: 댄 벌저스의 감사해요, 주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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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1-22 | 조회수1,233 | 추천수0 | |
[성가의 참맛] 댄 벌저스의 <감사해요, 주님> Thank you, Lord (for the trials)
신앙심이 좋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저는 “내 신앙심이 얼마나 좋은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성당을 열심히 다니는 것일까요? 나 또는 다른 이를 위해 묵주기도 같은 기도를 많이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봉사를 많이 하는 것일까요?
“저는 딱히 신앙심이 좋지 않아서요.”
안타깝게도 주변에서 종종 듣는 말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굳이 주님과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하지 않아요.’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적어도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이내 여러 가지 질문들을 머릿속에서 시원히 몰아내지 못하곤 합니다. 우리는 신앙의 깊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신앙생활을 잘한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런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미사 중 신부님들의 강론을 집중해 듣거나 신학 용어들로 가득한 두툼한 책들을 펴보기도 했지만, 명쾌한 결론은 아직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의 신앙심은 차치하고, 저 자신의 신앙심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진단해보기로 합니다. 이런, 형편없네요! 고백합니다, 제 신앙심은 겨자씨 한 알보다 더 작고 가벼운 것 같습니다.
“주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아요. 어디 계신가요? 이젠 당신께서 계시는지조차도 잘 모르겠어요.”
찬양사도 댄 벌저스 Daniel Lawrence Burgess는 2021년 3월 11일에 작고할 때까지 50년이 넘도록 성가와 함께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2011년 6월, 벌저스는 이야기가 있는 성가 콘서트를 통해 그가 출판한 150여 곡의 성가 중 가장 사랑받았던 곡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하였습니다. 여기서 성가 <감사해요, 주님>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곡은 제가 가장 최초로 쓴 성가 중 하나입니다. 1972년도였지요. 이 성가는 삶에서 만나는 어려움들이 나를 성장하게끔 돕는다는 것을 마음 깊이 깨닫게 되고, 또 그래서 그런 시련들에 대해 주님께 감사를 표하는 곡입니다. (...) 다른 많은 분들이 이 곡을 마치 순교자를 기리는 우렁찬 합창곡처럼 부르시는 것을 제가 수없이 보았는데요, 그건 원작자인 제가 의도했던 바가 아닙니다. 이 성가는 로마서 5장의 말씀처럼 환난과 인내를 자랑으로 여겨 성령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 마음에 붓는 내용이거든요.”
바쁘게 흘러가는 어지러운 일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에게 삶은 여전히 너무나도 시끄럽습니다. 눈앞의 환난들로 마음속에선 그저 아우성치는 소리만 들립니다. 그런 가운데 하느님의 부드러운 속삭임은 쉽게 들리지 않는다고 찬양사도 벌저스는 이 성가를 통해 노래합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심을 믿고 시련이 주는 인내와 성장을 통해 보살핌을 깨달으며 모든 것을 성령께 맡기고 내려놓을 때, 삶은 비로소 충만해진다고,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역설합니다. 그런 후 도착한 그곳에서 마침내 주님을 만나게 되리라 믿기에, 오늘의 나는 지금의 시련에 “감사”드린다는 고백이지요. 글쎄요, 아직 신앙심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이 성가를 부르며 주님의 커다란 계획을 살짝 맛본 듯한 느낌이 드네요. 뭐, 일단 함께 불러보시지 않겠어요? “감사해요, 주님 주신 그 시련에!”
[2023년 1월 22일(가해) 설(하느님의 말씀 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최슬기 마리아, 고윤서 마리스텔라,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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