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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가의 참맛: 주님, 당신은 의로우시고,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나는 세상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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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12 조회수988 추천수0

[성가의 참맛] 〈주님, 당신은 의로우시고〉 연중 제23주일 입당송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연중 제23주일 영성체송 I

〈나는 세상의 빛이다〉 연중 제23주일 영성체송 II 

 

 

“주님, 당신은 의로우시고 당신 법규는 바르옵니다. 당신 종에게 자애를 베푸소서”(시편 119,137.124)

 

핑계라는 것은 참 쉽습니다. 아직 어린아이가 둘이라 미사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핑계, 그동안 성당에서 이미 활동을 많이 했다는 핑계, 주말엔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을 갖고 싶다는 핑계, 본당에 정이 안 간다거나 신부님 강론이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핑계. 그렇게 나 자신과 주변을 합리화하며 ‘쉬는 교우’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등록해둔 어린이부 주일학교에도 아이들만 보내며 미사 참례하는 날이 점점 줄더니 ‘아, 이번 주일엔 꼭 성당에 가야 하는데.’ 하는 생각조차도 뜸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드문드문 성당을 나가던 중, 우연히 어느 지인을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의 얼굴을 보니 작년 겨울, 냉담하던 그에게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성당에 다니자.’며 권유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그 지인은 저에게 다가와 ‘이제 완전히 냉담을 풀고 아이랑 같이 성당을 열심히 다니게 되었다.’며 반갑게 인사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뻤지만 막상 자신의 냉담을 풀기에는 아직 저의 마음은 차갑게 굳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에는 길에서 그 지인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가 제 어깨를 툭 치며 “아유, 성당 좀 나와!” 라고 하였고, 그 말에 부끄러우면서도 왠지 반가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며칠 동안 그 말이 제 마음속에 맴돌았습니다.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그리나이다. 제 영혼이 하느님을,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하나이다”(시편 42,2-3)

 

문득 한참 힘들어하던 시기에 무한한 사랑으로 저를 품어주셨던 베론 신부님이 생각났습니다. 해외 사목으로 멀리 잠비아에 계신 신부님께 연락을 드렸고,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실은 요즘 냉담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신부님께서 ‘이 녀석아, 너 지금 누구랑 통화를 하는 거냐?’ 하시며 껄껄 웃으셨습니다.

 

이어 신부님은 제게 ‘무엇보다 성체를 모시는 일은 계속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고해소를 자주 찾아 성찰할 기회를 만들고 주님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진중히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처럼 신부와의 통화도 하나의 기회이니 잘 성찰해서 신앙에 마음을 두기를 응원한다.’며 통화를 마무리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저 자신의 마음과 현실을 마주하려 하지 않았던 날들을 뒤돌아봅니다. 무겁고 아픈 일들을 회피하기 바빴던 과거를 뒤로하니 새로운 용기가 솟아나는 걸 느낍니다. 이 용기가 지금은 작고 연약한 새싹이지만 생명의 빛을 받아 안으며 다시금 푸르른 나무로 자랄 것이라 믿습니다. 이렇게 힘차게 성가를 부르며 새롭게 거듭나는 내일을 맞이해 보면 어떨까요?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요한 8,12)

 

[2023년 9월 10일(가해) 연중 제23주일 의정부주보 4면, 까뮤(이새론 안토니오, 최슬기 마리아, 고윤서 마리스텔라, 이운형 마리아, 김구환 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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