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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음악칼럼: 죽은 자들을 위한 미사, 레퀴엠(Requ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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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26 조회수819 추천수0

[음악칼럼] 죽은 자들을 위한 미사, 레퀴엠(Requiem)


“인자하신 주 예수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11월은 위령성월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신경을 통해 “죽은 이들의 부활과 내세의 삶을 기다리나이다.”(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그리고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사도신경)라고 가르치고 고백합니다.

 

이에 ‘죽은 자들을 위한 전례’(Liturgia defunctorum)를 통해 돌아가신 분들 특히 연옥 영혼을 기억하는데, 통공의 신비 속에서 죽은 이들이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누리길 기도합니다. 이러한 전례는 ‘미사’와 ‘연도’로 구별됩니다.

 

‘죽은 자들을 위한 미사’(Missa in exsequiis)를 ‘레퀴엠’(Requiem)이라고 하는데, 입당송의 첫 구절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의 첫 단어가 ‘레퀴엠’(Requiem, 안식을)으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교회음악은 그레고리오 성가부터 현대음악까지 레퀴엠을 풍성하게 보존하며 창작하고 있습니다.

 

통상부분과 고유부분을 모두 노래하는 레퀴엠에서, 대영광송(Gloria)과 신경(Credo)은 생략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에서 “자비를 베푸소서” 대신에 “그에게 안식을 주소서” 그리고 “평화를 주소서” 대신에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고 노래합니다.

 

연송(Tractus)이 알렐루야(Alleluia)를 대신하고, 부속가(Sequentia)가 이어집니다. 부속가 ‘분노의 날’(Dies irae)은 트리엔트 공의회 때 공식 전례로 확정되었다가, 현재 “장례식은 그리스도인 죽음의 파스카 성격을 더욱 명백히 드러내야” 한다는 공의회 정신에 따라 장례미사에서 생략되었지만, 여전히 교회음악의 탁월한 주제로 남아있습니다.

 

이런 부속가는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대중매체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1984년에 제작된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에서는 죽음의 병상에서 모차르트가 부속가 중 ‘콘푸타티스 마레딕티스’(Confutatis maledictis, 저주받은 이들이 심판받을 때)를 살리에르로 하여금 대필하게 합니다. 특히 “보카 메”(Voca me, 저를 부르소서)라는 부분은 죽음에 직면한 모차르트의 기도를 간절하게 보이도록 합니다. 이어지는 모차르트의 장례식에서는 ‘라크리모사’(Lacrimosa, 눈물의 그 날)가 배경음악으로 흐릅니다.

 

베르디 레퀴엠의 부속가 중에서 첫 번째 곡, ‘디에스 이레’(Dies irae, 분노의 날)는 많은 매체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에 매우 익숙하고 친숙한 선율이 되었습니다.

 

특히 부속가(Dies irae)의 마지막 절인 ‘피에 예수’(Pie Jesu)는 독립적인 곡으로 구별되어 ‘하느님의 어린양’ 전이나 ‘거룩하시도다’의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에 위치합니다. ‘피에 예수’(Pie Jesu)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Pie Jesu, Domine, dona els requiem sempiternam.

인자하신 주 예수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2023년 11월 26일(가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6면, 최호영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 주교좌 명동대성당 성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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