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음악여행2: 성령 강림 대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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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5-22 | 조회수391 | 추천수0 | |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2) 성령 강림 대축일
- 비버의 묵주 소나타 중 13번째 악보에 그려진 동판화. 출처=Wikimedia Commons
오순절(五旬節)이라고도 불리는 성령 강림 대축일(고대 그리스어 펜테코스테 Πεντηκοστή 50이라는 뜻, 영어 Pentecost)은 성령의 강림을 기념하는 그리스도교의 축일이다.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40일째에 승천하시며 제자들에게 약속된 성령을 기다리라고 말씀하셨다. 열흘 후 성령이 강림하여 부활의 모든 과정이 완결되며 전교를 시작한 날이다. 교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의 시작을 축복하기 위해 많은 작곡가가 작품을 남겼다. 이름 모를 작곡가부터 클래식 음악계의 거장들까지 교회의 탄생을 기리고 축복하였다. 이중 비버(Heinrich Ignaz Franz von Biber, 1644~1704)를 주목해 보자. 비버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묵주 소나타다. 두 시간 동안 연주되는 15개의 소나타에는 악보마다 예수님의 잉태부터 성모 승천까지 열다섯 신비를 묘사한 동판화가 그려져 있다. 비버는 종교인으로서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작곡했지만, 안타깝게도 당시로선 너무 난해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의 작품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부터다. 신비로움이 가득 찬 화성과 영적인 멜로디는 현대인의 감성을 사로잡았다.
이 묵주 소나타 중 13번째 곡이 오순절을 기리고 있다. 이 당시 음악은 같은 바이올린이지만 현의 재료가 다르다. 양의 창자로 만든 고트현(gut string)이라고 하는데, 현대의 강철현보다 음량은 작고 쉽게 늘어나서 연주 중에도 자주 조율하지 않으면 올바른 음정으로 연주하기가 힘들다. 그런 단점에도 아직 고트현을 사용하는 이유는 부드럽고 깊이 있는 특유의 음색 때문이다. 현대의 강철현처럼 화려하고 강력하지는 않지만 은근하고 매력적인 고트현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처럼 구수하고 정감 있다.
Heinrich Ignaz Franz von Biber/Mystery (Rosary) Sonata No. 13, "Pentecost" https://youtu.be/VT1bn-oSmi0?si=wGzOWTx0nLqRJW3X
시대를 좀 많이 뛰어넘어 20세기에 작곡된 성령 강림 대축일에 대한 음악도 들어보자. 클래식 음악에서 영국 음악이 종종 평가절하되곤 한다. 하지만 영국은 헨델 등 거장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무대였고, 현대에도 세계 톱클래스의 오케스트라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 중 하나다. 우리에게 ‘위풍당당 행진곡’, ‘사랑의 인사’ 등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 작곡가 엘가(Edward Elgar, 1857~1934)의 ‘왕국’에 삽입된 ‘성령 강림 대축일’을 들어보자. 웅장하면서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 음악은 우리 옆에 성령이 강림해 주님 말씀을 전하라고 부드럽게 속삭여준다. 오순절에 이 음악들을 들어보며 교회의 시작을 기념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dward Elgar/The Kingdom, Op. 51, Part III, Pentecost https://youtu.be/FcZdaFDgaWE?si=Z2OaEeqGToUOtEG2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5월 19일, 류재준 그레고리오(작곡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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