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루이 드 프레디 쿠베르탱, 1868, <선교사의 출발>,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9월은 순교자 성월입니다. 독일에서도 9월 20일을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로 지냅니다. 한국 최초의 신부님과 순교자를 기리는 미사를 독일 땅에서 독일 신자들을 위해 준비할 때면 ‘한국 천주교인’이라는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깊게 자리 잡은 유럽에서 가톨릭 교회음악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런 것들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가톨릭 신자가 되었습니까?” “한국에도 가톨릭 신자가 많나요?” 예전보다 한국의 인지도가 훨씬 높아진 것과는 별개로, 동양에서 온 낯선 여인이 불교나 유교가 아닌 가톨릭 음악과 문화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신기한 일인가 봅니다. 어느 날, 오랫동안 함께 일하던 신부님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은 어느 나라 선교사를 통해서 가톨릭 신앙이 처음 알려졌죠?” “한국은 선교사의 선교로 가톨릭 신앙이 시작된 나라가 아니라 『천주실의』 등 한자로 쓴 천주교 문헌을 읽고 신자들이 스스로 신앙을 찾아 나선 나라”라고 전하며 “세계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아도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가톨릭 신자임이 유난히 감사한 날이었으며, 오랜 박해를 이겨내며 신앙을 지켜내고 복음의 씨앗을 뿌린 선조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심이 이는 날이었습니다. 사제도 없이 홀로 교회를 세우고 신앙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던 조선의 신자들을 위해 1836년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처음으로 조선 땅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비행기도 없던 시절, 그 먼 길을 죽음을 각오하고 떠나온 프랑스 선교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는 선교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심정은 또 어땠을까요? 파리외방전교회에는 그 이별의 날을 그려둔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에는 작곡가 샤를 구노도 등장합니다. 선교를 떠날 신부와 작별의 포옹을 나누는 턱수염이 난 인물이 작곡가 구노입니다. 프랑스 낭만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샤를 구노는 파리외방전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을 〈아베 마리아〉를 작곡한 작곡가이며, 가톨릭 성가 284번 〈무궁무진세에〉의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구노는 파리외방전교회에서 활동하는 동안 조선으로 선교를 떠난 신부들의 죽음을 접했고, 이들을 기리며 가톨릭 성가 284번 〈무궁무진세에〉를 작곡합니다. 일각에서는 바흐의 〈피아노 평균률 제1번〉 위에 구노가 아름다운 선율을 붙여 완성한 노래 〈아베 마리아〉가 조선 제2대 교구장인 앵베르 주교 또는 제5대 교구장인 다블뤼 주교의 순교 소식을 접한 후에 슬픔에 잠겨 썼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9월 순교자 성월의 어느 날, 큰 의미 없이 불렀던 성가에 음표 하나, 쉼표 하나마다 목숨으로 신앙을 지켜낸 순교자들의 의지와 믿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가 수많은 넋에 빚을 지고 맞이하는 찬란한 나날임을 기억하며 날마다 기쁘게 십자가를 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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