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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음악여행35: 바흐의 마지막 작품 음악의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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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1-31 조회수29 추천수0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35) 바흐의 마지막 작품 ‘음악의 헌정’

 

 

어릴 때 성당에서 신기하게 보았던 것이 헌금 주머니다. 직접 줄을 서서 바구니에 헌금할 때도 있었고, 노래하는 신자들 사이로 헌금 바구니가 돌기도 하였다. 누군가는 헌금 바구니에서 몇 푼 가져가도 문제 없을 거라는 발칙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다른 그리스도교 분파는 모르겠지만 가톨릭교회는 헌금에 관해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헌금 통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지폐가 1000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천주교의 ‘천’이 하늘 천(天)이 아니라 일천 천(千)이라는 농담을 많이 하곤 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서울 압구정동에 성당을 건립할 때의 일이다. 신부님이 지지부진한 모금에 조바심이 나셨나 보다. 1970~1980년대 압구정동에 있는 개신교회들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가톨릭은 아직 건물도 올리지 못한 채 빌딩 2층을 임대해 미사를 하고 있으니 속이 탈 만도 했다.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부님의 봉헌 독촉을 받았고, 부들거리는 손으로 한 달 치 용돈을 헌금한 기억이 난다.

 

보통 봉헌 시간에 받은 헌금은 교회 관할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이기 때문에 그 당시 헌금이 교회 설립에 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린 나로서는 속 시원하긴 했다. 종종 헌금 바구니가 두 개일 때도 있는데, 집을 나서며 부모님께 헌금을 위해 1000원짜리 한 장을 받아서 나오기 때문에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2차 헌금이란 두 바구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였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해 그대로 들고 돌아오기도 했다.

 

이번 주일은 전 세계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해외 원조 주일’이다. 60~70년 전 한국에 주어졌던 혜택을 우리가 되돌려줄 차례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흔들리고 어려워졌다고 해도 아직 한국은 경제대국임이 분명하고 남을 도울 여유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관성적으로 미사에 참여하러 가는 것보다 미리 조금만 신경 써서 이번 주 전례의 의미와 특별한 행사를 주지한다면 이런 의미 있는 일에 한 손 거들 수 있을 것이다. 가족과 친구의 갖은 기념일은 다 챙기면서 교회의 일을 모른 척한다는 것은 신자의 도리가 아니다.

 

봉헌을 영어로 ‘offering’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바흐 마지막 작품이자 최고의 걸작인 ‘음악의 헌정(Musical Offering)’이 떠오르게 한다. 당시 바흐가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를 방문하면서 이 거대한 작품이 시작되었다. 바흐는 궁전에서 즉흥 연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프리드리히 2세는 다음날 직접 주제를 주며 6성 푸가로 만들 것을 부탁했다. 모든 주제가 푸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바흐는 일단 자신의 주제로 푸가를 연주했고, 귀가해서 최종 완성본을 동판에 새겨 헌정했다. 이렇게 완성된 ‘음악의 헌정’은 대위법(두 개 이상의 독립적인 선율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작곡 기술)의 정점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무수히 많은 후대 작곡가에게 교과서가 되었다.

 

https://youtu.be/tfMQ-AYiuJw?si=6z-uaGVwQNK_Eqon

 

[가톨릭평화신문, 2025년 1월 26일, 류재준 그레고리오(작곡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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