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부님 기운내 주십시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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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 작성일1999-07-20 | 조회수2,076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김종헌 신부님께
서울 잠원본당의 이봉섭 바오로라고 합니다. 아래 신부님의 글들, 또 다른 분의 글, 읽고 또 읽었습니다. 뭐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기는 한데 드릴 말씀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신부님께서 결국은 마음이 많이 상하신 것 같습니다. 저도 진행되는 걸 보면서 신부님 지치실까봐 걱정했는데, 이미 많이 지쳐 버리신 것 같아서 여간 죄송스럽고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닙니다. 저도 나름대로 성음악에 대해 틈틈이 배워 가며, 올바른 전례에 대한 개념을 잡아 가는 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성가게시판과 청년게시판 등에서 있어 온 논의를 지켜 보면서 저도 뭔가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아직 기초가 튼튼하지 못했고 석사논문 준비하느라 매우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본인만 침묵하면 모든 게 조용히 흘러가는 줄 알고 있다."는 외로운 말씀에 가슴 아팠고, "본인에게는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런 일로 인해 한 시간도 뺏기고 싶지 않고, 뺏길 수도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는 말씀에 부끄러웠습니다. "우리 가톨릭 청년들의 문화는 이 정도인가?" 이 때 말씀하신 맥락과는 다른 얘기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가톨릭 청년들에게 제대로 된 문화가 있었던가 싶습니다. 일단 모습을 드러내는 청년의 숫자부터가 너무나 작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였는지 청년들끼리 모인 곳에서는 '청년성가'라고 불리는 노래들이 나와야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어느새 각 본당의 청년 미사도 그런 식으로 되어 가는 경향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걸 '청년답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 노래 중에는 물론 좋은 성가도 있고, 그들의 활동과 노력에 많은 칭찬을 받을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노래에는 전례에 쓰일 수 없는 곡들이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성교회의 가르침에 비추어 판단하는 경우를 찾아보기란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사실 그런 가르침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끔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가사를 곰씹어서 스스로의 기도로 녹여서 바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건 좋은 성가라고 생각하면서 선율 속에 몸을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인도할 사람은 더더욱 부족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 굿뉴스에서 은퇴할 것을 생각해 보아야겠다고 하신 것은, 마음이 상하셔서 잠시 그런 생각이 드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제대로 전례와 전례음악을 공부해서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분이 우리 나라에 도대체 얼마나 계시는지요? 더욱이 사제는 몇 분이나 계시는지요? 지금같이 평신도는 제대로 공부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벽에 부딪히기 쉬운 상황에서 말입니다. 부디 기운 내시기 바랍니다. 아니, 기운을 내 주셔야 합니다. 신부님 같은 분마저 힘을 내지 않으신다면, 아는 사람이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하던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그러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부디 감정적으로 언짢은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을 무디게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앞으로도 그런 일이 많지 않겠습니까... 어느새 글이 장황해졌습니다. 그냥 신부님 힘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올바르고 아름다운 전례 안에서 주님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습니다. 오늘 묵주기도 중에 신부님을 위해서도 기도하겠습니다.
이봉섭 바오로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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