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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 상엽 신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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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헌 쪽지 캡슐 작성일1999-08-25 조회수1,995 추천수9 반대(0) 신고

배 상엽 신부님께,

 

글이 늦었습니다. 너무 늦어지면 결례일 것 같아 우선 간단히 답신을 드립니다.  요즈음 많이 바쁜 편입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지난 6월부터 올린 저의 글로 인하여 신부님께서 그리고 젊은이들이 많이 상심하셨으리라 믿으며 이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책임자이신 배신부님이나 이 성가집 제작에 관련된 젊은이들에게 어떠한 사사로운 감정없이 글을 올렸음을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한국 교회에 속한 한 신부로서 그리고 이태리를 포함한 외국에서 12년 동안을 학생의 신분으로서만 전례음악 공부를 한 저로서 한국 교회음악의 장래가 걸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기에 글을 올렸습니다. 제 딴에는 교회 사랑의 한 표현이었습니다.

 

신부님,

지난 2년 동안 준비한 것이 짧은 세월이 아닌 것은 압니다만 청컨대 부디 성가집 출판을 서두르지 마셨으면 합니다.  1995년 거의 같은 시기에 신 구교에서 만든 "청소년 찬송가집", "청소년 성가집"을 비교해 볼 때 우리 가톨릭 청소년 성가집이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그 결과를 보고 있습니다. 음악만 학생들이 신나게 생각하는 것으로 바꾼다고 하여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전례에 참석하고, 성당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 성당에 나오게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이런 노래 때문에 뜻있는 학생들까지도 미사에 오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스타를 만들어야 하는 대중가요의 음반 사업에 발 맞추어 그들이 유행시키는 노래 형식에 교회음악이  매번 따라 가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저의 글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고려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 드립니다.  일단 어떤 모양으로든지 한번 출판만 되었다 하면 이미 ’물 건너간 나룻배’가 되고 맙니다.

 

저는 사목을 하는 사제가 아니기 때문에 배신부님 같이 젊은이들을 모으고 그들을 전례에 적극적으로 동참시키기 위한 어려움을 잘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노래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신부님 같이 몸으로 느끼지 못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목자들의 사목 방침은 한 어린이로부터 하느님의 품 안에 들어갈 때까지 고려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시기도, 청소년 시기도 그리고 청년시기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신자들은 어느 한 시기만 신앙 생활을 하도록 지도받는 것이 아닐 것이고, 교회는 그들로 하여금 평생토록 신앙 생활을 하도록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6년 간의 어린이 미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들어 가면 어린이 미사와는 다른 전례와 처음 대하는 많은 성가에 동참할 수 없게 되어 많은 청소년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게 된답니다. 아마 중고등학교 때 전학을 해 본 사람들은 다른 학교의 환경에서 적응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더구나 부모들 까지도 공부만 강요하니 성당을 쉬기에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래도 겨우 청소년 미사에 6년을 참석한 중고등학생들은 대학에 가면서 다시 한번 전혀 색 다른 청년 성가에 접하게 되고 또 많은 젊은이들이 성당을 쉬게 되겠죠..청년 미사만 참석한 젊은이들이 결혼하여 더 이상 청년 미사에 갈 수 없어 일반 미사에 참석하게 되면 거의 12년 동안 부르던 성가와는 전혀 다른 또 다른 성가의 생소함에 맞부딪치게 되고 성당에 나오는 것이 시들하게 될 것입니다. 어른이 되면서 신앙이 깊어지기 보다는 어릴 때부터 신앙 생활을 한 신자들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우리 교회의 실정입니다. 우리 교회의 잘못된 방침으로 교회가 신자들을 냉담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조금은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전혀 웃을 수 만은 없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공동체라는 교회의 기본 단위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를 포함한 본당이지 본당 내의 어린이, 청소년, 청년, 어른들로 달리 구분된 것이 아닌 것을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오직 한국 교회에만 있는 어린이 미사, 청소년미사, 청년미사를 어쩔 수 없이 구분해서 거행하더라도 이들이

계층마다 이질감을 느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어려움을 우리가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신부님, 글이 길어졌군요.

저는 올 해 말에 귀국합니다. 혹시 신부님이 필요로 하시면 조금이라도 돕고 싶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은 음악 뿐이고 딴 것은 재주도

없습니다만.. 항상 하시는 사목에 주님께서 함께 하시길 빌고 영육간 건강 하시기를 빕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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