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저희 복음묵상 준비 및 진행과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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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 작성일1999-10-06 | 조회수1,588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잠원본당 라우다떼성가단의 이봉섭 바오로입니다. 이번 글은 제가 올해 들어 복음묵상시간을 여러 번 진행하면서 나름대로 쓰고 있는 과정들에 관한 것입니다. 사실 이런 글을 여기에 올리는 일이 합당한 일인가도 생각했습니다만, 하나의 ’시범사례 보고’로서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관심있는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고, 또한 혹시 이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 또는 더 나은 방법의 제시를 받을 수 있다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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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을 하게 된 배경 및 그 형태의 변화과정
> 바탕 저희는 청년성가단으로 이미 15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많은 경우 ’신앙단체’라기보다는 ’노래 동아리’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가져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비록 성가대 생활은 하고 있지만 단원들의 영성적 바탕이 너무나 척박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복음묵상은 이러한 저희의 한 가지 조그만 노력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솔직히 단원 전체가 마음을 모았다기보다는 많은 사람은 조용히 있고 몇몇은 시큰둥한(그런 거 해 봐야 잘 되지도 않고 힘들고 재미없다...) 분위기에서, 필요성을 느끼는 몇 사람들이 서로 힘을 북돋워 주며 추진하였습니다. 한둘이서는 어려웠을 겁니다. 물론 가만히 있었던 많은 사람들도 속으로는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텍스트 처음에는 이런 것을 위한 교재 등을 가지고 말씀을 나누는 식의 방법이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매주 미사전례에 봉사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그 주일의 말씀을 미리 묵상하고 미사에 참례할 때 더욱 정성된 미사를 봉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묵상의 텍스트는 그 날 말씀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 묵상시간 묵상의 시간은 주일 연습시간 중간의 휴식시간 전으로 하였습니다. 주일 연습시간은 미사를 바로 앞두고 있어서 시간을 비우기가 부담스럽다는 문제가 있지만, 목요일 연습시간에 할 경우 출석률도 상대적으로 낮을뿐더러 그 며칠 새에 다 잊어버릴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따라서 주일미사 직전(약 한 시간 전)에 묵상하고 성가를 연습하고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 좀더 효과적으로 미사의 정점을 향해 가는 모습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연습을 하다가 휴식시간 직전에 묵상시간을 둔 것은 휴식 후 재미 없다고 일부러 늦게 들어오는 사람이 있을까봐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걸 걱정해야 할 정도로 처음 제안되었을 때의 분위기가 척박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길지 않게 시간은 10분 정도로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봄 경에는 어느 정도 분위기가 정착되었다 싶어서 휴식시간 뒤로 돌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묵상 - 성가연습 - 미사의 과정이 큰 끊김 없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그래서 묵상을 담은 성가준비와 미사봉헌을 하는데 좀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형태의 변화 그 날 복음을 가지고 묵상하는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복음나누기 7단계’와 비슷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문제라면 그것을 응용해서 짧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나누기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우선 작년 중반기까지 원장수녀님이신 김 아퀴나타 수녀님께서 도와 주셨습니다. 그 날 복음을 같이 읽은 다음 수녀님께서 해설을 해 주셨는데, 정말 명강의였지요. 그러나 언제까지 수녀님께 의존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좀더 능동적인 참여가 있으면 좋겠다 해서, 처음 생각한 대로 서너 명씩 둘러 앉아서 묵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이런 형태가 두어 달 지속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분위기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우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말씀에 맛들여 보지 않은 사람들이었기에, 이게 뭔 소리냐, 넌 아느냐 등의 말만 오가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선배들이나 이런 걸 좀 해 본 사람들이 그 그룹 안에서 리더가 되어서 분위기를 이끌어 주면 좋으련만, 선배들부터도 노래나 하지 이런 건 왜 하나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고 그러니 분위기가 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렇게 하는 것보다 전례부장이 앞에서 관계된 글을 읽어 주는 형태가 낫겠다고 생각했던지 어느 순간부터 말없이 그렇게 진행하더군요. (그 후배가 아마 속으로 많이 상심했을 겁니다. 분위기도 산만하고, 그것 좀 줄이자는 얘기가 나오고...) 그 글은 청년성서모임에서 발간한 ’보득솔’ 또는 매일미사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분위기가 정착되지 않은 탓에 집중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것은 또한 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말을 하고 있다는 데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마치 강론 시간에 신부님께서 주보에 나와 있는 어떤 메시지 등을 낭독하실 경우 그 메시지가 정말 좋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집중도가 상당히 떨어져 보이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생각 끝에 올해부터는 제가 맡아서 해 보겠다고 의욕을 발동하였습니다. 제가 남들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오히려 더 모자라서 그만큼 영성이 더 필요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탓에 단원들 대부분보다 좀더 먼저 말씀에 맛들인 사람으로서,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봉사가 그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일단의 목표는 묵상하는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것이었고, 그래서 부족하더라도 제가 준비해서 저의 말로 녹인 해설을 전함으로써 좀더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또 저는 선배 축에 끼니까 그 점에서도 유리했을 것입니다. 처음 몇 개월은 주로 제가 진행하다가 새로운 전례부장 젬마 자매, 반주자 등이 참여하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고, 지금은 더욱 진행자의 폭을 넓혀 가고자 하고 있습니다. 준비하면서 배우는 것이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일단 묵상시간을 가지는 분위기 자체는 정착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재의 형태로는 사람들이 그냥 수동적으로 진행에 따라올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하기로는 가끔이라도 몇몇이 둘러앉아 복음을 나누는 형태를 다시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묵상의 준비방법 및 실제 진행
> 복음읽기 및 묵상 일단은 그 날의 복음과 독서들을 읽고 스스로 묵상합니다. 다른 자료를 보기에 앞서 선입관 없이 말씀을 대하는 과정입니다.
> 자료수집 아무리 저 자신의 말로 써서 그것을 전한다지만 저 혼자 복음을 읽고 묵상한 것을 말한다면 그 목적에 비해 너무도 부족할 것이기에, 가능한 많은 자료를 모았습니다. 이 부분은 준비하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일단 많이 모으고 보는데, 또 어떤 분은 강론보다는 주로 주석서만 열심히 보고 준비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제가 찾았던 자료의 공급원들입니다. - 마태오복음 주석서 : 울프강 트릴링, 영적독서를 위한 마태오복음 해설 - 매일미사 (또는 오늘의 말씀) - 천리안 가톨릭동에 모인 93년, 96년 강론자료(신부님들께서 직접 등록하신 것들 및 각 교구 주보 모음) 및 최근 올라온 강론자료 - 서울주보 (매주 굿뉴스에 등록) - 가톨릭신문, 평화신문 등의 인터넷 사이트 (예전 가톨릭신문에는 강길웅신부님 강론집이 계속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성바오로 선교네트(web형태는 http://catholic.paolo.net/)에도 이보 스토르니올로의 주석서가 있었는데 요새는 지웠는지 못 찾겠더군요. 기타 여러 신부님의 강론집, 다른 주석서 등이 있습니다. 첨부한 ’991003자료.hwp’는 이번 주에 이런 식으로 모은 자료입니다.(물론 주석서나 매일미사 등은 이 파일에 없습니다.) 그리고 ’강론대9301-9401’은 천리안 가톨릭동에 있는 93년도(올해와 같은 가해) 강론모음입니다. 96년 것도 있는데 여기에는 하반기 내용이 빠져 있어서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것을 틈날 때마다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 와 닿는 부분에 밑줄을 쳐 놓습니다. 이것을 모으면 그 날의 포인트들은 대충 나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한눈에 보기 어려우면 아래처럼 모아 보는 것도 좋습니다. 역시 이번주 내용입니다.
<Points> * 새 백성과 옛 백성의 교체 - 포도밭은 다른 소작인에게 맡겨진다 (1독서/복음) * 배척받은 메시아의 올라감 - 모퉁이의 머릿돌 * 새 소작인이 된 사람들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며, 우리 교회 - 마땅히 행해야할 의무도. * 기다리시지만 언제까지나 참아 주지는 않으실 것이다. * 오늘의 교회는 이런 사명을 잘 구현하고 있는가? * 소작인, 들포도를 맺은 포도나무, 그것은 우리들의 이야기 - 내 뜻대로 되어야 하는 기도습관, 반복된 잘못으로 얼룩진 일상생활.. * 신앙인에게 주어진 삶의 포도밭은 도지. 우리는 소유주가 아니다. - 삶을 선물로 받아들이는 자세. * 하느님의 뜻은 헤아리기 어려운 것 - 어려운 삶이 결실을 거둘 수도 * 자기 자신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을 내치시고 당신을 위하여 충실히 일하는 사람에게 넘치게 상을 내리실 것. - 주인의 뜻대로, 주인을 위하여 * 버려진 이들... 소외받는 이들이 머리가 될 수 있다. * 우리의 도조란? - 헐벗은 이, 소외된 이들을 돕는 것(마태 25) - 형제와 나눔으로써 - 인생에서 열매맺는 것(1독서) - 하느님께 드리는 시간, 형제와 나누는 재물 -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 * 성령의 열매(갈라 5,22)
> 묵상 및 줄거리 정리 이제 이런 것들의 도움을 받아서(이 포인트들을 다 포함시킨다는 것은 될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할 수 있는 한 많은 묵상을 합니다. 아마 이것이 가장 중요한 단계가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가진 여유에 따라 소요시간이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이 바쁠 때는 마음에 닿는 몇 가지 포인트를 얼른 ’재구성’한 다음 살을 붙여서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많이 묵상하면서 준비하는 사람도 많은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묵상 중에, 특히 이 내용이 성가대에서 나누어지는 것이므로 성가대의 경우를 예로 들거나 그 날 봉헌할 곡에 대한 묵상을 연결시킬 수 있으면 그렇게 합니다. 묵상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되면서 줄거리가 나올 것입니다. 물론 머릿속으로 정리해도 되겠고, 어려우면 다음과 같이 써 가면서 할 수도 있겠습니다. . <Synopsis> * 복음읽기 * 복음해설 - 이 때 하느님의 마음은? --> 1독서 --> 결국 옛 백성과 새 백성(다른 소작인)의 교체, 버린 돌이 머릿돌로 --> 그리스도 교회(우리가 하느님의 백성) * 결국 이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로 이어짐. * 우리 인생, 이 세상이 우리 것인가??? 생명과 세상을 있게 하고 흐르게 하는데 우리가 한 것이 있는가? * 결국 우리는 소작인이다. * 많이들 우리가 주인이라는 착각 속에 산다. 인생이 자기들만을 위한 것인 양... * 기도할 때에도 ’자기 뜻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 성가단도 자기 동아리인 양... 성가단의 주인은 성가단원이 아니라 하느님이다 * 그런 착각 속에 살지만, 자신을 돌아보면 실은 소작인이다. 따라서 주인 뜻에 맞게 열심히 일해서 소출을 내어야. * 2독서 : 좋은 열매를 맺는 모습 * 인간적인 노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 성령의 열매
> 나누기 내용 작성 줄거리를 말로 엮어 냅니다.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괜한 말실수를 피하기 위해, 특히 저는 말이 너무 빨라지거나 발음이 불분명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제가 하는 경우 미리 내용을 자세히 써서 말합니다. 그러면 좀더 또박또박 알아듣기 좋게 말할 수 있더군요. 다음은 제가 유의하는 몇 가지 사항입니다. - 성호로 시작해서 성호로 마칩니다. - 복음나누기 7단계에서 하는 것처럼 산만함을 줄이기 위해 먼저 ’...복음 ...장을 펴 주십시오’ 한 다음 구체적인 절을 제시하고, 같이 읽습니다. - 되도록 설득력있게 다가서기 위해 ’~래요’ 등의 자신없는 표현보다는 ’~입니다.’등의 표현을 사용합니다. 물론 틀린 소리 않도록 잘 준비해야 합니다. - 끝에는 내용을 정리하고 다시 한번 같이 복음을 읽고, 적당한 시간(보통 약 2~3분)동안 스스로 묵상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앞의 진행자는 어디까지나 ’묵상 도우미’일 뿐이고, 결국은 복음을 개인 스스로가 다채롭게 느끼고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도우미의 도움을 안고 다시금 복음을 읽으면서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묵상하는 차례입니다. - 마지막은 함께 바치는 기도로 맺습니다. 저는 보통 진행자 개인의 기도보다는 전체의 묵상이 전례와 생활 속에 녹아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실제 묵상 진행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데 익숙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긴장도 많이 될 수 있고 사람들의 사소한 반응에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준비할 몫은 끝난 것입니다. 더 이상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한 ’낯뜨거움’에 시달리거나 결과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긴 채로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성령의 은혜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말은 되도록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하도록 노력합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특히 천천히 말하거나 휴지(pause)를 두어 가며 합니다. 그리고 혹시 산만한 사람이 있어서 마음이 흔들리거나 갑자기 신부님, 수녀님께서 들어오셔서 당황스러울(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 때만큼은 자신이 ’복음의 전달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명심하고 의연하게 임해야 할 것입니다. 갑자기 진행자의 태도가 달라지면 전체 묵상분위기도 무너지기 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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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제가 지금껏 묵상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저 자신은 부족하지만 그것을 주님께서 정말 놀랍게 채워 주신다는 것입니다. 산만하던 사람들이 조용히 집중하는 모습, 묵상하는 모습, 또 부족한 제 입을 빌려 나가는 말씀들... 모두 평소의 제 능력으로 되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말입니다. 그러므로 다른 본당에서도 이런 일을 생각하고 있다면, 우선은 두려워하지 마시기를 권고합니다. 이런 노력들은 사람의 힘만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고 믿어집니다. 각각의 상황에 맞추어 형태와 길이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좋은 것도 급히 먹으면 체할 수 있으니까), 지금 많은 사람들이 영혼 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면 그것을 좌시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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