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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잠원라우다떼복음묵상(그리스도왕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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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쪽지 캡슐 작성일1999-11-23 조회수1,015 추천수2 반대(0) 신고

우선 저희 발표회에 함께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라우다떼인 모두와 함께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저도 정말 많이 느끼고 기뻐했습니다. 그 이야기도 곧 올리고 싶습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 잠원동 라우다떼성가단 복음묵상시간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99. 11. 21. 그리스도 왕 대축일

제1독서 에제 34,11-12.15-17(너희는 나의 양 떼이다. 나는 이제 양과 양 사이의 시비를 가려 주리라.)

제2독서 고린1 15,20-26.28(그리스도께서는 그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시고, 하느님께서 만물을 완전히 지배하시게 될 것입니다.)

복   음 마태 25,31-46(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러운 왕좌에 앉아 그들을 서로 갈라놓으실 것이다.)

 

<준비 및 진행 : 이봉섭 바오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늘은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인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지난 두 주일 복음에 이어지는 세상 종말에 대한 가르침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다 같이 마태오복음 25장을 펴 주십시오. 오늘 복음은 25장 31절에서 46절까지의 말씀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을 떨치며 모든 천사들을 거느리고 와서 영광스러운 왕좌에 앉게 되면 모든 민족들을 앞에 불러 놓고 마치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갈라놓듯이 그들을 갈라 양은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자리잡게 할 것이다. 그 때에 그 임금은 자기 오른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희는 내 아버지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니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었다.’ 이 말을 듣고 의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 주리신 것을 보고 잡수실 것을 드렸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또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으며, 언제 주님께서 병드셨거나 감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저희가 찾아가 뵈었습니까?’ 그러면 임금은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왼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의 졸도들을 가두려고 준비한 영원한 불 속에 들어가라. 너희는 내가 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지 않았고,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으며, 또 병들었을 때나 감옥에 갇혔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다.’ 이 말들 듣고 그들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주님, 주님께서 언제 굶주리고 목마르셨으며, 언제 나그네 되시고 헐벗으셨으며, 또 언제 병드시고 감옥에 갇히셨기에 저희가 모른 체하고 돌보아 드리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그러면 임금은 ’똑똑히 들어라. 여기 있는 형제들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곧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 이리하여 그들은 영원히 벌받는 곳으로 쫓겨날 것이며,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갈 것이다."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에, 이 세상의 마지막에 이 이야기를 듣게 될 것입니다. 역시 장례미사 때에도 이 복음을 듣습니다. 우리 생애의 마지막에도 이 말씀을 들을 것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의인과 악인을 심판하여 악인은 영원히 벌받는 곳으로 보내고 의인은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받아들이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그리스도 왕을 따라 살았는지 그분을 무시하며 살았는지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리는 그리스도 왕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의 왕의 모습과는 너무나 딴판이었습니다. 궁전에서 태어나 화려하게 살아가신 것이 아니라 가난하게 태어나셔서 소외된 이들을 돌보며 사셨습니다. 그분은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 것입니다.(마태 20,28) 세상에서 그분의 왕권을 선포해 준 것은 십자가 위에 달려 있던 명패 뿐이었습니다. 왕의 의복으로는 닳아빠진 주홍색 옷이, 제왕의 홀(笏)로는 갈대가, 그리고 왕관으로는 가시관이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것이 그리스도 왕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그 죽음마저 쳐 이기시고 영광스러운 왕좌에 앉으십니다. 그리고 그 화려했던 세상의 왕들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을 심판하고 다스리실 것입니다. 이분이 또한 그리스도 왕이십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그 영광의 승리를 홀로 누리려 하지 않으시고 교회도 함께 누리게 하셨습니다. 바로 우리도 그 영광으로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그 길은 바로 그리스도 왕을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스도 신자의 왕직은 물론 세상의 왕이 아닌 그리스도 왕의 직분입니다. 왕직이란 바로 ’봉사직’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 왕께서 낮은 이들을 섬기신 것처럼 우리도 그분을 따라 소외받은 사람들, 가난한 이들, 병자들을 위해 봉사하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주님을 마음으로 믿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그분의 뜻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길을 따름으로써 우리도 그분을 따라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봉사는 사람만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주님을 보고 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라고 하시며 이러한 모든 봉사가 그리스도를 위한 봉사임을 말씀해 주십니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사람들 안에서 주님께서 우리를 환영해 주실 것입니다.

 

  성가대로서 봉사하는 것 역시 참으로 고귀한 봉사임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어제 성가발표회를 통해 물질적으로 가난한 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영적으로 목마르던 우리들과 오신 분들이 기도와 감동으로 인도되었습니다. 앞으로 계속되는 전례에서도 이렇게 성가를 통한 기도로써 고귀한 봉사를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성가대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 전체에서 주님의 뜻을 따르는 삶을 살도록 다시금 다짐해야겠습니다.

  사실 주님을 따르는 삶이 참으로 쉽지 않음을 느끼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일은 주님과 함께 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바치는 정성과 기도 안에 주님께서 도우실 것입니다. 그것을 어제도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너무나 모자랐던 부분들을 주님께서 너무나 놀랍게 채워 주시면서 그분의 일을 이루지 않으셨습니까? 기도와 노력 안에 그리스도 왕께서 그분을 따르는 우리를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다시금 세상의 왕이 아닌 그리스도 왕을 따르기를 결심하시면서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묵상>

 

  사랑의 왕 그리스도님, 저희를 채워 주시고 보살펴 주심에 감사드리오며 비오니 계속해서 저희가 세상의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히 당신을 따르도록 인도해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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