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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잠원라우다떼복음묵상(대림제4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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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쪽지 캡슐 작성일1999-12-20 조회수929 추천수1 반대(0) 신고

대림 제 4주일, 잠원본당 라우다떼성가단 복음묵상시간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99. 12. 19. 대림 제 4주일
제1독서 사무2 7,1-5.8ㄴ-12.14ㄱ.16(다윗의 나라는 주님 앞에서 길이 뻗어 나갈 것이
다.)
제2독서 로마 16,25-27(오랜 세월 동안 감추어졌던 그 심오한 진리가 이제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복   음 루가 1,26-38(너는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으리라.)

<준비 및 진행 : 이봉섭 바오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복음읽기>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 지 여섯 달이 되었을 때에 하느님께서는 천사 가브리
엘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시어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사
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는 마리
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
신다." 하고 인사하였다.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
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다시 "두려워하지 말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
여라. 그 아기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
다. 주 하느님께서 그에게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시어 야곱의 후손을 영원히 다
스리는 왕이 되겠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하고 일러주었다. 이 말을
듣고 마리아가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
자 천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 그 거룩한 아기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라고들
하였지만, 그 늙은 나이에도 아기를 가진 지가 벌써 여섯 달이나 되었다. 하느님께
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
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
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오늘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육화(肉化)의 신비를 묵상합니다. 성령의 힘으로,
작고 보잘 것 없는 한 처녀의 태중에 하느님의 아들이 잉태됩니다. 바로 이 순간에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창조하신 우주의 시간과 공간 안에 들어오십니다. 하느님의 사
랑과 용서와 구원이 지상에 내려오십니다.
  이제 하느님의 아들은 마리아의 품 안에서 육체적으로 현존합니다. 하느님이신 예수께
서 어머니 태중의 태아가 되셨고, 마리아 안에, 마리아로 말미암아, 마리아의 몸과
피를 나누어 받으시며 사십니다. 이 아름답고 놀라운 모습으로, 아담의 죄로 갈라졌던
하느님과 인간이 다시 일치하였고 하늘과 땅은 화목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습을 가슴 깊이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놀라우며 은혜로운 신비인
지... 그래서 우리가 신앙고백을 바칠 때에도 이 부분에 가서는 고개를 숙입니다. 음
악으로 만들어진 미사곡에서도 ’Et incarnatus est...’로 시작되는 이 부분은 언
제나 특별히 아름답고 신비하게 다루어지는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 신비로운 육화의 신비가 이루어진 순간은 바로 마리아께서 "지금 말씀대로 저
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한 때입니다. 하느님께서 외아들을 보내심
으로써 구원사업을 완성하려고 하셨을 때, 천사를 보내셔서 한 처녀와 상의하셨습니
다. 그 처녀 마리아는 우선 놀라고 당황하게 됩니다. 처녀로서 아기를 가진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돌에 맞아 죽게 될 일이었고, 그러지 않더라도 이 일은 자신의 일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내 주님의 일에 전적으로 순명하십
니다. 이 순명은 맹종도 아니고 자포자기도 아닙니다. 위험과 두려움 속에서도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자기 자신을 모두 내어 맡긴 것입니다. 이 순명의 순간에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신 구원의 신비가 이루어졌고, 마리아께서는 참으로 복되신 하느님의 어머
니가 되셨습니다.
  이 순명의 모습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아름다운 모범이 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
은 어떤 모습으로든지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일에 참여하도록 부름받은 사람이기 때
문입니다. 우리는 성가대 안에서는 물론이고 각자의 다양한 생활 안에서 주님의 일
에 참여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 자신도 마리아처럼 주님의 일을 잉태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을 잘 돌아다보지 않을 뿐이지요. 우리가 어떻게 삶 속에서
주님의 일에 참여하고 있는지 같이 돌아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그렇게 부름받고
있음을 생각하는지, 자신을 주님의 일을 위해 온전히 내어 맡길 마음을 가지고 있는
지, 혹시 주님 뜻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내 뜻에 주님이 맞았으면 하는 것은
아닌지...
  주님께 순명하여 그분께 자신을 의탁하는 삶에는, 자신의 뜻과 세상의 뜻을 따라
살 때와는 다른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길은 우리가 성모님에
게서 볼 수 있듯이 참으로 복된 길입니다. 망설임과 두려움이 있을 때, 성모님처럼 역
시 주님께 불림받은 사람으로서 가브리엘 천사가 우리에게 하는 말을 다시 가슴 속
에서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 두려워하지 말라."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저희를 지극히 사랑하셔서 스스로 사람이 되어 오신 주님, 그리고 저희를 당신 복
된 길에 초대해 주신 주님, 저희가 성모님과 같은 순명으로 그 복된 길에 저희를 온
전히 맡기고 나아갈 수 있도록 은총과 힘을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
나이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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