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파이프오르간?(한 개신교신자의 글을 보며)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신간] 부산가톨릭대학교 음악교육원 2008 기쁜소리 | |||
작성자이봉섭 | 작성일2000-04-04 | 조회수1,009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부인이 가진 오르간곡집을 구경하다가 그 서언이 눈에 띄었습니다. 개신교 신자인 연세대 곽상수 교수님의 글이었습니다. 출판년도가 1987년이라지만 아마 훨씬 전에 쓰여진 글일 거라 합니다.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쳐 갔습니다. 개신교에서도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는 생각 (옛날 일부 개신교 신자들은 오르간 파괴 운동도 했다지만...), 개신교 스스로를 비판하는 글인데도 남 얘기로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들... 또 파이프오르간이 많이들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사치스런 것인지, 그래서 한국 가톨릭에 파이프오르간이 그렇게도 없으며, 동양 최대의 성당에서도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하기 위해 주임신부님께서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하셨는지 하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전례 헌장과 성음악 지침에서 파이프오르간에 보낸 찬사도 떠오르고요.
오늘 제 글은 어떤 딱 부러지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다른 분들은 어떤 느낌 또는 생각을 가지실지 하며, 그 글을 옮기는 것입니다.
(가톨릭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고, 옛날 글이라 지금과 다른 것도 있으니 그런 건 그냥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서언-교회 오르간곡집을 내면서 곽 상 수 (교회오르간곡집 제 1집, 연세대학교 종교음악과 오르간교재연구회, 1987.)
오르간은 교회의 악기이다. 교회를 신축해 놓고 그 교회건물에 어울리는 오르간이 마련 안되었으면 헌당식을 보류하는 것이 교회의 관례이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오르간이란 악기는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일종의 사치품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오르가니스트의 존재가치는 전혀 무시되고 있으며 그가 무슨 곡을 연주하든 어떻게 연주하든 아주 무관심 상태에 저버려져 있는 실정이다. 교회음악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교회에 문제는 많다. 교회는 하나님을 경배하는 거룩한 장소이다. 하나님을 경배하는 데 필수요건을 세 가지 들을 수 있는데, 그 첫째는 경건, 둘째는 정성, 셋째는 아름다움이다. 경건이란 하나님의 임재를 뜻하는데, 찬송이나 기도 설교 모든 일이 하나님 앞에서 행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실정은 어떠한가. 찬송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보다 회중의 감정을 흥분시키는 흥분작용에만 치중하여 그렇게 됨으로써 은혜가 임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하나님 앞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사람에게 보이려 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점에 우리 한국교회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둘째 정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6.25 사변 후 난립한 교회건물들은 흡사 집 장사들이 돈 적게 들이고 겉만 뻔지르하게 지어서 파는 사기주택과 꼭 닮았다. 집장사들은 돈 버는 게 목적이겠지만 교회건물을 그렇게 지어 놓고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정성이 안들어간 엉터리 교회건물 안에서 한국교회의 신앙이 어떻게 자랄 수 있겠는가. 또 교회음악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정성이 깃들인 곳에 아름다움은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진실된 여인이 몸 단장하는 그 아름다운 마음, 그 마음씨 이것이 곧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종교예술, 교회음악이 있을 수밖에 없는 연원이요, 참된 높은 미의식이 진정한 기독교인의 필수요건이 되는 이유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교회의 문제는 심각한데 이 문제점을 해결하는 하나의 길은 교회음악을 올바르게 세우는 것이라 하겠다. 올바른 교회음악의 역할이 한국교회를 올바르게 바로잡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나는 믿는 바이다. 한국교회에는 현재 파이프오르간이 두 대밖에 없다. 하나는 서울 명동성당에 있는 8열밖에 안되는 미제 중고품이요, 또 하나는 승동교회에 있는 것인데 내가 학업을 마치고 귀국할 때 은사 맥커디 박사께서 마련해 주신 3열짜리 연습용 오르간을 봉헌한 것이다. 파이프오르간에서 한 음색을 내는 파이프의 그룹(61내외)을 한 열(Rank)이라 부르는데, 10열 이내면 연습용이나 작은 챠플용이요, 20열 내외면 소형, 50열 내외면 중형, 100열이나 그 이상이 되면 대형이다. 건반에 관해서 잠시 언급한다면 손건반(Manual Keyboard)은 건반수가 반드시 61건(C부터 시작되는 5옥타브와 한음 높은 c를 더한 것)이며, 건반 단수는 최소 두단, 중형은 3단이나 4단, 대형은 5단 이상 7단까지 있다. 발건반(Pedal Keyboard)은 32건(C부터 시작되는 두 옥타브와 완전 5도로 높은 음은 g까지)이 원칙이다. 오르간 하면은 으례히 파이프오르간을 뜻하며 더욱이 교회용 오르간으로서는 파이프오르간밖에는 없는 것인데, 근래 전기오르간을 사용하는 일이 하나의 유행이 된 일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예를 보면 간혹 안이하게 전기오르간을 마련해 본 교회들도 다시 파이프오르간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으며, 이웃 일본을 보면 교회재정이 허락하지 않으면 리드오르간을 사용할지언정 예배시간에 피아노나 전기오르간을 쓰는 일이 없으며, 큰 교회(4,5백명 교인)라면 으례히 파이프오르간을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일본에서는 파이프오르간의 수가 200대를 넘었다. 물론 이 수는 구라파나 미국제품으로 훌륭한 연주용이요 학교에서 가지고 있는 연습용 오르간은 제외된 숫자이며, 일본내에서 파이프오르간을 만들기도 하지만 파이프오르간을 마련하는 경우 더 정성과 돈을 들여서 거의 다 독일이나 미국을 위시한 우수한 오르간 제작가들에게 위촉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 이러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 한국교회의 실정은 어떠한가. 여의도 부흥집회에 세계최대의 인파를 모여들일 수 있는 열심과 맹종으로 한국교회는 임무를 다한 것인가. 동남아 선교사 양성본부가 되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교양미, 미의식 종교예술에 관한 관심이 없는 한국교회라는 평을 우리는 그대로 감수해야 할 것인가. 2부 3부 아니 4부 예배를 본다는 교회들이 교회의 악기인 파이프오르간을 구입할 재정을 못 마련한다면 그 교회들은 다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나의 주장은 현실에 안맞는 은혜스럽지 못한 것으로 낙인이 찍힌다. 그래서 나는 한국교회에 혁명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후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