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가 288번] 성인 찬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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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임용학 | 작성일2000-09-03 | 조회수1,013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 찬미 예수님
성가 288번 전에는 "우리 선조 우리 복자... ." 로 시작되었던 곡입니다. 이 곡의 중요한 포인트는 짧은 8분 쉼표라고 생각합니다. 꼭 해야 할 말을 감정에 북받혀 다 하지 못한 그런 상태의 표현이랄까(호흡과 다른) 그래서 Risoluto로 노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미사 전례중에 자주 선곡되지 않는 곡으로 성가대만 노래할 수 있는 훌륭한 곡입니다.
제가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을 기념하던 때에 저희 성가대 정기 연주회의 첫 곡으로 이 곡을 택하면서 연습기간 동안 내내 쉼표의 적절한 표현에 고심했던 기억이 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사실은 이 곡의 박자에 대해 말씀 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막 순교성월 피정을 마치고 돌아왔기에 느낀 점을 함께 나누려 함입니다.
피정을 하는 동안 줄곧 제 뇌리를 떠나지 않은 것 중의 하나가 우리 순교 성인들께서는 감옥에 갇혔을 때 어떤 찬미가를 불렀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성가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순교의 길을 택한 성인도 계시리라 짐작 해 볼 수 있습니다.
혹시 뱃사공 임치백을 아시는지요?
신자가 아닌 몸으로 감옥에 갇혔을 때 김대건 성인에게서 세례를 받으시고 그 길로 순교의 길을 택하신 분입니다.
천주학쟁이가 아님을 안 포졸이 십계명을 외워 보라고 하자 한 마디 답변도 못하고 ’저는 비록 무식하지만 천주께서 나의 아버지이신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만하면 된 것 아니냐 그러니 참수해 달라’고 청합니다. 그러면서 감옥에서는 자신 보다 먼저 신앙생활을 했던 여러 신자들에게 "나는 아무런 공로도 없지만 천주의 특별한 은혜로 먼저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게 되면 내려와서 당신들의 손을 이끌고 아버지의 나라로 인도하겠소 용기를 가지시오" 하고 말씀하셨다 합니다.
신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감히 생각할 수 없었던 말을 어떻게 며칠만에 세례 받은 이가 태연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성가에 미친 이들이 한 번 쯤 돌이켜 생각해 봄직한 순교사화라고 생각합니다.
요셉이라는 세례명으로 짧은 신앙생활에 성인이 되신 분의 단순하기 그지없는 영성을 묵상하며, 오늘도 음정 박자와 무관하게 성가를 하시는 형제님과 파견 미사를 함께 드리면서 내게 특별한 재능을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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