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국 일리노이주 어바나-샴페인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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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 작성일2000-09-06 | 조회수1,256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성가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약 한 달만에 인사드립니다. 미국 일리노이대로 유학온 이봉섭 바오로입니다. 성가 가족들께서 많은 격려를 보내 주신 것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다행히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별 무리 없이 정착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미국 중북부에 있는 일리노이주의 어바나(Urbana)라는 작은 도시입니다. 샴페인(Champaign)이라는 도시와 붙어 있고, 이 두 곳에 저희 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가 걸쳐 있습니다. 두 곳 합쳐서 인구가 10만밖에 안됩니다만, 유서깊은 학교가 있는 덕인지 문화적인 기반은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우선 저희 생활을 간단히 소개드리면서 이곳 환경을 말씀드릴 수 있을 듯 합니다.
저희 부부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혼자용 아파트(겨우 2층짜리지만 ^^;)에 살고 있는데, 좀 오래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다람쥐와 토끼가 뛰노는 잔디밭과 언덕을 가진 아름다운 곳입니다. 겨우 지난 주에야 전화번호를 받았고 (한국식으로 말하면 주민등록증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학교에선 아무래도 한글을 쓰기가 어려우니, 이곳에 글 쓰는 것도 늦어졌습니다. 그 전화선에 한국에서 쓰던 노트북을 연결해서 쓰고 있습니다. 인터넷 열풍은 역시 한국이 앞서가는 모양입니다. 이 아파트에도 언젠가 케이블 인터넷이 들어올 거라는 소문은 있습니다만... 물론 학교에서는 고속인터넷을 쓸 수 있습니다.
8월 23일날 개강해서, 저는 일단 수업을 들으면서 지금 지도교수님을 선정하느라 한참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충 5년은 매달려 있어야 할 테고 앞으로의 진로와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테니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석사 할 때는 참 쉽게 정했는데, 이번에는 서로간에 사정을 맞추기가 여간 어렵질 않습니다. 마음에 둔 교수님이 학생을 받을 사정이 안된다든가... 이번 주가 고비가 될 듯 합니다. 정말 제게 좋은 지도교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기도 좀 해 주십시오... ^^; 한편 내년 정도부터 공부할 예정으로 온 카타리나는... 오르간 교수한테 메일로 연락을 했는데, 이 교수님(Dana Robinson)이 신임 교수라서 대학원생을 받으려고 열심히 당기는 것입니다. 이미 마감이 끝난 어학연수코스 사무실에 직접 얘기해서 입학시켜 주고, 연습실 열쇠도 받게 해 주고, 레슨까지 해 주는 모양입니다. 그 교수님과 얼마나 잘 맞을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잘 풀리는 분위기입니다. (정작 정식 학생이면서 조교인 저한테는 여태 지도교수도, 열쇠도 없습니다... T_T)
도착하고 처음 맞은 주일, 한참을 헤메다가 캠퍼스 안에 있는 성 요한 성당(St. John’s Catholic Chapel)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그다지 크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지은 지는 꽤 되었는지 2차바티칸공의회 이전의 성당 구조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다 본 순간, 목5동 것보다 큰 파이프오르간이 떡 버티고 있는 데에 그냥 놀라 버렸습니다... 신자 수도 얼마 안되어 보였는데 말입니다. 다음 놀란 것은 음대에서였습니다. 우선 음대 스미스홀(Smith Memorial Hall) 중앙에는 대충 명동 것만한 파이프오르간이 있었습니다. 다음 피아노 연습실은... 대략 한 평짜리 방 수십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까지는 한국 학교들과 비슷했는데, 그 방마다 들어가 있는 피아노는 모조리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 그랜드 피아노였습니다. "외국 어디는 연습실도 스타인웨이라더라" 하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설마 설마 했는데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대학 전체에 한두 대 있으면 다행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안 것이지만 1층에 상당히 괜찮은 소형 파이프오르간이 한 대 더 있고, 그 외에도 4대의 연습용파이프오르간이 더 있습니다. 한편으로 캠퍼스 근처에 있는 개신교회(루터교회, 감독교회, 웨슬리 등등...)에도 소리 좋은 중형 파이프오르간이 여럿 있고, 거의 잠가 놓지도 않아서, 아무나 들어가서 쳐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구 10만짜리 이 지역에 파이프오르간 몇 대가 있는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카타리나는 연습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진짜 파이프오르간과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마음껏 연습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번 건드려 보기도 얼마나 어려웠는데 말입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경제력의 차이가 큽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한국의 경제와 교육이 집중되어 있는 천만 인구의 서울에 비해서도 인구 십만짜리 이 지역의 문화적 바탕이 떨어질 게 없어 보인다는 것, 일례로 아마 더 많은 파이프오르간과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서구에는 한국에서 흔히 보는 ’전기 오르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성가 게시판에 올린 곽상수 교수님 글에도 나오고요), 정말이었습니다. 천주교든 개신교든 오르간(=파이프오르간)을 쓰기 곤란한 곳에서 신디사이저나 피아노를 쓰는 곳은 있어도 전기오르간을 쓰는 곳은 없습니다. 그런 것 자체가 없으니 말입니다. 계속 들으면 느끼지만, 아무리 비슷해도 합성한 전자음과 실제 파이프 소리는 분명 다르고 그 감동의 정도도 분명히 다릅니다. 제가 당장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어도, 그것이 영혼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다를 것이라 믿어집니다.
=========================================== 어느새 시간이 늦어서 자정을 넘겼습니다. (이곳 시간은 Summer time이 적용되는 동안에는 한국보다 14시간 늦습니다.) 다음에 또 적어야 할 듯 합니다. 이곳의 환경이 좋다는 얘기만 많이 한 것 같은데, 또한 문제점과 더 생각해야 할 점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환경에 비해 정작 오르간 연주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 여러 곳에서 역시 전례음악에서의 문제점이 많이 보인다는 점 등입니다. 이곳에는 5개의 성당이 있는데 아직은 두 군데밖에 못 가 보았습니다. 여기서 느끼는 점들, 나중에 정리되는 대로 올릴 생각입니다.
한국에 계시는 많은 성가 가족들께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주님 안에서 참되고 아름다운 성가 바치시길 바랍니다.
이봉섭 바오로 드림.
Bong-Sub Lee & Jin-Kyung Lim 2001 S. Orchard Street Apt. D, Urbana, IL 61801, USA. (217)328-7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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