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울 혜화동성당 음악회 참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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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0-11-05 | 조회수1,058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서울 혜화동 성당 음악회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로라
서울 혜화동 성당 외부에 크게 붙어있는 말씀입니다. 오가는 사람이 다 보게되지요. 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영세 이전부터 이 앞을 지나며 참 좋은 글이다...하고 느꼈습니다. 왜냐하면요....제가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살며 혜화국민학교를 다녔거든요.
근 사십년이 지난 오늘 성가대 발표회에 처음 들어가 보니 어찌 감회가 없겠습니까?
2000년 대희년에 전통있는 혜화동 성당 3개 성가대 합동 발표회 참관 소감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1월 4일 (토) 저녁 7시 30분에 가을 음악회가 개최되었다. 애초 성음악 발표회인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 그냥 가을 음악회이다. 따라서 프로그람을 보니 미사곡이나 전례성가보다는 신자들과 인근 주민을 위한 음악회 성격이다.
성당은 1927년에 설립된 역사가 있고 좋은 전통을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백동 성가대는 성음악인들에게 잘 알려진 청년 성가대이다.이 말은 백동 성가대 출신이 출중한 사람이 많다는 뜻도 있다. (추기:원래 동네 이름이 백동,잣나무골, 이었고 원산으로 이사간 베네딕도 수도원 시절 이름, 즉 베네딕도의 한문 표기 이름과 비슷하기도 하다)
성당에 들어서 보니 제대 벽면이 밝은 색의 타일로 장식되어 있고 왼쪽 벽 쪽으로 예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어 신자들에게 잘 보이고 성가대석은 벽을 뚫고 위치하여 신자들에게 일부만 보이게 되어 있다. (예전에는 2층성가대석에서 성가대가 연주했는데 이제는 개조가 되었다).
좌석은 1층이 약 600석 정도로 큰 편이고 2층이 약 70석 되겠다. 공명 상태는 보통...
제1부는 백동 성가대 연주인데 지휘자는 방성욱 사도요한으로 우리 게시판에 전문적 성악 이론과 딕션을 게재하고 있는 분이다. 말총(꽁지) 머리 묶음이 이색적이다. 성가대원 수는 예상외로 적어서 22명이고 남성이 더 많다. 연주 곡명은 16세기 작품인 스카라티의 마니피캇(마리아의 노래)이다. 전형적인 중세기 다성음악이다. 연주 시간 약 17분. 한국 초연인 듯?
이 시대의 노래는 악보 보다 2-3도 낮춰서 불러야 하고 템포나 강약의 변화가 적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휘선도 크지 않고 소리를 절제하고 파트별로 한 소리 (우나 보체)를 내도록 훈련한 것으로 느꼈다. 그러다 보니 강조해야할 부분, 특히 마지막 글로리아 및 아멘 부분이 너무 부드럽지 않았는가... 느꼈고 라틴어 발음에서 Exsultavit 라는 단어가 여러번 나오는데 엑술따빗을 엑설따빗으로 발음하는 것이 보편적인 발음과 다르다. 화음은 좋은데 속 시원한 느낌이 덜 한 것은 왜일까? 소프라노는 5명에 불과해도 소리가 곱고 숨이 길-다.
제2부 베네딕도 청년 성가대는 또다른 청년성가대인데 인원이 19명에 불과하고 남성은 6명으로 구색만 갖췄다. (지휘자는 김형균 임마누엘 형제).그대신 현악 4중주가 협연하여 보충효과를 톡톡이 봤다. 엘가의 아베베룸과 모차르트의 알렐루야 및 베르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불렀다. 3곡 모두 대중화 된 곡이라서 청중들에겐 좋은 인상을 주었다. 우선 쉬우니까.. 듣기에 편하다. 다만 남성 부족으로 저음 받침이 약할 수 밖에 없고 박력이 아쉽다.
제 3부는 현악 4중주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 마이너...합창 사이에 신선한 현악 향연이고...
제 4부는 장년 성가대로 인원은 약 30명 되지만 남성은 7명으로 불균형이다. (지휘자는 정준영 스테파노 형제) 연주 곡은 윤용선 신부님의 은총의 사람들이여..외2곡은 가곡이다.
윤신부님 곡은 시편성가 풍의 고요한 곡인데 새로운 맛이 나는 성가이다. 이 무대는 가곡 연주 때 오르간 반주와 궁합이 잘 안 맞는 것 같았다. 가벼운 피아노가 오히려 어울릴 것 같다. 음색이나 볼룸이 합창을 누르는 느낌을 받은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오늘의 백미는 제 4부 격인 연합성가대의 성가 4곡이다.
주예수 바라보라, 주님의 작은 그릇, J.포레의 아베마리아. 및 영광의 찬가 였다. 50명이 되니 비로소 발표회 같다. 앞의 4개 무대는 솔직히 학예회를 보는 듯 했는데 이 무대는 가장 성가다운 종교적 감동을 주었다. 지휘는 방성욱 사도요한 형제가 했다. 제 1부 보다 자신감있게 잘- 했다.
오늘 음악회는 청중도 많이 온 편이고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였고 3명의 실력있는 지휘자들이 수고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무대는 노력한 만큼 나타나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본당에 청년 성가대가 두 개나 있고 이런 무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고 저력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는 깊어가는 가을 밤에 다양한 장르의 곡을 맛 본 기쁨이 있다.
주임신부님과 수고하신 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
보통사람의 눈으로 본 소감이었습니다
김 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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