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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산 안락동성당 성음악미사 참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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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쪽지 캡슐 작성일2000-11-16 조회수1,175 추천수7 반대(0) 신고

(서른 두 번째 전례성가 순례기)

 

입동이 지나더니 은행잎이 거리를 물 들이고 서울엔 비가오고 강원도에는 눈이 오네요!

성탄대축일이 다가온다는 징표이지요. 저는 모처럼 성가연습 부담없이 한가한? 시간을 즐깁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은 평일 성음악 미사 참례하러 부산교구에 다녀온

소감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부산 안락(安樂) 성당은 이름도 안락--하지만 오래 전부터 성음악 미사를 매 주 수요일에

봉헌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렇게 자주 정기적으로 하는 곳은 한국에서 유일합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가서 보고 듣기를 갈망하였으나 평일날 직장 문제로 이루지 못하던중..

드디어 어제 소원을 이루고 돌아 왔습니다.

 

비행기로 부산에 날아가서 저녁 7시 미사에 참례후 밤 11시 새마을 열차로 귀경하여

영등포 역에서 새벽 일찍 택시 타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스릴이 있지요... 잠시 눈 붙이고

글을 올립니다.

 

안락동성당은 부산 동래구 충렬탑 근처 6차선 대로변에 있습니다.

1986년에 설립되었으니 역사가 길지는 않고 신자 수 약 6천 정도의 중견 성당입니다.

 

도심 속에 노송 몇 그루가 정겨운 청솔 언덕에 자리를 잘 잡았고 벽돌 3층 구조입니다.

1층은 강당과 교리실, 2층은 성전, 3층은 성가대인 셈 이지요.

성당 내부는 좌석 약 480석에 성가대 70석 도합 약 550석 규모이고

천정 중앙부분이 양 옆 보다 솟아서 매우 높은지라 공명이 좋습니다.

제대 벽 앞에 걸린 현수막이 눈길을 끕니다.

 

"나는 선교 왕, 너도 선교 왕, 우리 모두 선교 왕!"

 

오후 5시 넘어 가서 보니 고운 여성 합창소리가 밖으로 들린다. 그레고리오 성가 연습소리이다.

참으로 부지런 하고 열심 하다는 생각이 든다. 알렐루야---를 연습중이다.

묵상을 하고 있노라니 성가 소리가 아련히..들려오는 데 오르간도 연습에 들어 간다.

조금 있으니까 오르간과 트롬본 소리가 들린다.. 참으로 열심이다.

이렇게 하니까 성음악 미사가 유지되는 것 이리라.

 

중국에 장자의 꿈이란 글이 있다.

 

"내가 꿈을 꾸는데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았다. 그런데 내가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내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에 김빠뜨리시오의 착각이 있다.

 

"그레고리오 성가 소리, 오르간 소리, 트롬본 소리를 함께 들으니

내가 안락성당에 와 있는지, 부산 가톨릭음악원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

 

한 시간 반을 지루한지 모르게 기다려 드디어 7시에 미사시작!!

저녁기도와 대희년 기도, 위령성월 기도 후 시작한다.

신자 수는 약 100명...이 중 꼬마(초등생) 약 20명이 있다. 복사와 그 후보 같은데

부모 손에 이끌려 왔으니 녀석들, 행복한 줄 알아라!

 

오늘 성가는 부산 여성 그레고리오 합창단(지휘 이창룡 요한)이 맡았다.

 

안락 성당에서는 수요 성음악 미사를 4개의 성가대가 돌아가며 맡는다.

[성가대 뿐만 아니라 주례사제도 김승주신부, 윤용선 신부, 신기현 신부, 김경옥 신부님이 돌아가며 맡는다고 되어 있다].

 

안젤리카 합창단(지휘 배승택/김은주)   여성합창,

부산 그레고리오 합창단(지휘 이해원)   남성합창,

부산 가톨릭합창단(지휘 이성훈/박헌일) 혼성합창.

 

모두 수준급의 성가대/합창단이다.

그러니까 부산 교구는 지휘자, 성가대 자원이 풍부하다.

어째 교구별 성음악 인력 자원의 빈부 격차가 이리 심한가?

안 키워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합창단 하나 쯤  불우 교구를 도울 수 없을까? 안타깝다.

 

입당 안내가 있고 오르간 연주가 나온다. 연주자는 허은진!

메시아 중 아리아 "주님께서 살아계심을 믿나이다" 를 연주하는 동안

성가대가 흰 까운에 미사보를 쓰고 두 줄로 입당한다.

(우선 복장부터 합격! 이다, 암...저래야지...)

 

유일한 남성 지휘자와 10명의 중년 여성들이다. 모두 11명인데 원래는 15명 정도로 알고 있다. 성가대가 제대 앞에 서서 공손히 절을 하고 입당송을 그레고리오 성가로 부른다.

물론 무반주에 지휘자가 허밍으로 음을 잡고 들어간다.

성가대 대형은 제대를 향하여 반 원형으로 서서 부른다. 지휘자는 가운데에 함께 서서 지휘...

 

Intret oratio mea.....주님, 제 기도를 들어 주소서.....

 

우선 소리가 크고도 곱다. 모두 성악적 배경을 갖춘 때문인지 듣기 좋다.

이어서 주례사제(김승주 신부)의 라틴어 경문이 나오 는데 깜짝 놀랐다.

In nomine Domini......

(저 신부님 ,한국 사람 맞아?)

 

나는 한국 신부님 중에 이렇게 좋은 음성과 라틴어 발음으로 집전하는 성음악 미사에

참례해 본 적이 별로 없다.( 결코 아부가 아니다). 주례사제와 성가대 본당 환경이 3위 1체가 된 듯 하다.

역시 부산 가톨릭 음악원을 창설하시고 이끌어 오셨던 분이라 다르다고 느꼈다.

 

Kyrie는 배부된 악보에 있는 연중 미사곡이다(De angeiis.제 8번)

깐또르(독창자, 지휘자)가 좋은 음성으로 선창하고 성가대가 복창하는 형태....

잘- 한다. 노래후 공손히 제대에 절 하는 모습도 거룩하게 보인다.

화답송도 후렴과 독송 부분을 같은 요령으로 노래...1절만 한다.

알렐루야도 마찬가지인데 독송 부분은 여성이 독창한다. 멜리스마가 많은 곡이다.

 

봉헌송 후  프레파시오도 사제와 성가대가 대송을 하고....

주님의 기도 pater nostre가 나오기에 더듬 더듬 따라 불렀다.

쌍뚜스와 아뉴스 데이 도 유려하다. 다만 겹 세로줄로 갈 때 템포가 더 느려지고

소리가 작아졌으면 ..어떠했을까...생각해 보았다.

 

영성체송은 가톨릭 성가 170장 "만나를 먹은 이스라엘 백성"을 트롬본 독주(오르간 반주)로 연주했다. 중후한 금관악기인데 매우 이색적인 시도로 본다.

원래 관악기는 미사에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알았는데 괜찮은 것을 보니 워낙 잘 불어서 그런가 보다. 연주자는 정우철 요아킴으로 소개되었다.

 

퇴장성가는 라틴어 살베레지나(성가집 277장은 현대 악보로 바뿐 곡임)을 부르는데   어? 첫음이  좀 높다.(조금 더 높았으면 성가대가 고생할 뻔 했겠다)

이 노래도 따라 불렀다.

후주로 오르간 연주가 장엄하고 신난다. 생쌍 곡"찬미의 노래를 불러라" 이다.

 

맺으며...

 

오늘 안락동 성당에서는 진짜 성음악 미사가 봉헌 되었다.

그레고리오 성가의 전통과 특성상 남성합창이 미사에 더 잘 어울릴 듯 하나

여성 합창도 좋다는 느낌이다. 아무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가 본 보람이 있다.

 

다만 신자들의 참여 폭이 너무 적지 않나? 물론 이 미사는 성음악을 사랑하고

라틴어 전례를 좋아하는 신자들을 위한 미사이다. 그래도 성가대 이외에는

듣기(구경)만 하는 미사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최소한 화답송과 알렐루야

후렴만이라도 미사 전 10분전에 누가 가르쳐 주면 미사 때 흉내내가며 함께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미사에 온 사람들은 어느정도 그레고리오 성가를 아는 신자라는 가정하에.....

 

성음악에 관한한 다른 대교구 보다 앞서가는 부산 교구와 한국 최고의 성음악 미사를

제도화 한 안락성당에 갈채와 감사를 보냅니다.

 

칸타테 도미노!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사족: 어느 성가대원이 반가이 인사한다. 누고?

     옛날에 진해에서 지휘할 때 소프라노인 성가대원인데 지금은 자기도 지휘자가 되었고

     여성 그레고리오 합창단원이 되었다고 한다.

     고마운지고...!!.이럴 때 옛 지휘자로서 보람이 있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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