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선곡의 예에 대한 생각(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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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 작성일2000-12-18 | 조회수909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아래 2011번 글에서 이어집니다.)
2. 실제 곡의 예
이제 보다 구체적으로, 아래 1991번 글의 예시 중 몇 곡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똑같이 하나의 법을 적용하더라도, 그 대상에 따라서 누가 보아도 명백한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법관들끼리도 해석을 달리하여 의견이 갈라집니다. 1995번 글에서는 이 곡들에 대해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되지도 않는" 등의 표현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그 해석이 대단히 명백한 것으로 취급되는 듯 합니다. 그러나 저희가 볼 때에는 그 예들에 대해서 상당히 다른 견해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Allegri의 Miserere Mei Deus
여기서는 먼저 알레그리의 Miserere를 예로 들어서 전례에의 적합성, 난이도와 길이의 문제 등을 생각하고자 합니다.
i) 소개와 역사적 사례 먼저 Miserere에 대한 소개를 위해 김종헌 신부님의 글을 잠시 인용하겠습니다. "우선 Allegri의 "Miserere mei Deus..." 이 가사는 시편 50편의 라틴어 번역입니다. 우리가 연도드릴 적에 사용하는 시편이기도 하지요. 이 시편은 일종의 "참회 시편"으로서 성 목요일, 성 금요일, 성 토요일 (즉, 성삼일) 아침 찬미가로, 또 죽은 이를 위한 성무일도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례를 위한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종헌 신부님, 성가게시판 121 <다성음악과 성가대> 중.) 1991번 글에서는 이 곡 자체가 전례에 적합하지 않다는 근거로서 "고음의 길고 긴 곡이 주는 신자들의 괴로움과 분심, 전례분위기의 흐트러짐"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위 인용문에서는 일단 이 곡의 전례 사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또한 모차르트와 관련된 일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곡은 크게 존중되어 교황 전례에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만약 이 곡이 전례에 적합하지 않다면 그 옛 시대에 이미 교황청에서 배제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위의 두 예만 보더라도, 이 곡이 전례 분위기를 흐트리며 신자들에게 ’괴로움’마저 준다는 생각은 보편적으로는 인정받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례 의식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는(전례헌장 116) 그레고리오 성가를 비롯해서 아무리 좋은 전례곡을 바치더라도, 신자들 중에는 분심을 가지거나 시계부터 쳐다보는 사람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ii) 연주시간 이 곡의 연주시간은 대략 12분 내외입니다. 상당히 긴 곡이라서 작은 규모의 전례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재의 수요일, 성금요일 등의 전례는 일반적으로 매우 깁니다. 예컨대 재의 수요일 때 재를 받는 예식은 매우 긴 행렬을 수반하게 되며, 이 때 주님 앞에서 우리의 죄를 통회하고 그 용서를 간구하는 성가가 필요합니다. 그 통회와 간구의 기도로서 시편 50편(히브리성서의 51편)만큼 적합한 가사를 찾기 어려우며, 이것을 알레그리의 작품만큼 절절하면서도 아름답게 재창조해 낸 작품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오히려 본당 여건이 허락한다면 이 때의 성가로 이 곡을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iii) 축소 가능성 일반적으로 곡의 일부를 생략하는 것은 위험이 따르므로 되도록 피할 일이지만, 특별히 Miserere의 경우는 정히 길이가 문제될 경우에 축소도 가능합니다. 한 가지 예로 곡의 다섯 단락 중 둘째, 셋째 부분(보소서, 저는 죄 중에 생겨났고 ~ 당신 정의를 높이 일컬으오리다)을 생략하더라도, 주님께 자비를 청하고 인간 죄의 본성을 파악하며 하느님과의 진정한 화해와 일치를 갈망하는 원래의 시편 흐름은 별 무리없이 유지됩니다. 음악적으로는 반복의 생략이므로 더욱 무리가 없다고 보입니다. 저희도 생략은 원치 않지만 그렇게라도 하기를 원하는 것은, 얼마를 생략하고 나서도 이 가사는 다른 여간한 가사보다 월등해 보이며 그 음악이 기도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판단을 가지고 사순시기에 이렇게 특송을 바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별 무리 없이 잘 진행되었으며, 참례했던 어느 신자분은 미사 후 일부러 찾아와서 감사를 표하기도 하였고, 성가대원들도 성가 중에 그 기도의 마음이 스스로 우러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iv) 난이도 문제 사실 Miserere를 비롯해서 여기에 올라 있는 여러 곡들이 우리나라 성가대 대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어렵고, 따라서 무리하게 연주를 강행한다면 ’오히려 소음으로 들릴(1991번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성가대 사정이 그렇다면 이 홈페이지에 추천되어 있더라도 지휘자가 알아서 선곡하지 말아야 합니다. 비단 이런 곡뿐 아니라 그 어떤 곡도 연주에 따라서는 소음이 될 수 있기에, 선곡자는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예컨대 전례음악의 최고봉이라는 그레고리오 성가 역시 일반 신자들로서는 잘 배워서 부르기가 상당히 어렵고, 더욱이 실제 현장에서 이를 잘 모르는 전례음악 담당자들에 의해서 전혀 옳지 않게 연주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위험성을 걱정해서 제외한다면 여기서는 아무 곡도 추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곡 자체가 전례에 부적합하다면 모르되, 난이도가 높다고 해서 성가홈페이지에서 이런 곡들이 추천된 것이 격렬하게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여기에 평균적인 성가대의 역량에 비해 어려운 성가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므로, 난이도에 따라 좀더 다양한 곡을 제시한다면 좋을 것입니다. 현재 많은 성가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일부 성가대는 상당한 기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아마추어로서 "폴리포니 발성은 고사하고 일반 발성도 잘 안 된" 단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전례에서 완벽한 발성만을 필요로 한다면 차라리 일반 성가대는 다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이 게시판에서 많이 언급되었듯이 일반 성악 교육을 받은 사람보다 오히려 아마추어들의 음성이 더욱 그레고리오 성가와 다성음악 등에 적합한 것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Miserere의 경우도 어렵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성가대와 알맞은 독창자를 갖추면 전례에 충분히 도움이 되는, 적어도 방해는 하지 않을 정도의 봉헌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많지는 않았어도 본당 성가대에 의해 연주된 적이 있으며, 그 모두가 전례를 방해하는 아마추어의 섣부른 연주였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습니다.
(세 번째 글로서, 헨델의 메시아에 대한 생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곡을 전례 중 사용할 수 없는 대표적인 예로 못박은 교황청 성음악 지침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 구체적인 조항 및 그 이유와 배경 등에 대해 아시는 분께서는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희도 배우는 과정에 있으며, 저희 글이 틀릴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기 바라며, 가능한 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봉섭 바오로, 임진경 카타리나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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