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전옥찬 오르간+김청자 독창의 감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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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1-03-19 | 조회수1,283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성가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서울 목5동 성당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은 듯합니다. 목5동 성당은 성음악과 관련하여 여러 번 소개 된 바 있습니다. 오늘 사순 제 3주 일 저녁미사 (오후 5시)에 참례했는데 제2의 장년 성가대가 창미사를 주도 하고 영성체 특송으로 메조 소프라노 김청자씨의 독창(오 나의 자비로운 주여)가 이 미사를 더욱 풍요롭게 빛냈습니다.
오늘 약 25명의 성가대는 얼마전에 신설된 성가대임에도 화답송을 이상적으로 이끌고 청아한 소프라노 독창자가 시편(독송)부분을 아름답게 노래했습니다. 일반 성가의 템포가 좀 빠른 듯하게 불리운 것도 좋고 (다만, 아-멘은 너무 빨라서 신자들이 미처 못 따라감)인재가 많아 연령층이 비슷한 장년 혼성 성가대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게된 목5동 성당이 부럽기만 합니다.
1. 제1무대. 전옥찬 오르간 (약 24분간)
미사가 끝난 후 바로 오르가니스트 전옥찬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가 있었는데 메조 소프라노 김청자씨의 출연이 신자 이외에도 이웃 주민들의 참석을 고무 시킨 듯 하다.1층 신자석과 2층은 물론 유아방에도 관객이 찼다. 교회에서 개최된 음악회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성황이다. 오늘 이 음악회의 정식 명칭은 "2001년 이웃과 함께 하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 이다. 앞으로 매월 3째 주일마다 개최하는데 이미 금년 출연자는 예약이 찼다고 한다.
오르가니스트 전옥찬씨는 즉흥연주에도 능하고 학구적인 연주자로 정평이 나 있다. "성가 반주를 위한 오르간 즉흥 연주법 교본"과 "전례시기에 따른 파이프 오르간 연주곡집"을 펴 낸 바 있다.
연주 곡은 바하의 사순 곡(주님을 믿고 의지하리라:작품번호 647번)과 부활 곡"주님 저희 곁에 임하소서: 작품번호 649번)을 편곡한 오르간 곡 들이다. 작년 5월 "오르간과 성가의 밤" 에서와 같이 객석 앞에 대형 수상기를 설치하여 연주자의 연주 모습을 1층에서 볼 수 있게 배려했는데 경험이 쌓여서 그런지 3차원 중계로 연주자가 온몸으로 연주에 열중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발페달을 쓸 때에는 발 동작에 초점을 비추고 가끔 악보도 비추어 현장감을 더했다. 파이프 오르간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져서 부모님 손에 이끌려 온 아이들이 많은 것도 밝은 미래를 보는 듯 하여 흐믓했다.
이어서 시베리우스의 핀란디아가 연주 되었다. 이 곡 역시 유명한 핀란드 국민의 교향시를 오르간 곡으로 편곡한 것인데 귀에 익은 곡이지만 맛이 새롭다.
파이프 오르간을 왜 악기의 왕이라고 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다양한 음색, 직접 내 귀속에서 연주 되는 듯 한 진동감.....역시 전자 오르간은 흉내를 낼 수 없는 소리이다.
제2무대. 김청자 독창(약 15분간)
한국 보다는 외국에서 활동을 많이했던 메조 소프라노 김청자 교수(한국 예술 종합학교 음악원)의 독창이다. 김교수는 최근 정통 예술 가곡 보다는 성령 세미나 봉사에 비중을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노래는 실로 깊은 영혼 으로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 호소력이 있다. 주님이 찬미 노래를 들으시고 반드시 어여삐 여기실 것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게다가 세련된 무대 매너와 표정은 성악, 특히 오페라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면에서 교과서적인 표준을 제시하는 것 같다. 첫 곡은 바하/꾸노의 아베 마리아 이고 두 번 째 곡은 나운영의 야훼는 나의 목자시니(가톨릭 성가책 470번)이다. 나이를 유추하기 어려운 기름지고 약간 허스키-한 발성은 모방이 불가능할 것 같다. 관객 입장에서 두 노래의 감동으로 만족할 리 없다. 우레와 같은 앙콜 요청에 "평화를 너에게 주리라..."를 보너스로 들려주었다
제 3무대. 전옥찬 오르간(약 18분간)
알렉산더 길망(Guilmant)의 작품 42번으로 2악장을 먼저, 1악장을 나중에 연주하였다. 2악장은 잔잔한 목가적 분위기이고 1악장은 장엄하고 웅장하여 대비가 된다.행여 마귀가 성당에 들어왔다가도 이 연주소리를 듣곤 놀라 도망을 가겠다.....는 느낌이다.
4. 후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된 연주회였다. 특별출연한 김청자(아네스)씨의 신앙심에서 우러난 노래에 대한 감동 뿐만 아니라 "야훼는 나의 목자"의 작곡자인 고 나운영씨에 대한 회고이다(찬송가에는 여호와는....으로 되어있음) 그 분을 직접 만난 적은 없으나 그분이 천주교 신자(명동 성당에서 영세자) 로서 그의 음악을 펴지 못하고 개신교로 개종하여 왕성한 활동을 한 사실이다.
매 주 신곡을 작곡하여 평생 1,000 곡이 넘는 곡을 직접 지휘하며 발표 했다. 가히 "새로운 노래를 주님께" 20년 이상 봉헌한 역작이라 하겠다. 그 중에 오늘 연주된 곡과 성가책 214번 주께 드리네....두 곡만 우리가 애창하고 있다. 우리 가톨릭에서는 제 2의 나운영 같은 인재를 수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을까...하는 노파심이 든다. 기우이기 바란다.
또 한가지는 목5동 성당의 훌륭한 나눔과 베품이다. 좋은 오르간과 좋은 연주 장소를 아낌 없이 내놓고 지역 이웃과 교회 음악가들에게 개방하고 있는 점이다. 내성당, 우리 성당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성당" 이라는 열린 마음에 박수를 친다.
우리 주위를 돌아 보자. 좋은 오르간과 울림이 좋은 공간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없는지......교회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웬일인지 가난하다고 하는데 연습장소와 공연장소를 못 구하여 쩔쩔 매는 연주자나 합창단은 없는지......
[신소설 상록수가 생각난다 "모두 모두 오너라,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오너라..."]
개인적으로 나는 오늘 횡재를 했다는 들 뜬 기분이다 !
저녁 5시 미사임에도 교중미사같은 창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으며 전옥찬 오르간 연주를 눈과 귀로 듣고 김청자 독창을 4곡이나 가슴으로 듣고 추체험을 한 것이다. 주일 오후 5시부터 7시 까지, 이보다 더 아름다운 시간을 어디서 찾았겠는가?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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