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자전거밖에 없는 성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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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신문교 | 작성일2001-03-21 | 조회수787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다음 글은 <성가>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오래된 이야기지만, <따뜻함>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믿기에 올려 드립니다.
<자전거밖에 없는 성당>
스텔라 승용차가 고급차 범주에 들던 시절이니 꽤 여러해 전 이야기다. 신축 성전 봉헌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서울 어느 본당의 총회장이 사목위원들을 모아놓고 한가지 제안을 하였다.
"여러분이 고생하신 보람으로 이제 우리는 넓고 아름다운 새 성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알다시피 본당 신부님께서 아직도 낡은 포니차를 타고 다니셔서 뵙기에 늘 민망스러우니 이번 기회에 스텔라 한 대 사 드립시다. 우리가 조금씩 힘을 모으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닐 겁니다."
그후 이분이 다른 볼 일로 경상도 어느 작은 본당을 찾았는데, 읍내에 나가셨던 신부님이 한나절이 지나서야 펑크 난 자전거를 끌고 땀 투성이가 된 채 돌아오셨단다.
"이것 참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이놈의 자전거가 워낙 낡아서 툭하면 이렇게 펑크가 난답니다." "아니 신부님! 승용차라면 몰라도 그래 오토바이 한 대도 없으십니까?" "어이구 오토바이라도 있으면 부자 성당이죠. 하긴 내년에는 어떻게든 한 대 장만해야 할텐데..."
가난한 농촌 교우들이 내는 빠듯한 주일 헌금으론 낡은 성당 수선비 마련도 어려운데 그게 어디 쉽겠느냐며 쓸쓸히 웃는 신부님의 까맣게 그을린 이마 위로 칠월의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서울로 돌아온 총회장은 즉시 사목위원회를 소집했다. 그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나서
"우리 신부님께는 대단히 죄송스런 일입니다만, 스텔라 사 드리려는 계획을 변경합시다. 대신 그 돈으로 오토바이를 구입해서 <자전거밖에 없는 성당>에 나눠 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스텔라 한 대 값이면 웬만한 작은 오토바이 열 대는 살 수 있을 겁니다."
이 계획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은 물론이다. 만약에 이분이 본당신부님 잘 모시는 것을 사목회장 직분의 전부로만 알았던들 이런 결정은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평신도 사도직 활동에 임하는 분들의 생각은 모름지기 이래야만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즈음에는 시골에도 이 정도로 궁핍한 본당은 없어졌으리라 믿지만 교구간, 본당간의 경제적인 격차는 날이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와 함께 가난했던 시절 그나마 넉넉했던 인심은 점점 더 메말라만 가고 있지 않은가. 이는 분명 오늘을 사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배고픈 형제를 돌볼 줄 모르는 자가 어찌 생판 모르는 남들을 도울 수 있단 말인가.
우리 가톨릭에 친교가 부족하다는 것은 빈 말이다. 각종 신심단체 모임에 가보라. 공식행사가 끝나고 소주잔이라도 나눌 때면 친교가 철철 흘러 넘친다. 다만 한가지 문제는 우리 단체 사랑을 남의 단체 사랑으로, 우리 성가대 사랑을, 남의 성가대 사랑으로, 우리 본당 사랑을 남의 본당 사랑으로 확산시켜 실천하는 일이 긴요할 따름이다.
아마뚜스합창단(amatus.com.ne.kr) 신문교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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