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일리노이에서]이곳의 전반적 소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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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 작성일2001-04-21 | 조회수1,327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찬미 예수님!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유학중인 이봉섭 바오로입니다.
줄곧 한국에서만 있다가 이곳에 온 지 8개월이 지났습니다. 인구 10만에 다섯 군데의 성당이 있는 작은 시골 도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반대편 먼 곳에서 전례에 참례하면서 새로이 느끼는 것들은 적지 않았습니다. 이곳 전례의 모습들을 조금씩 메모해 오다가, 이제 저의 작은 체험을 성가 가족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유학생활 중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는 어렵겠지만, 다만 한 달에 두세 차례라도 이곳 모습을 전하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 글은 여러 면에서 한계를 가집니다. 제가 본 것은 미국 안에서도 지극히 작은 일부이므로 제 글이 미국의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저의 전례 지식과 영어실력도 아직 부족해서 본 것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의 목적은 다만 먼 곳에서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능한 대로 소개함으로써 같이 느끼고 생각할 기회를 삼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여기서 작게나마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특성 소개> 제가 있는 곳은 미국 일리노이(Illinois)의 샴페인 카운티(Champaign County) 내에 있는 어바나(Urbana)라는 작은 도시입니다. 일리노이는 시카고로 대표되는 미국 중북부의 주이며, 그림과 같이 여섯 개의 가톨릭 교구가 있습니다. 이곳은 피오리아 교구 (http://www.cdop.org/) 소속으로, 교구장은 John J. Myers 주교님입니다. 홈페이지에 나온 1999년 현황에 따르면, 전체 144만의 인구 중 16%인 23만명이 가톨릭 신자이며, 교구사제 249명 (수도사제 등을 포함하여 총 303명), 종신부제 97명, 성당 164곳이 있습니다. 피오리아 교구가 품고 있는 26개 카운티 중 하나인 샴페인 카운티는 서울 면적의 네 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17만에 불과합니다. 신자 비율은 11%라 합니다. 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광활한 평지가 대부분 옥수수밭이며, 사람들은 군데 군데 있는 소도시에 몰려 있습니다. 그 가운데 어바나(Urbana)와 샴페인(Champaign)이라는 두 도시가 붙어서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고 있는데, 이곳에 약 10만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바로 이 두 도시에 걸쳐서 유서깊은 일리노이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옥수수밭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중심으로 여러 학문, 예술 활동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그 영향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터라 이곳의 문화적인 수준은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이곳 어바나-샴페인 안에 아래 소개드릴 다섯 개의 성당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역 소개가 좀 길었습니다만, 우선 앞에 말씀드린 대로 제가 볼 수 있었던 범위가 매우 한정되어 있으며, 또한 대학 도시로서의 특수성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으로, 피오리아 교구 지역의 인구가 서울 인구의 1/5에도 못 미치지만 성직자와 성당의 수는 서울대교구와 비슷한 수준인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 인구 중에 가톨릭 신자가 우리보다 많기도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신자 수에 비해 성직자와 성당 수가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리노이는 미국에서 가톨릭이 활발하고 성소가 많은 지역이라 합니다.
<Urbana-Champaign 지역의 성당들> 어바나-샴페인 지역에는 다음과 같이 Saint Patrick, Saint John, Saint Mary, Saint Matthew, Holy Cross의 다섯 개 성당이 있습니다. 우리 식으로 하자면 성 패트릭 (또는 성 빠뜨리시오), 성 요한, 성 마리아, 성 마태오, 거룩한 십자가 성당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 이름들은 상당히 보편적인 것으로서,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이름의 성당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 St. Patrick Catholic Church (708 W. Main, Urbana, IL) http://webs.soltec.net/stpatricks/ 1901년에 설립된 이래 이제 본당창설 100주년을 맞는 곳입니다. 건물은 1903년에 지어진 약 400석의 아담한 고딕식 성당이며, 천장이 높아서 울림이 좋고, 혜화동성당의 오르간 정도 규모인 파이프오르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나이를 잊은 듯한 67세의 주임신부님, 보좌 역할을 하시는 74세의 은퇴 신부님, 그리고 한 분의 종신부제가 계십니다. 매우 정성되고 따뜻한 전례와 강론에 함께 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주일날 이곳의 10시 30분 미사에 가기를 좋아합니다. 한편 이곳의 음악감독은 성가대 지휘자일 뿐 아니라 각 전례에서 오르간 연주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오르간 연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르간의 효과를 잘 살려서 연주할 줄 알고, 전례적인 고려 안에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미사 음악은 주로 전통성가를 중심으로 하면서 가끔 contemporary 음악을 채용하는 형태이며, contemporary 위주의 미사도 있습니다.
(주일) 7:30a, 9a, 10:30a, 12p (토요특전) 5p (평일) 7a, 12:10p (토요일) 8a
* St. John’s Catholic Chapel (604 E. Armory, Champaign, IL) http://www.newmancenter.com/st_johns/ 일리노이 대학교 학생들을 주 사목 대상으로 하며 학교 캠퍼스 내에 있는 성당입니다. 1917년에 설정된 성당이며, 지금 건물은 1936년에 지어진 크고 아름다운 성전입니다. 2층 성가대석 뒤편에 명동성당 오르간 정도 규모의 큰 파이프오르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계 뉴먼 재단(Newman Foundation)의 학생 기숙사인 뉴먼 홀이 성당에 이어져 있습니다. 주보에는 명예주임 Duncan 몬시뇰을 포함하여 일곱 분의 신부님이 나와 있는데, 그분들이 다 이곳에 상주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최소한 서너 분은 항상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신자들의 대부분이 대학생으로, 방학 중에는 많은 수가 고향으로 가는 까닭에 미사 대수도 달라집니다. 신부님들이 매우 보수적 성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단히 정성되고 원칙에 충실한 전례를 거행합니다. 한편으로 그 음악의 형태는 그레고리오 성가와 다성음악으로부터 contemporary 음악까지 다양한 모습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학생 위주의 성당이라 그런지 주일미사는 전기기타와 신디사이저를 동원한 contemporary 위주의 미사가 더 많습니다. 전통성가 위주인 주일 10시 30분 미사에서는 성가대가 특송을 연주하는데 르네상스 다성음악도 많이 다루며, 영성체송으로 Graduale Triplex에 있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라틴어 미사를 그레고리오 성가와 함께 거행하는 것이 대단히 특징적입니다.
(학기중) (주일) 9a(Spanish), 10:30a, 12:00p, 4:30p, 6p, 9p (토요특전) 5p (평일) 8a, 12a, 5p (Wed. 5p : Latin) (토요일) 12a
* St. Mary Catholic Church (612 E. Park, Champaign, IL)
1854년에 설립된, 이 지역에서 가장 역사 깊은 성당입니다. 지금 건물은 1888년에 세워진 고딕식 건물인데, 이 성당에 이어 세워진 St. Patrick 성당 건물도 이와 매우 유사한 모양과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혜화동 내지 목5동성당 오르간 비슷한 규모로 보이는 황금빛 파이프오르간이 2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는 것 외에도 이곳은 특이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이 타운의 한국 신자들이 대부분 이 성당에 나오기 때문에 가끔 한인성당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주일 당일에 한 대 있는 미사에 나오는 신자들의 거의 반 정도가 한국 신자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주로 유학생인 한국 신자들끼리 매우 친밀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묵주기도, 성서공부 등을 위한 각종 모임을 만들어서 열심히 활동하고, 한인 주보도 만듭니다. 그리고 자그마한 성가대 역시 거의 모두 한국 학생입니다. 저는 전례가 그다지 편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이곳 미사에 자주 가지 않지만, 밖에서도 이 공동체의 사람들이 너무나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66세의 신부님 한 분이 계시는데, 전례에서 상당히 "자유스러운" 모습과 신자들에 대한 많은 배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이 해방신학에 심취한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잘 모르긴 해도 사람에 대한 배려라는 점에서 그 특징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동안 고장난 채로 있는 파이프오르간을 쓰는 대신 성당 앞에서 성가대가 신디사이저와 함께 주로 contemporary 성가를 노래하면서 신자들의 참여를 인도합니다. 미사 처음 성호경에 앞서서 "Good morning, 안녕하세요?"라 인사하는 모습, 주님의 기도를 영어 chant로 한 번 부른 후 다시 우리말 이종철신부님 곡(가톨릭성가 387)으로 한번 더 부르는 것도 아주 특이합니다. 신부님의 강론 내용을 미리 인쇄해서 배부해 주는데, 영어 듣기에 어려움을 겪는 입장에서는 특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주일)10a (토요특전) 6p
* St. Matthew Catholic Church (1303 Lincolnshire, Champaign, IL) 가장 최근에 지어진 큰 성당이고 신자수도 많은 듯 합니다. 설립연도는 1965년입니다. 주임신부님과 보좌신부님, 그리고 한 분의 종신부제가 있습니다. 특히 50세의 주임신부님이 충실한 전례의 모습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 분은 그레고리오 성가에 어울리는 목소리와 출중한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례가 흐르는 모습이 원칙에 충실하게 정착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2층에 목5동 오르간 정도 규모로 생각되는 특이한 파이프오르간이 있는데, 이 곳의 연주자가 충분히 효과를 살려서 전례를 받친다는 느낌이나 성가대가 활발하다는 인상은 아직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일) 8a, 9:30a, 11:30a, 5:15p (토요특전) 5:15p (평일) 월-토 6:40a 아침기도와 미사, 월-목 5:10p 저녁기도와 미사
* Holy Cross Catholic Church (405 W. Clark, Champaign, IL) 1912년에 설립된 성당으로, 건물은 천장이 파란 돔 형태인 큰 성전이며 음향이 매우 좋아서 연주회 장소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었었지만 지금은 파이프들만 남아 있고, 실제로는 보기 드물게 전기오르간을 사용합니다. (참고로 이곳 성당이나 교회에는 보통 파이프오르간이나 또는 신디사이저가 있으며 전기오르간이라는 개념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정성된 전례와 강론이 이어지는데, 음악감독 성향은 contemporary 위주라서 미사 때 그런 성향의 음악을 오르간 반주로 노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르가니스트는 이곳 대학의 오르간전공 학생입니다.
(주일) 8a, 9:30a, 11:30a, 5:30p (토요특전) 5:30p (평일) 7a
간단히 말씀드린 것처럼 이곳의 모습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흔히 떠오르는 미국에 대한 이미지처럼 상당히 "자유롭게" 보이는 전례의 모습도 있지만, 오히려 더더욱 원칙에 충실하고 전통을 지키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음악의 형태 역시 현대의 생활성가풍 음악부터 전통적인 그레고리오 성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다만 그렇게 크게 다른 모습이 한 대의 미사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보통 각각의 미사마다 그 특징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보통 "traditional" 과 "contemporary"라는 말을 써서 그 형태를 구별하는데, 안내문 등에도 어떤 미사는 주로 traditional이며 어떤 미사는 contemporary라고 써 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미사마다 주로 모이는 사람들도 다른 것 같습니다. (* 참고로 일단 저는 이 글에서 contemporary라는 말을 번역하지 않고 쓰고 있습니다. 생활성가라고 쓰자니 정확한 의미는 아닌 것 같고, 같은 말을 담고 있는 CCM이라는 용어는 제가 자세히 모르는 보다 좁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한편 성당마다 상당한 규모의 파이프오르간을 갖추었거나 적어도 가졌었다는 것도 우리 눈에는 매우 특이하게 보입니다. 아마 이 사람들한테는 한국에서 대부분 전기오르간을 쓰는 게 더 특이할 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아무리 성당 역사도 오래 되었고 평균소득도 많을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5개 성당의 신자수를 합쳐서 만 몇천 명 수준인 이곳에서 각기 파이프오르간을 갖추었다는 것은 결국 어떤 "우선순위"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빠르게 신자와 성당 수를 늘리고 큰 성당은 나누고자 하는 한국 상황에서 당장 성당마다 파이프오르간을 갖춘다는 것은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한국에서 전례를 위한 파이프오르간의 우선순위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다음 기회에는 이곳에서 사용되는 성가집에 대한 소개에 이어 각 성당에서 드린 전례의 모습들, 여기서 보는 특별한 모습들 등에 대해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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