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5월의 Ave Maria] 연주회 참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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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1-05-05 | 조회수1,089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맑은 하늘 오월은 성모님의 달...
성가가족 여러분 잘 지내십니까? 오늘은 아주 특별한 교회음악 향연에 다녀온 감동을 조금이나마 전하고자 합니다. 사실 오늘 연주에 대한 참관기나 연주평은 안하는 것이 제가 실수를 덜 하는것 일지도 모릅니다.
최고 수준의 독창자, 합창단, 오르가니스트, 피아니스트와 이를 지휘한 지휘자가 훌륭한 연주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참석한 약 700명의 관객만이 보기에는 아쉬운 면이 큽니다. 텔레비젼으로 생중계를 해도 좋으련만...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2001년 5월 4일, 어린이날 전야 연휴일인 금요일 저녁 7시40분! 서울 혜화동 성당에서는 뜨리니따스 합창단과 테너 이영화 형제의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뜨리니따스 합창단은 작년까지 아카데미아 스콜래 깐또룸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교회음악 전문 합창단이었다. 신호철 음악감독이 정성을 들여 가꾸고 키운 합창단인데 20 여 단원이 성악도 이거나 이에 버금가는 합창 선수들로 구성되어있다. 테너 이영화는 태어난 미성을 바탕으로 이태리에서 갈고 닦은 오페라 전문가이다. 사람을 겉을 보고 판단하면 안되지만 콩쿨 우승 경력을 보니 화려함을 넘어 찬란하다.
오늘 공연은 여타 교회음악 연주와 달리 음악기획사에서 티켓을 판매하고 홍보를 맡은 모험적 연주회였다. 늘 무료입장에도 관객 동원이 어려운 교회음악 연주 풍토에서 시험적 무대가 된 연주회였다. 결과는 외견상 만족할 만 하다고 보았다. [객석이 꽉! 찼다]
혜화동 성당은 1927년에 설립되어 몇차레 개조, 개장되어 오늘에 이르렀는데 제대 앞 좌측에 예쁜 파이프 오르간(2단/17스톱)이 있고 성가대석이 있는 구조이다. 좌석 수 약 700석이고 제대 벽면이 타일장식이라서 공명에 도움이 된다.
연주는 합창단 지도신부(정의철)님의 성모송 합송 인도로 시작되었다. 합창단은 소프라노 6명, 앨토 4명, 테너 3명, 베이스 5명(조용상 신부 포함) 계18명이다. 작년에 비하여 여성 단원교체가 많은듯하다.
프로그램과 소감을 간단히 소개하면, (곡 앞에 반주 악기 표시)
G.Piano-Alleluja 합창 W.A. Mozart 단원들 표정도 밝고 소리도 경쾌하다. 이 번 부활 때 많이들 연주했으리라! 달콤한 소리이다. 특히 소프라노 소리가 전 보다 맑아졌다.
Organ - Laudate Dominum 소프라노(박영랑) 독창과 합창 W.A. Mozart 소프라노의 긴 독창후 합창이 화음을 넣는 형상의 곡인데 독창자는 성량을 절제(?)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이 소프라노라서 높은 음 올라가는 것이 일품인데 저음 부분은 상대적으로 약한 듯...
Organ - Ave verum corpus 합창 W.A.Mozart 가톨릭 성가책 194번"성체" 이다. 대축일에 특송을 부르 듯 부드럽고 경건하게 연주한다. 특히 후반부에서 소프라노의 긴-프레이즈(in mortis)를 여유있게 잘 끌고 간다. 테너가 좀 길게 빼 주었으면...하는 부분이 있었다.
G.Piano- Cujus animam(stabat mater 중) 테너 독창 G. Rossini 내가 본 테너 중에 제일 미남이 입장했다. 수염을 기른 이영화 이다. 관객들의 (꼴깍 하고)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경쾌한 피아노 전주가 나오고 노래가 나오는데.......뭐랄까? 청아하다....고려청자를 손가락으로 튕긴소리가 이럴까? 하는 느낌이다. 스페인의 호세 카레라스의 음색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엔진 출력 큰 차가 언덕을 쉬이 오르 듯 고음 저음 중간음 모두 부드럽고 힘이 넘치는 듯 하다. . G.Piano- Ave Maria 테너 독창 F.Schubert 잘 알려진 아름다운 곡이다. [비오는날 밤에 여자들이 이 곡을 들으면 잠을 못 이룬다고 했던가?] 한국 사람이 이렇게 잘 부르다니... 실감이 안날 정도이다. (사족; 이곡은 좀 감상적이고 작곡 동기가 개인적이며 가사가 라틴어이지만 좀 달라서 전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곡으로 분류되어 있다)
Organ- Psalm 43 합창 F. Mendelssohn 시편 43장을 주제로 한 8성부 곡이다. 한국 초연이라고 한다. 화답송 부르듯 남성이 유니슨으로 시작하고 여성이 받아 화음을 이룬다. 가사는 독일어이다. 앞으로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합창단이 많아지면 좋겠다.
Organ- Hear my prayer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 F. Mendelssohn 원곡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한 가사이다. 합창의 각 성부가 가지련 한데 앨토에 허스키- 한 음색이 좀 아쉽다.
G.Piano- Ave Maria 테너 독창 P. Mascagni 이런 노래가 신자가 아닌 테너가 불러도 저렇게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래가 끝날 때, 즉 아-멘- 할 때 두 손을 모으는 모습이 기도의 노래임을 느끼게 한다.
Organ- Agnus Dei 테너 독창 G.bizet 미성은 타고나는가? 다듬어 지는가? 하고 잠시 공상을 했다. [문득 이솝 우화가 스쳐간다. 여치가 이슬만 먹고 노래를 잘하는 것을 보고 당나귀가 자기도 이슬만 먹고 노래 연습하다가 굶어 죽었다는...] 쉽게 부르니 듣는 사람도 평안히 듣는다. 겉으론 그렇다. 그러나 호수를 유유히 헤엄치는 백조도 물 밑에서는 두 다리가 열심히 갈퀴질을 한다. 빽 빽히 들어찬 관중 때문에 소리가 흡수되어 독창자는 혼신을 다 하는 것을 느낀다.
Organ- Ave Maria 테너 독창과 합창 F.Mendelssohn 독창이 먼저 나온 후에 합창과 어루어 진다. 그림으로 치면 참으로 장관이다. 합창은 눈을 감고 들으면 약 30명 이상이 부르는 것 같이 들린다. 눈을 뜨고 머리 수를 다시 세어 보면 18명인데.... 부산 앞바다 오륙도를 연상했다.
Organ- Ave Maria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 G. Caccini 합창이 훌륭한 것은 지휘자의 지휘선이 작은 듯 해도 크리센도, 디크리센도가 정확하다는 것이다. 아-멘 같은 마침도 참 예쁘게 마무리 한다.
G.Piano- Ave Maria 테너 독창 C.gounod 과연 주옥같은 노래로다! 성모님 오늘 기쁘시겠다. 이렇게 아름다운 찬미를 받으시니......장소를 제공한 혜화동 성당도 복을 많이 받겠다. 이영화씨는 지치는 기색도 없다. 음색, 성량이 많이 충전되어있는 듯 하다.
Organ- Cantique de jean racine 합창 G. Faure 성음악 수준이 있는 성가대가 즐겨 부르는 곡이다. 포레의 곡들은 전례에 매우 적합한 곡들로 정평이 있다. 언제 들어도 좋다. 게다가 우리말로 개사하여 부른다.
Organ+Piano- Tantum ergo 테너 독창과 합창 G.Faure 오르간과 피아노의 반주인데 변화 무쌍한 기법이 나온다. 관객들이 시계를 보기 시작한다. 벌써 끝나는가...하는 아쉬움 때문이리라.
Organ- Sanctus 테너 독창과 합창 St. cecilia missa 중 C.Gounod 잘 알려진 노래이다. 특히 소년 소녀 합창단들이 즐겨 부르는 단골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을 테너와 성인 혼성4부가 부르니 또 맛이 다르다. 음악의 매력이다. 뭉클한 감동과 감명이 인다.
저녁 9시 23분에 연주가 끝났다. 우래와 같은 앙콜에 보답이 있었다. Panis Angelicus , 테너 독창과 합창이다. 성가책(503번)에도 있는 Cesar Franck 곡인데 원래가 테너 독창이 나오는 곡이다. 그런데 테너가 귀하다 보니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소프라노가 1절을 부르고 2절부터 합창이 한 마디 늦게 따라가는 곡이다. 참 멋있다. 합창이 성량을 줄여서 독창을 빛낸다. 균형을 잘 맞춘것이다.
맺으며...
오늘 이 연주회를 기획하고 실행한 신호철 지휘자는 이 시대 좀 별난 사람이다. 본업이 따로 있는데 성음악활동과 생업이 뒤바뀐것이 아닌가...느껴질 때가 많다. 보통 성가대, 합창단이 두 세 곡 소화하기도 어려운 곡을 10곡 이상 , 그것도 5-8성부에 초연 곡도 있다. 새로운 악보를 구하기 위해 투입하는 시간과 열정은 본 받을만 하다.
연주회가 끝나고 보니 굳이 (합창지휘에)아마추어와 전문가를 구별할 실익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나름이고 노력 나름이지, 더 이상 어떻게 잘 지휘하겠는가?
오르가니스트 조숙영 자매도 오르간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본당의 다른 반주자 처럼 혼성4부 합창을 보조적으로 따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통주저음 주법을 기초로 상성부에 즉흥연주를 붙이고 여러 관악기 소리를 브랜딩하는 등 변화무쌍한 음색 변화와 성량에 맞는 크기 조절 등 유심히 들으면 배울 것이 적지 않다. 단순 반주가 아니라 창의적 합주 차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약 2년 전 군종 교구장 이기현 주교님 서품식 때 명동 성당에서 지휘자와 오르가니스트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던 것도 기쁘다]
다른 오르가니스트인 김현이 자매도 잘해주었고 피아니스트 윤계남 자매도 빛을 더 해 주었다. 오늘 유심히 본 사람은 알겠거니와 오르가니스트 옆에 악보 넘기는 것을 도와주는 보조자가 따라 붙었다. 반주도 하던 김현이 자매 말고 훤칠한 남성이 있었다. 김문 이라는 청년인데 오르가니스트이다. 오르간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바하도 오르가니스트였다.우리교회에도 앞으로 훌륭한 남성 오르가니스트가 나오기 기대한다. 개신교와 성공회에는 남자오르가니트가 있다.[우스개 소리로 악보를 넘긴다고하여 넘순이, 넘돌이라고 한다]
5월 성모 성월에 뜨리니따스(삼위일체)합창단이 마련한 축제에서 이영화, 박명랑 두 독창자가 좋은 찬가를 함께 연주하였다. 이 연주를 보기 위하여 멀리 대구, 대전, 강릉에서 많은 신부, 수녀님들이 오시기도 했다. 우리 이웃에 이러한 무대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신호철 음악감독님 ! 단원 여러분 ! 독창자! 오르가니스트! 기획자 여러분! 두루 두루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관객의 매너도 연주자 수준에 걸맞게 일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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