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구 가톨릭대학 합창단 연주회 참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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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1-09-29 | 조회수885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칸타떼 도미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먹는 것, 입는 것 모두 곤궁하던 어린 시절의 바램이었습니다.
신문과 TV뉴스를 보노라면 아프가니스탄에서 곧 전쟁이 터질 것 같은 초 긴장상태이고 국내적으로는 우리가 마치 알라바마의 큰 도둑촌에서 사는 듯한 참담함을 느끼게 하는 기사들이 넘칩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그리고 그들을 용서하소서...
그래도 추석연휴에 고향집으로 향하는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 때에 저는 울산으로 날아갔습니다. 2001년 대구 가톨릭 대학교 음악대학 종교음악과 "정기 및 순회 연주회" 에 참관을 위해서입니다. 이 연주회는 여느 연주회와는 성격과 품격이 매우 다른 합창음악회이므로 특별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즉 종교음악과는 우리나라에 단 한 개 뿐인 가톨릭 종교음악을 연구, 교육하는 유일한 정규대학이란 점입니다. 한국에 교회음악과가 7개 대학에 있으나 모두 개신교 학교의 학과이고 일반음악분야와 거의 차별화 되지 않은데 비하여 이 대학 종교음악과는 교회전통음악(그레고리오 성가, 다성음악, 오르간, 작곡 등)을 중점적으로 가르칩니다.
정기연주란 9월 27일(목), 대학 소재지인 대구 어린이회관 꾀꼬리극장에서 연주된 것이고 순회연주란 9월 28일(금), 울산 야음성당에서의 연주를 이릅니다. [야음성당은 동네 이름에서 따온 곳인데 습지를 뜻하는 한문인 듯 합니다. 그리고 제가 대구를 지나 부득이 더 먼 울산으로 간 것은 목요일 연주를 보고나면 금요일 회사출근이 불가능 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이제 본론에 들어갑니다.
9월28일 저녁 7시50분, 도시치고는 공간이 너느넉 한 울산광역시 야음동 성당에서는 대구 가톨릭대학교 음악대학 종교음악과 학생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전례음악 연주가 있었다.(학생이라도 타 학과와 달리 연령층이 다양하다) 좌석 약 700석의 객석은 무대 공간 확보를 위한 앞자리 의자를 제외한 모든 자리가 찼다. 관객은 주로 방어진 성당 등 지역의 성가대원과 평협 간부들인 듯 하다. 연주 공간은 밝고 바닥은 인조석, 천장은 석고보드라서 울림이 너무 좋을 것을 우려했으나 관객이 들고 나니 괜찮다.
이 합창단이 제대 계단에 서고나니 꽉 찬다. 검정색 옷이라 무거운 느낌을 주는 약 90명의 대 합창단이다. 지휘자는 박대종 신부(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원 수사이며 종교음악과 교수, 로마 교황청 음대 졸업) 이고 반주자는 김미경양이다. 몸에 밴 습관대로 단원구성을 찬찬히 살펴보니 남학생 8명에 여학생 82명.... "하느님이 남자와 여자를 만드셨다...." 하는 말씀이 무색하다. 이 중 남학생 속에 신부 한명, 여학생 속에 수녀 3명이 끼어있어서 합창단의 성격을 암시하는 듯 하다.
제1부 그레고리오 성가
Gaudiamus omnes in Domino(다함께 주님안에서 즐거워하자: 모든 성인의 대축일 입당송)
여느 합창처럼 무대에 선 다음에 노래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미사 때 처럼 두 개의 제대 뒷 문으로 두 줄로 노래부르며 입장한다. 그러니 관객이 박수를 칠 겨를도 없다. 지휘자는 마지막 끝날 무렵에 입장하여 노래를 마무리한다. 자연히 작은 성량으로 시작되어 점점 크게 들리어 수도원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한다. 파트구성은 객석에서 보아 오른 쪽이 제1 소프라노이고 제일 왼 쪽이 제2 앨토인데 여기에 남성이 합세한 형상이다. 통상 남성이 뒷 줄에 서는데 워낙 수가 적으니 눈을 비비고 잘 봐야 보인다.
Kyrie, Gloria(12세기, 13세기의 제8선법. 큰 권세의 주 하느님이란 부제가 달려있는 미사곡이다). 선창자(깐또르)는 맨 뒷 줄 소프라노 6명이 맡았다. DNA가 같은 단원을 골랐는지 한 소리(우나 보체)이다. 깐또르와 다른 합창이 교창으로 이어지는데 합창단 인원 수가 많아서인지 안정적인 소리가 시원 시원하게 느껴진다.
Alleluia (제8선법,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전문가 그룹 답게 긴- 호흡, 정확한 발음(미쎄레레, 단어 끝에 S 발음 등), 지휘집중에 따른 일치( 전 곡을 암보로 부름)가 돋 보인다.
Credo(제4선법) 이 곡은 미사곡 범주에 들어가지만 통상 따로 분리해 둔다. 긴 가사 암기가 쉽지 않은 곡이고 가톨릭 신자임을(Catholicam....) 고백하는 구절이 인상적....
Sanctus, Agnus Dei(제4선법) 그레고리오 성가의 지휘는 얼핏 보면 부드러운데 지휘선이 불명확하고 두 손을 빙글 빙글 돌리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포도송이를 그리는 듯 하기도 한데 긴장과 이완을 불규칙하게 지휘하는 것이리라.
Salve Regina ( 모후 이시며...가톨릭 성가책 278번의 원형) 그레고리오 성가는 악보가 여러 가지이고 해석이 달라 리듬(음의 장단)이 다를 수 있다.
이들 성가연주는 단순한 그레고리오 성가 연주가 아니였다. 치밀한 곡 분석을 통하여 수학처럼 계산된 지휘와 그 속에서 기도음악으로 끌어내는 전례용 음악인 것이어서 가사의 뜻을 모르는 관객이라도 숙연하고 신비스로움을 느끼게 하였다. (그레고리오 성가이나 전 곡에 교회화성으로 반주를 붙였다).
제2부 다성음악
Vidi turbam magnam(많은 군중을 보았는데...) - F. Caudana 곡 이 곡부터 다성음악이라 남성이 존재를 드러내게 되어 한결 부드러운 소리를 느끼게 되었다. 악보상으로는 제2 앨토와 남성의 연합으로 베이스를 구성하지만 남성효과가 난다.
시편가사(109편)인데 Falsobordone 형식이라고 하여 후렴과 홀수절은 단선(그레고리오), 그리고 짝수절은 다성음악으로 되어있어서 미사 때 화답송을 연상케 한다.
Ave Maria - Palestrina 곡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을 응용한 다성음악이다. 그의 곡이 모두 그렇듯이 단순하고 가사 전달이 잘되도록 작곡된 작품이다. 이 곡은 나중에 앵콜곡으로 재연되었다.
Ego Sum panis vivus(나는 살아있는 빵이다) - Bartolucci 현존(84세) 로마 교황청 음대 교수(신부)의 작품이다. 힘이 생동하는 듯 한 곡이다. 고음부분에서 제1소프라노가 조금 호흡이 부친 듯...했으나 극복! 나는 살아 있는 (생명의) 빵이다..... 성체성가로 좋은 곡이다. 역시 아-멘과 알렐루야 부분이 후련하다.
Ecce vidimus eum(보라! 우리는 그 분 안에서 ...보지 못하노라) -M.A. Ingignerius 곡
Magnificat(성모님의 찬가) -palestrina 곡 두 곡 모두 그레고리오 선법을 응용한 아름다운 곡이다.
오늘 연주는 1, 2부 다하여 약 50분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감동은 잔 물결치듯 길었다. 관객을 의식한 음악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기도노래를 처음 접해본 대부분의 신자들은 이런 기회를 자주 갖게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한다.
이 합창단은 90명의 대형 합창단인데 속을 들여다 보면 2/3 정도가 개신교 신자이고 나머지가 가톨릭신자 또는 무교라고 한다. 이 들에게 가톨릭 전례문(라틴어 가사)를 외우게 하고 연주로 이어지도록 노력한 교수진의 노력을 생각한다.
"말을 냇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는 서양 격언도 있 듯이 혼연일체가 되어 한마음으로 합창을 하기란 쉽지 않다. 개 중에는 신앙을 갖게되기도 하고 개신교에 나가더라도 교회음악의 뿌리를 올 바르게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서 찬양을 한다면 더욱 풍성하고 알찬 찬양이 되리라 믿는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남성부족 현상이 너무 안타깝다(남녀비율 1:10).... 한국 교회음악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앵콜 곡은 아베마리아를 재연 했는데 한 곡 쯤 신자들이 잘 아는 성가를 부르던가 제창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느낌이다. 순교자 찬가(장하다 순교자!) 라도...
이 연주를 보기 위하여 서울과 부산에서 온 팬이 적지 않았음을 상기하며 이러한 순회 연주가 서울에서도 개최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구 가톨릭 대학교 종교음악과 합창단을 지도하신 교수진과 거룩한 노래를 선 보인 지휘자, 합창단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갔노라! 보았노라! 감동하고 돌아왔노라!
또한 좋은 장소를 마련하신 야음동 성당 주임(부산교구 김상호 신부, 세상이 좁다더니....제가 진해에서 해군 현역 장교(지휘자)시절에 군종(주임)신부였는데...약 20년 만에 만났습니다). 신부님과 평협 간부들께도 깊은 감사드립니다.
서울에서 김빠뜨리시오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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