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메시아 감상(7)] 제 18곡-제 21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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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 작성일2001-12-13 | 조회수701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
[메시아 감상(7)] 제 18곡-제 21곡
[이 글은 제가 1995년 6월에 저희 성가대원들을 위해 썼던 메시아 감상 도움글을 약간 수정하고 악보를 추가한 것입니다. 참고로 메시아의 nwc 악보는 http://www.vpmag.com/nwc/messiah.html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http://www.cdnow.com을 검색하면 여러 연주의 샘플도 들을 수 있습니다.]
No. 18 Air : Rejoice greatly, O daughter of Zion 아리아 : 수도 시온아, 한껏 기뻐하여라
즈가리야 예언서에 나오는 이 구절은 성탄 새벽 미사의 영성체송이기도 하며, 여기서 주님의 탄생을 기뻐하는 노래로 사용됩니다. 활기찬 전주에 이어 소프라노가 춤추는 듯 기쁘게 멜로디를 노래합니다. 빠른 16분음표들이 계속되어 상당한 기교를 요하는,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입니다. 매우 화려하지요. 이어 "He is the righteous Saviour..." 부분에서는 평화를 선포한다는 느낌에 맞게 조금 차분해졌다가, 처음의 화려한 부분이 약간 변화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합니다. 크게 두 가지 판이 있어서, 비슷한 선율이지만 하나는 4/4박자(악보 19), 하나는 12/8박자(악보 20)로 되어 있습니다. 리히터판, 패롯판 등은 4/4박자, 가디너판은 12/8박자 버전을 쓰고 있으며, 호그우드판은 특이하게 화려한 부분이 4/4박자, 차분한 부분이 12/8박자로 된 버전을 쓰고 있습니다.
[악보 19]
[악보 20]
호그우드판에 딸려 있는 해설서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군요. 예수님이 오시는 것을 신랑이 오는 것에 비유하지 않습니까? 가사에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헨델은 음악을 통해 혼인 잔치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바이올린의 라인이 춤곡인 지그(gigue)를 연주하고 있는데, 바이올린은 전통적으로 결혼식과 관련이 있으며 지그는 혼인 축제에서 보통 연주되던 춤곡이라는 것이지요. 한편 저는 패롯판에 나오는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Emma Kirkby)의 연주에 왠지 마음이 끌립니다. 완벽한 기교와 또렷한 발음을 바탕으로 해서, 기쁨과 여유를 함께 가지고 춤추는 듯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바로크시대 당시의 관습을 생각해서 곡 뒤로 가면서 나름대로의 장식을 많이 사용한 것도 특징입니다.
No. 19 Recitative : Then shall the eyes of the blind be opened 레시타티브 : 그 때에 소경은 눈을 뜨고
제 19곡부터 21곡까지 가사가 하나로 연관됩니다. 단순한 레시타티브인 19곡의 가사부터 다시 봅시다. "소경은 눈을 뜨고 귀머거리는 귀가 열리리라. 절름발이는 사슴처럼 기뻐 뛰며 벙어리도 혀가 풀려 노래하리라." 하는 이사야서의 예언, 바로 주님께서 행하신 것 그대로입니다. 이건 구약성서를 인용한 것이 아니라 주님의 행적을 묘사하기 위해 신약성서쯤에서 가져온 가사 같군요. 어떤 사건을 그보다 훨씬 전에 쓰여진 글을 가지고 묘사하는 것이지요. "신약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구약에서의 예언자들이 말한 것과 연관되며 그 예언으로써 설명된다"는 이 대본의 주제가 잘 나타납니다. 이렇게 해서 이스라엘 예언자들이 말했던 구세주가 바로 예수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No. 20 Air : He shall feed his flock 아리아 : 목자처럼 당신의 양떼에게 풀을 뜯기시며
이번에는 예언서와 복음이 같이 나와서 주님의 행적을 일깨웁니다. 출전은 전혀 다르지만 이미지는 그대로입니다. 목자와 같은 주님의 모습, "수고하고 짐을 진 여러분은 모두 내게로 오시오."라고 말씀하시는 그 모습이 아닙니까? 그 말씀을 기리며 인생고와 일상의 긴장에 지친 사람들이 부활하신 그리스도에게서 위안과 휴식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노래도 Larghetto, 12/8박자로 된 목가적인 노래입니다. 목자의 이미지와 어울리지요 (악보 21).
[악보 21]
원래 소프라노 혼자서 B 장조로 노래하도록 작곡했다가 초연 때는 F장조의 알토 솔로로 연주했고, 나중에는 예언서 부분을 알토가 F장조로, 복음서 부분을 소프라노가 B 장조로 노래하도록 고쳤다고 합니다. 따라서 지금도 연주마다 다른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No. 21 Chorus : His yoke is easy and his burthen is light 합창 : 사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습니다
"여러분은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서 배우시오"라는 앞의 가사에서 계속 이어지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멍에가 편하다니요? 예수님을 따르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우선 613가지나 되던 율법을 황금률(마태오 7,12)과 사랑의 이중계명(마태오 22,34-40)으로 환원시키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비록 당장 현실에서 그 길이 어려워 보일지 몰라도 궁극적인 삶을 생각하면 그것이 오히려 가장 편한 길이라는 묵상을 해 봅니다. 영어 가사는 "내 멍에는..." 대신 "그분의 멍에는..."이라고 되어 있지요. 이 한 마디가 합창곡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편한" 주님의 멍에를 지고 그분을 따르기를 결심하는 모양 같기도 합니다. 실제로 "easy(쉽다, 편하다)"라는 단어가 16분음표들로 된 선율선을 통해 특별히 강조되어 있으며, 특히 그 중에 가벼운 느낌을 더하는 점음표(제 2마디, 6마디 등)가 매우 독특합니다(악보 22).
이 주선율을 네 파트가 주고받는 다성적 짜임새로 진행되다가, 역시 갑자기 멈춘 후 몇 개의 긴 화음으로 맺어지는 헨델의 전형적인 종결법이 사용됩니다. 이렇게 하여 <메시아>의 제 1부가 막을 내립니다. 가디너판 같은 경우는 무척이나 빠르고 가벼워서 마치 그 가벼움을 기뻐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네요. 한편 패롯판의 경우는 그 "가벼운 짐"에 대해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묵상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패롯판에서 결코 느리지 않은 템포에 여러 16분음표로 된 선율선을 부르면서도 전혀 급하지 않고 오히려 프레이즈가 아주 여유있게 들리게 하는 점이 특히 배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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