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메시아 감상(8)] 제 22곡-제 23곡(제2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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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 작성일2001-12-14 | 조회수920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
[메시아 감상(8)] 제 22곡-제 23곡 (제 2부)
[이 글은 제가 1995년 6월에 저희 성가대원들을 위해 썼던 메시아 감상 도움글을 약간 수정하고 악보를 추가한 것입니다. 참고로 메시아의 nwc 악보는 http://www.vpmag.com/nwc/messiah.html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http://www.cdnow.com을 검색하면 여러 연주의 샘플도 들을 수 있습니다.]
No. 22 Chorus : Behold the Lamb of God 합창 : 보라, 세상의 죄를 치워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메시아> 제 2 부의 첫 곡입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치워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수난 부분의 서곡으로 아주 잘 맞는 가사라 하겠습니다. 원래 세례자 요한이 자기 쪽으로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한 말입니다. 서곡과 같이 점음표 리듬으로, 그리고 첫 번째 합창곡인 제 4곡 [주님의 영광이 나타나리니]에서처럼 알토에 의해 시작합니다. 계속하여 이어지는 인상적인 점음표 리듬이 우리의 주의를 일깨웁니다(악보 23).
호그우드가 쓴 연주노트에 의하면, 붙점 리듬과 그렇지 않은 리듬이 마주칠 때(예컨대 28마디 등에서) 실제로 점이 없는 리듬으로 적혀 있더라도 헨델 시대에는 이 곡의 모든 리듬이 주된 리듬인 점음표 리듬으로 동화되었을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악보 24에는 호그우드판에서 따르고 있는 리듬을 원래 음표 위에 별도로 표시하였습니다.
[악보 24]
No. 23 Air : He was despised 아리아 :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알토 독창자가 노래하는 이 곡은 메시아 중에서도 가장 비감에 어린 것입니다. 가사를 다시 한번 묵상해 봅니다. 주님께서 수난을 당하시는 모습이 절절하게 그려집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신약성서에 의한 것이 아니라, 훨씬 전에 쓰여진 예언서를 통해 나타나고 있습니다. Largo, E 장조로 출발합니다. 가장 슬픈 곡이라는데 장조로 된 것이지요. 그렇게 절제된 슬픔으로 잔잔하게 주님 당하신 고통을 묵상하며 노래합니다. 주님께서 겪으신 그 외로움, 버림받은 모습은 음악의 구조 속에도 나타나서, 노래의 멜로디를 현악이 동시에 연주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악보 25), 아무런 반주 없이 노래만 홀로 나오는 경우도(악보 26) 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그렇게 감정을 억누르고만 있기는 어렵지요. 현악기와 하프시코드가 마치 매질 소리같은 강렬한 점음표 리듬을 연주하면 c단조로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기며..."를 노래합니다(악보 27). 그러면서 눌러 두었던 슬픔이 격하게 고조됩니다. 그러다가 이제 힘이 다한 듯, 조용히 처음의 "He was despised"로 돌아갑니다.
------------------------------ ◈ 다 카포 아리아(da capo aria) 말씀드린 것처럼 이 곡은 A-B-A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다 카포 아리아"입니다. <메시아>에서는 별로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다 카포 아리아는 바로크시대 오페라 또는 오라토리오의 전형적인 아리아 양식입니다. 악보상으로는 이 곡과 같이 A-B 부분까지만 나와 있고 맨 뒤에 da capo (D.C.)라고 표시해서 A 부분을 한 번 더 연주하게 되어 있는데, 실제로 연주에서는 A 부분을 두 번째 노래할 때 처음과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연주자 스스로의 즉흥적인 장식과 기교를 넣어서 부르는 것이 관습이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다 카포 부분의 연주에서 가수들이 노래 기량을 과시하기 위해 너무 길고 심한 변화를 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며, 따라서 그런 변용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의 여러 원전연주들은 당시의 사조를 따라 다 카포 부분에서 변화를 주면서도, 그것이 단순한 기교 과시가 아니라 더욱 아름다운 음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즉, 이 부분에 어떻게 아름다운 변화를 줄 것인가 하는 것도 연주가들이 가진 숙제라 할 것입니다. ------------------------------
제가 처음 들었던 리히터판의 이 아리아에서는 알토가 한 음절 한 음절을 발음할 때마다, 심지어 현악기를 한번 그을 때마다 그 가슴 깊숙한 데서 눈물어린 묵상이 배어 나오는 듯 합니다. 꾸밈음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고(여러 악보에는 가능한 꾸밈음이 함께 표시되어 있습니다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마저(da capo) 변화를 주려 하지 않습니다. 긴 호흡으로 장식 없이 거의 13분간 이어지는 음악이 좀 부담스러울 만도 하지만, 심금을 가득 울리는 명연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한편 호그우드판의 경우,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는 흐느낌 때문에 처음처럼 잔잔히 걸어가지 못하고 자꾸 훌쩍거리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즉 작곡 당시의 관습대로 다 카포 이후 변화를 주는 것인데, 꾸밈음이 가볍고 화려하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 흐느끼며 주춤거리는 모습 또는 훌쩍이는 모습처럼 들리는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느낀 것을 보면, 적어도 제게는 연주자가 그 감정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겠지요. "grief"에 붙인 멜리스마(한 음절에 여러 개의 음표가 붙은 것)는 아직 절제된 가운데 그 흐느낌이 절정을 이루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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