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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메시아 감상(9)] 제 24곡-제 26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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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2-16 조회수1,268 추천수4 반대(0) 신고

[메시아 감상(9)] 제 24곡-제 26곡

 

[이 글은 제가 1995년 6월에 저희 성가대원들을 위해 썼던 메시아 감상 도움글을 약간 수정하고 악보를 추가한 것입니다. 참고로 메시아의 nwc 악보는 http://www.vpmag.com/nwc/messiah.html에서 내려받을 수 있으며, http://www.cdnow.com을 검색하면 여러 연주의 샘플도 들을 수 있습니다.]

 

 

No. 24 Chorus : Surely he hath borne our griefs

        합창 : 실상 그는 우리가 앓을 병을 앓아 주었으며

 

 

   계속 연결되는 제 24, 25, 26곡 합창으로 이사야서 53장 4∼6절을 노래합니다. 여전히 성탄 몇백 년 전에 나온 문헌을 인용하여 예수님의 일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분위기의 강렬한 반전을 거듭하는 이 세 개의 합창 묶음은 <메시아> 전체에서도 대단히 특징적인 부분입니다.

 

Surely he hath borne our griefs and carried our sorrows: he was wounded for our transgressions, he was bruised for our iniquities, the chastisement of our peace was upon him.

Isaiah LⅢ, 4, 5

그런데 실상 그는 우리가 앓을 병을 앓아 주었으며, 우리가 받을 고통을 겪어 주었구나.  …… 그를 찌른 것은 우리의 반역죄요, 그를 으스러뜨린 것은 우리의 악행이었다.

이사야 53, 4, 5 <공동번역>

 

 

[악보 28]

 

   이전 알토 독창곡의 중간 부분에서 나왔던 점음표 리듬이 다시 반주부에서 강렬하게 살아나면서, "Surely, surely"하는 장대한 합창이 시작됩니다(악보 28). "Surely"는 2음절 단어이지만 손으로 쓴 악보에 "Sur-e-ly"라고 3음절로 표시되어 있다고 하며, 연주들에서도 보통 3음절로 발음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반주의 점음표 리듬은 "he was wounded for our transgressions, he was bruised for our iniquities"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the chastisement of our peace was upon him"에서 되살아나며(악보 29), 반주가 나타내듯 합창도 다른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악보 29]

 

 

No. 25 Chorus : And with his stripes we are healed

        합창 : 그 몸에 채찍을 맞음으로 우리를 성하게 해 주었고

 

And with his stripes we are healed.

Isaiah LⅢ, 5

그 몸에 채찍을 맞음으로 우리를 성하게 해 주었고 그 몸에 상처를 입음으로 우리의 병을 고쳐 주었구나.

이사야 53, 4, 5 <공동번역>

 

   제 24곡에서 끊지 않고 바로 제 25곡으로 넘어갑니다. 오르간이 짧게 화음을 눌러 주면 이번에는 2/2박자로 된 다성적인 합창이 시작됩니다(악보 30). 반주도 단순하고 길이도 짧은 곡이지만, 강한 긴장을 주는 음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마지막 긴 화음에서 역시 끊지 않고 바로 제 26곡으로 넘어갑니다.

 


[악보 30]

 

 

No. 26 Chorus : All we like sheep have gone astray

        합창 : 우리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며

 

All we like sheep have gone astray, we have turned every one to his own way. And the Lord hath laid on him the iniquity of us all.

Isaiah LⅢ, 6

우리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며 제 멋대로들 놀아났지만, 주님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구나.

이사야 53, 6 <공동번역>

 

   갑자기 앞에서의 긴장이 풀리고 분위기도 밝아집니다. 4/4박자, F장조, Allegro moderato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양처럼 길을 잃고 헤매며 제 멋대로들 놀아났다"는 내용대로, 멋모르는 양들이 뛰어 다니는 듯한 모습입니다. 따라서 연주할 때도 보통 통통 튀는 것처럼 노래합니다. "astray"에 붙은 여러 8분음표들이 두 파트에서 엇갈리는 것은 그야말로 길을 잃고 헤매는 모양이며(제 5, 10마디 등 : 악보 31), "turned"에 붙은 16분음표들의 묶음(제 12, 14마디 등 : 악보 32) 역시 그렇게 멋대로 이리저리 뛰어서 도저히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한편 "his own way"는 같은 음을 한 박자 간격으로 반복하여 고집스러운 모습을 나타내고요(제 14마디 : 악보 32).

 

 


[악보 31]

 


[악보 32]

 

   그러나 이것이 정말 밝은 것일까요? 주님을 잊고 육신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지내다 보면 일단은 밝게 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요. 밝고 가벼운 다성적 합창이 동성적인(homophonic) 부분으로 몰아 가서 세 개의 2분음표로 제동이 걸리더니(제 72-76마디), 갑자기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악보 33). 베이스가 "주님께서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지우셨구나"하며 극적인 반전을 이루고, 회한에 찬 노래가 Adagio, f단조로 절절하게 이어지다가 이윽고 고개를 떨굽니다. 제멋대로 살던 기억과의 극명한 대조를 통해, 우리의 죄악으로 주님께서 수난을 당하셨다는 회한과 슬픔이 더욱 강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악보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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