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태리 성지순례 및 로마 교황청립 성음악대학 견학 소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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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부산가톨릭음악 | 작성일2003-02-20 | 조회수656 | 추천수6 | 반대(0) |
안녕하세요, 부산가톨릭대학교 음악교육원입니다.
저희 음악교육원에서는 지난 1월 중에 년례행사중의 하나인 ’이태리 성지순례 및 로마 교황청립 성음악대학 견학’ 프로그램을 실시하였습니다.
아래글은 이번 일정에 참가했던 일행중의 한 사람이 여행중에 느꼈던 생생한 감동을 기록하여 저희 음악교육원의 게시판에 올려 주신 것을 성가 게시판을 찾으시는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추천하였습니다. 참고로 이태리 성지순례 및 로마 교황청립 성음악대학견학 프로그램은 년 1회 1월중에 시행하며, 희망하시는 분에 대한 문의 및 접수는 년중 환영합니다. * 접수 및 문의처: 부산가톨릭대학교 음악교육원 행정실 <Tel. 051-510-0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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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일은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단지 난 그분 뜻대로 행할 뿐이다.
이번 이태리 여행은 참으로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된거라 저에겐 무조건 즐거움만을 안고 출발한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10박 11일일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그리고 그 다음에 결정하리라. 하며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이태리에서 오르간 레슨이 있었던지라 급하게 곡을 준비했고, 때마침 급수시험을 치는 사람들과 겹쳐 평소때보다 일찍와서 연습했고, 그 때문에 자리비우는게 눈치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치고 있다 쫓겨나다시피 나온적도 있었죠.^^
그렇게 준비해서 떠난 이태리는 저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처음 로마시내에 도착해서 호텔로 들어갈때의 야경은 정말 웅장했습니다. 네온싸인이 휘황찬란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건물하나하나가 예술이었기에 조명들은 매우 사실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조명에 집중되지 않게 건물하나하나를 따스하게 안는 느낌. 이태리의 첫인상은 그러했습니다.
로마에서는 두 대의 버스로 나뉘어 다녔습니다. 저랑 엄마, 최유정 선생님, 그리고 언니들, 고문님, 또 로마에서 합류한, 목소리부터 유쾌한 김건정 선생님. 이렇게 이루어진 일행은 작은 버스에 옮겨타고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일정을 보냈습니다. 그것은 순전히 저희들(저와 언니)의 레슨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음악원 사람들이 제일 궁금한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성음악 대학에서의 레슨이 어떠했냐구요? 한마디로 ,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성음악 대학은 처음부터 저의 마음에 시나브로 들어왔습니다. 버스하나가 간신히 통과할 조그만한 길을 따라 들어가면 정말 소박한 건물하나가 나타납니다. 원래 수도원으로 쓰였다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웬걸. 공사중이더군요.^^;; 드릴소리가 저흴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그 복도를 지나 왼쪽으로 꺾어들어갔더니 오르간 소리가 들리더군요. 성당안으로 들어서자 한 한국인 학생이 오르간을 치고 있었습니다.
순간, 입을 다물수 없었습니다. 거대한 오르간이 제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기 때문이죠. 맨 꼭대기에 성상이 3개나 있는 거대한 오르간. 까만 흑건반들로 이루어진 건반, 끝도 없이 올라가는 파이프, 크레센도 페달을 누를때마다 조금씩 열렸다 닫혔다하는....정신없이 오르간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최유정 선생님께서 문쪽으로 달려가셨습니다. 그 곳엔 너무나 자그마하시고 인자하신 수사님이 계셨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제 입엔 미소가 떠오릅니다. 저희를 따스하게 바라보면서 정말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수사님 때문이죠. 또 수사님을 뵙고 너무나 기뻐하셨던 최유정 선생님의 모습도 더불어 떠오르는군요.
제일 못하는 제가 맨 처음 레슨을 받게되었습니다. 어떻게 쳤는지 잘 기억도 안납니다. 그냥 속으로 침착하게 치자.는 생각밖에 안 들었죠. 그 와중에도 오르간의 섬세함은 기억납니다. 건반들이 정말 미세하게 제 손가락의 감각을 읽어내더군요. 하나하나 건반을 누를때마다 건반들은 제 손가락의 떨림까지도 파이프에 전달시켰습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런게 진짜 파이프 오르간이구나. 라고 생각했지요. 학교다닐 때, 오르간 곡을 작곡한답시고 몰래 홀에 숨어들어 학교 파이프 오르간을 띵똥거리던것과는 정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떨리는 연주가 끝났는데, 수사님은 제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더니, 편안히 말씀하셨습니다.노래하라. 고요. 아무래도 안 틀리려고 무진장 애를 쓰다보니 선율은 생각못했기에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태리어로 말씀하셔서 거의 못 알아들었지만, 선생님의 레슨은 대가답게 군더더기없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필요한 말들만 골라하셨습니다. 그리고, 부드럽게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최유정 선생님의 음악이 왜 깊이가 있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이런 선생님에게 배우셨으니... 음악의 무서움(?)은 자기 스승의 인품까지도 배운다는데에 있다고 생각하는 저이기에, 제가 정말 행운아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언니들의 레슨이 끝났고, 수사님께서 직접 오르간의 구조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책도 주시고 정말 열성적으로 저희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애쓰셨습니다. 나중에 아씨씨 성프란치스코 성당에서 뵜을때도 직접 오르간 속에 들어가셔서 파이프도 보게 하여주셨고, 또 한창 공사중이었던 정말 대. 단. 한..... 성당의 돔 하나가 다 파이프로 둘러싸여진 거대한 오르간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저희를 배웅해주셨던, 언제든지 또오라고 환히 웃으셨던 수사님. 정말 가슴깊이 감사드립니다. 진정한 대가란 그런 모습이시겠지요......
또, 이해원 선생님과 최유정 선생님. 음악원 일이 매우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저희를 인솔해서 다니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100년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이해원 선생님께서 사주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로마의 밤거리를 돌아다녔고, 또 어떤 성당앞에서의 황당한(?) 최유정선생님과 김건정 선생님, 혜진언니와의 추억.^^ 전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너무 웃음이 나와요. 또 와인을 마시며 선생님들과 나눈 얘기들.. 정말 저에게 필요한, 정말 중요한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죠. 하나도 잊지 않고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또 다른 일행분들. 참 좋으셨던 분들이기에 여행이 더더욱 아름답게 남는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교때 듣고 정말 좋아하게 된 성가가 있죠. 엄밀히 말하면 찬송가인데, 그 가사를 끝으로 이태리 성음악대학 레슨 후기를 접을까 합니다.
나.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있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___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지만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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