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의 첫 미사반주[오르간] 경험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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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정 | 작성일2003-06-21 | 조회수1,787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새로운 노래를 주님께...
며칠 전 저는 아주 소중하고 설레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성가대 지휘자로 크고 작은 교중미사와 주교서품미사(서울 명동대성당) 등 전례에 봉사해 왔지만 반주경험은 없는 터 였습니다. 그러다가 약 1년 반 전부터 오르간 음악에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바 있습니다. 건반악기란 어려서부터 해야 하는데 늦깍이라 힘 들더군요. 아무려나 주위에서 미사반주를 해 보라고 꼬득이기도 해서 한 번 해 보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요, “백견이 불여일행” 이라.
음악에 관한 저의 좌우명이기도 합니다. 전례담당수녀와 미리 곡을 정하고 반주자로 데뷔(?) 할 날을 기다리며 연습을 많이 해서 거의 모두 외워서 칠 정도가 되었습니다. 평일 낮미사라 신자 수는 적지만 미사는 미사입니다. 성가는 입당, 알렐루야, 봉헌, 거룩하시도다(이문근 곡 성가 327번), 성체, 그리고 파견성가 등 6곡만 치게되었습니다. 미사 전날 걱정이 되어서인지 잠이 안오고 이튼날 마치 “파수꾼이 새벽을 기다리 듯” 새벽 5시에 일어나 한 번 쳐 보니 잘되어 안심하고 그래도 또 오전내내 점검을 하고 미사에 임했습니다. 몇 몇 신자는 웬 남자가 오르간석에 앉아있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입니다.(성가대석과 오르간이 1층에 위치하여 잘 보임).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시간이 되어 해설자가 “곧 미사가 시작되겠습니다..” 하고 공지하자 긴장이 엄습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주님께 “행여 제 반주에 분심이 들지 않게 도와주소서...” 하고 기도를 했는데 해설자가 “입당 성가는 성가 329번입니다” 하자 갑자기 컴퓨터가 멈춘듯 합니다.
“ 어? 어느 건반과 페달을 눌러야 하지?” 하는 공황적 상황입니다. 시간은 막 흐르지요.... 마음을 가다듬고 성가 뒷부분 전주 [♬서러운 눈물 씻-고, 주-님께 나가리♬]를 치기 시작했는데 완전히 외운 곡인데도 틀린 화음이 나왔습니다. 페달을 잘 못 짚은 것이지요. 정신없이 입당성가가 끝나니 등줄기에 땀이 뱁니다. 알렐루야도 평소 나의 템포보다 더 빨리 쳐달라는 해설자 말에 더 긴장하여 어찌 쳤는지 모르게 쳤습니다. 봉헌성가 부터는 비로소 제 모습대로 악보에 충실히 치고, 거룩하시도다, 성체성가, 그리고 파견성가까지 그야말로 대과없이 치고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긴 터널을 빠져 나온 기분이지요.
몇가지 소감
-반주자는 어떤 면에서는 지휘자보다 더 깊은 숙련도와 정신집중을 요 한다. -성가를 외워서 치는 것은 장점이 있으나 리스크가 크며(자꾸 건반을 보게됨) 반드시 악보만 보며 쳐야 한다. -반주자의 실수를 이해 해야 한다( 본인이 더 잘 알며 수정 노력을 할 것이므로....) -반주자는 일찍 와서 연습을 해 보고 어느 곡에 어떤 스탑을 쓸 것인가 결정해 두어야 한다.(저는 경황이 없어서 스탑을 못 바꾸고 모두 똑 같은 음색으로 연주하고 말았습니다).
-연주란 (1)혼자 해 보는 것과 (2)여러 사람앞에서 하는 것과 (3)미사 때 하는 것
긴장감이 다 다르다. 틀렸다고 해서 다시 할 수 없는 미사 때의 연주가 가장 어렵다. 무엇보다 거룩한 미사에서 공동체가 찬미하는데 이끄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고로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저의 이런 문제들은 오르가니스트 출신 반주자, 지휘자에겐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분에게는 공통적인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이번 경험은 앞으로 저의 지휘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미래에) 작은 본당이나 공소에 가서 미사 반주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미사반주로 저는 성가대의 모든 분야를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단원(테너), 파트장, 총무, 악보장, 독창자, 성가대장, 평협 전례위원, 지휘자, 그리고 이번에 반주자.....]
이 모든 은혜를 주신 하느님께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대구에서
김빠뜨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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