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게시판 광고를 없앱시다. 글을 씁시다 (1) 사라 장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강추]제6회 가톨릭성음악동호회 성음악연수회 안내 |5| | |||
작성자이인호 | 작성일2008-06-12 | 조회수875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사라 장. 장 영주 그녀를 보니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열살도 되기 전에 이미 뛰어난 재질을 보인 그녀가 쥬빈 메타의 총애를 받으며 데뷰를 하고 열 세 살 즈음에는 전문 연주가들이 서른 살 즈음 되어야 익힐 수 있는 레퍼토리를 전부 마스터 했다고 하지요. 천재 소녀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는데 세상의 어린 천재에게 쏠리는 그 모든 관심과 부담 속에서도 청소년기를 무리 없이 잘 소화해 내고 발전적이고 성공적으로 어느새 어엿한 성인이 된 모습이 참으로 훌륭합니다. 어리숙한 재원이 아니고 진짜 천재였던 것이겠지요.
클라식 음반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이 팔려 나갈지는 모르지만 가끔씩 여행중 CD를 사러 가서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아마도 클라식 음악 중에서 한국인 사라 장과 조수미의 앨범 처럼 많이 판매되는 것이 없다고 여겨질 만큼 눈에 띄게 그들의 음반이 늘 매장에 가득한 것을 보게 됩니다. 플라치도 도밍고와 장영주가 'Fire & Ice' 라는 제목을 붙여 인기 있는 바이올린 곡들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음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음반을 녹음한 당시 2001년쯤 장영주가 20세쯤 된 것으로 아는데 이제는 더 성숙한 나이가 되었겠군요. 그녀가 1980년 생이니까요.
20세 당시에도 참으로 나이에 비해 성숙한 면모를 보여 주었었는데 그것은 자신감에 넘치는 당당함이 주는 몸에 밴 카리스마와 주위의 환경이 그녀에게 완숙해 질 것을 요구하는 것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였습니다. 지금 위의 연주를 듣고 영상을 보니 이제는 사라 장 자신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단계가 된 듯이 보입니다.
연주 자체야 보통 사람이 듣기에 13세 때 연주하던 것과 뭐 얼만큼 성숙했는지는 구별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요. 물론 풀사이즈도 아니고 3/4 사이즈의 바이올린을 들고 연주하던 어린 시절과는 그 소리나 기량뿐만 아니라 이해력으로도 비교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겠지만요. 그럼에도 이제는 악보를 따라 연주하는 차원을 넘어 음에 색을 입히고 그것을 즐거이 겨워하는 모습을 보니 오래도록 그녀가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듣고 보기에도 편안함이 있습니다. 쥬빈 메타와 연주 할 때는 눈 한번 마주치지 않아도 완벽한 연주를 신뢰속에 한다고 한 그녀의 말이 떠오르지만, 이 영상에서 보이는 장영주와 도밍고의 협연은 많은 눈맞춤과 그녀의 화답으로서의 미소가 눈에 띄게 보이는군요.
아마 전문 지휘자가 아닌 그와의 새로운 연주에 소통을 하려는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호흡이 맞지 않거나 믿음이 덜 가서 그런다기 보다는 서로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음색으로 만들어 내는 연주를 인조이 하는 몸짓일 거라고 생각되어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쥬빈 메타와 같은 거장아래서 총애 받는 애제자와 같이 연주하던 장영주가 이제는 같은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음악 동료와의 연주에서 주도적인 리더쉽을 보여 주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다분히 제 마음에 드는대로의 해석도 해 봅니다. 그녀가 입은 드레스가 혹여 인어공주의 비늘과 같은 색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오늘 9월이 되고 다른 지역의 수해와는 관계도 없이 청명한 하늘을 보니 그녀의 드레스 색과 더불어 몹시도 상쾌한 바람이 어울리게 느껴 집니다.
플라치도 도밍고, 스페인 마드리드 출신답게 참 근사하게 잘 생기고 마치 장화를 신은 고양이 동화에 나오는 크고 어두운 성의 백작과도 같이 생겼는데, 연주 직전에 돋보기를 슬쩍 끼고 지휘대에 오르는 모습이 갑자기 많이 늙고 좀 말라 보여서 아깝군요. 드물게 잘 생긴 사람인데 말이지요.
오늘 뉴스를 들으니 도밍고와 함께 쓰리 테너 연주활동을 하던 인기 좋고 목소리 좋던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은퇴연주를 중국에서 한다는 소리는 들은 바 있습니다.
파바로티도 70이 넘어 타계 했으니 도밍고 또한 나이 들 지 않을 수 없겠고, 나이 70에 아직도 연주를 감행할 수 있다니 천상의 목소리 인 것 만은 틀림 없는 듯 합니다.
그런데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악보도 볼 줄 모른다는 소문 들어 보셨습니까?
뭐 어느 정도 악의적인 풍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기본의 악보도 못 본다는 소리는 아니겠지만 만약에 그 소문이 어느 정도는 진짜라면, 어찌 보면 더더욱 그 사람의 음악성은 타고난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타고난 음감으로 그 많은 곡들을 소화 했을 것을 생각해 보면 말이죠. 어느 분야 특히 음악 같은 경우는 노력이 타고난 것을 절대 따를 수 없는 경우이기 때문이지요. 살리에르가 배가 아파 죽어도 모짤트를 따를 수는 없는 것이니 그 억울함이야 살리에르의 몫일 수 밖에요.
하여튼 우리 당대에 최고의 미성과 인기를 동시에 누렸던 두 스타 중에 한 명은 악보도 잘 못 읽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난 반면 또 한 사람 도밍고는 지휘를 그것도 이름도 꿈 같은 베를린 필을 지휘하다니, 두 사람의 모습이 푸주간 주인과 백작의 외모만큼이나 큰 차이가 나던 것 처럼, 음악적인 소양이 깜짝 놀랄 만큼 큰 차이 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하여튼 준수함을 넘은 특출난 외모에 세계에서 한두손가락 안에 들던 아름답던 목소리에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할 만큼 음악적 소양을 지닌 도밍고는 운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고,
유전자에 음악적 천재성을 부여해 주고 딸의 음악적 천재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그 정도에 걸 맞는 교육을 시켜 줄 수 있는 모든 환경을 제공해준 부모에 자란 곳이 필라델피아라는 지역적 조건까지 맞춤이었던 장영주 역시 행운아였음이 틀림 없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한 명의 쉽지 않은 천재를 잃지 않고 누릴 수 있는 행운을 가졌으니 그 또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바이올린의 고음이 더 할 수 없이 빛나는 사라사테의 이 연주곡, 현을 누르는 장영주의 왼손가락들만 종일 지켜 보고 있어도 예술의 아름다움을 만끽 할 수 있어서 참으로 훌륭한 영상입니다. 그 섬세함과 정교함 빠를수록 부드러워지는 손가락의 마술이 참으로 마음을 사로잡고 영혼을 울립니다.
멋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