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창세기: 깊은 고뇌의 강을 건넌 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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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1-08-26 | 조회수2,972 | 추천수1 | |
말씀과 함께 걷는다 : 창세기 - 깊은 고뇌의 강을 건넌 자
예순에 돌아가신 어머니는 집안의 크고 어려운 일에도 결코 평정심을 잃지 않으셨다. 스물넷에 남편을 잃고 혼자 딸 둘을 키우면서 온갖 풍상을 다 겪으셨을 텐데 늘 평온하고 따뜻한 분이셨다. 그래서 난 엄마처럼 여자 나이 마흔쯤 되면 자연스레 다 그리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마흔이 넘고 쉰이 된 지금 더 조급해 하고 참지 못하는 나를 보며 생각한다. 한 걸음 물러서 삶을 바라볼 수 있고 온유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일상의 지혜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창세기 37장부터 펼쳐지는 요셉 이야기는 일관된 주제와 흐름을 지니고 있어 한 사람이 쓴 단편소설과 같습니다. 글을 이끌어 가는 주요 모티프는 ‘옷’(요셉의 긴 저고리, 포티파르 아내의 유혹으로 벗어 던진 요셉의 옷, 파라오에게서 받는 요셉의 옷)과 ‘꿈’(요셉의 꿈, 시종장의 꿈, 파라오의 꿈), 그리고 ‘기근’입니다. 지금까지의 선조 이야기(아브라함과 야곱)에서는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하시거나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요셉 이야기에서는 하느님께서 직접 나타나지 않고 숨어서 인간사를 은밀히 이끌어 가십니다.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그분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나, 되돌아보면 그분께서는 인간이 저지른 악에서도 선을 끌어내며 온 세상 사람들을 살리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의 역사를 통해 이를 뼈저리게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드러나지 않지만 고통 가운데 그들을 지켜 주시고 모든 것을 선으로 이끄시는 그분의 섭리를 깊은 신학적 성찰로 담아냅니다.
37,2 요셉은 그들에 대한 나쁜 이야기들을 아버지에게 일러바치곤 하였다. 3 이스라엘은 요셉을 늘그막에 얻었으므로, 다른 어느 아들보다 그를 더 사랑하였다. 그래서 그에게 긴 저고리를 지어 입혔다. 4 그의 형들은 아버지가 어느 형제보다 그를 더 사랑하는 것을 보고 그를 미워하여, 그에게 정답게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5 한번은 요셉이 꿈을 꾸고 그것을 형들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때문에 형들은 그를 더 미워하게 되었다.
열일곱 살 난 요셉은 이복형들에 대한 나쁜 이야기들을 아버지에게 일러바치곤 하여 우리를 당황케 합니다. 아버지(이스라엘)는 요셉을 늘그막에 얻었으므로 그를 더 사랑하였고, 다른 형들과 달리 ‘긴 저고리’를 지어 입혔습니다. 이스라엘이 마음에 품은 편애만으로도 요셉이 형제들에게 미움을 사기가 충분한데, 눈에 드러나게 옷까지 다르게 입혔다니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형제들은 “그를 미워하여, 그에게 정답게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37,4)고 합니다. 아버지의 편애로 집안에 ‘평화(샬롬)’가 깨진 것입니다. 아버지와 아들들, 요셉과 형제들의 관계가 깨졌습니다. 아버지의 편애로 동생이 고와 보일 리 없습니다. 철없는 요셉은 주위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곡식단이 큰절을 하고, 해와 달과 별 열한 개가 자신에게 절했다’는 꿈(37,7)까지 이야기해 더욱 미움을 삽니다. 그러나 베텔에서 꿈을 통해 하느님을 만났던 야곱은 요셉의 꿈을 마음에 간직합니다.
[성서와함께, 2009년 7월호, 배미향 수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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