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9) 타브가 - 2
중요 순례 장소
②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
지난 호에서 살펴본 빵의 기적 기념 성당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티베리아스와 카파르나움을 잇는 길을 건너 약 200m 정도 가면 언덕 위에 아름다운 팔각형의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이 있다.
● 예수님의 참행복 선언
예수님은 마태 5-7장의 산상설교를 참행복 선언으로 시작하신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10)
● 에제리아의 기록
4세기에 이 지역을 순례한 에제리아(Egeria)는 “근처 산 위에는 주님이 오르셔서 참행복 선언을 말씀하신 동굴이 있다.”고 기록하였다. 실제로 4세기 말경에는 이 동굴 위에 작은 성당이 세워졌다.
● 기념 성당
예수님의 참행복 선언을 기념하는 4세기의 성당은 그후 7세기에 파괴되었다. 마침내 1938년 이탈리아의 프란치스코 수녀회에서 팔각형 모양의 새로운 기념 성당을 건립하였다. 이 성당을 설계한 이탈리아의 건축가 바를루치(Barluzzi)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여덟 개의 참행복을 상징하는 의미로 팔각형의 구조를 구상하였다. 그래서 성당 안의 여덟 벽면에는 마태 5,3-10의 여덟 개의 참행복 선언이 라틴어로 된 스테인드글라스로 새겨져 있다. 그리고 성당 바닥에는 향주삼덕(向主三德)인 믿음(fides), 희망(spes), 사랑(charitas)과 사추덕(四樞德)인 지혜(prudentia), 정의(justitia), 용기(fortitudo), 절제(temperantia)가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언덕 위에 위치한 참행복 선언 기념 성당의 주변 경치는 참으로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다. 갈릴래아 호수와 그 주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사셨고 활동하신 여러 지역들을 조망할 수 있다. 기념 성당 주변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는데, 소규모로 둘러 앉아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장소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 절경 안에서 예수님이 참행복을 말씀하신 당시의 상황을 그려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통해 마치 예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당시의 그 자리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더욱 실감이 나는 일이다.
③ 베드로 수위권 성당
빵의 기적 기념 성당에서 갈릴래아 호수가 있는 쪽인 남동쪽 방향으로 약 500m 가량 가면 베드로 수위권 성당이 있다.
● 예수님과 베드로
요한 21장에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티베리아스 호수, 곧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이야기를 전한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뒤 다시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 잡는 어부의 생활로 되돌아 갔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은 일곱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는데, 밤새 아무 것도 잡지 못한 그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6절)라고 하셨다. 많은 고기를 잡은 그들이 “뭍에 내려서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빵도 있었다.”(9절)라고 하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와서 아침을 먹어라.”(12절)고 초대하신다. 이렇게 제자들과 아침 식사를 하신 예수님은 베드로와 대화하신다.(15-19절) 세 차례에 걸쳐 당신을 사랑하느냐고 질문하신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역시 세 차례에 걸쳐 “내 양들을 돌보아라.’하고 분부하신다.
● 에제리아의 기록
에제리아의 기록에는 “주님이 오르셨던 돌계단”이 언급되어 있다. 이 돌계단은 오늘날 기념 성당 옆에서 확인할 수 있다. 4세기경에 기념 성당이 세워졌는데, 1935년의 고고학적 발굴에 의해 비잔틴 시대의 성당 흔적과 모자이크 등이 발견되었다. 이 성당은 편평한 바위 둘레에 건축되었는데, 그 바위는 요한 21,9에서처럼 예수님과 제자들이 아침 식사를 한 식탁으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그곳은 9세기 기록에 따르면 “숯불 자리(the Place of the Coals)”라고 불렸다. 그런데 이 비잔틴 시대의 성당은 13세기에 파괴되었다.
808년에 기록된 문헌에는 열두 옥좌 성당과 그 안에 있는 주님의 식탁이 언급되어 있다. 열두 옥좌와 식탁의 모티프가 연결된 것은 요한 21장과 루카 22,28-30과 관련이 있다. 루카 복음서에서 제자들과 최후만찬을 드신 예수님은 “너희는 내 나라에서 내 식탁에 앉아 먹고 마실 것이며, 옥좌에 앉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할 것이다.”(30절)라고 말씀하신다. 옛 그리스도인 순례자들은 에제리아가 언급한 돌계단 주변에 심장 모양의 6개 원기둥 받침을 놓았는데 오늘날에도 그것을 볼 수 있다.
● 기념 성당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1889년에 이 지역을 구입하였는데, 현재의 기념 성당은 1933년에 세워졌고 1982년에 재건축되었다. 이 아담한 기념 성당은 현무암의 벽돌로 지어졌는데 출렁이는 갈릴래아 호수의 물이 성당 벽에 부딪친다. 현재의 성당에 있는 제대 앞에는 요한 21장의 이야기와 관련있는 “그리스도의 식탁(Mensa Christi)”이라고 불리는 바위가 잘 보존되어 있다. 이 바위는 성당 바깥에로 연결되어 있다.
성당 바깥에는 예수님과 사도 베드로의 청동상이 있다. 이것은 베드로가 예수님으로부터 지팡이를 받고 있는 모습인데, “내 양들을 돌보아라.”하고 분부하신 장면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리고 성당 정원에는 1964년의 교황 바오로 6세와 2000년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을 기념하는 야외 미사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 고고학연구소에서 성서학박사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빛, 2012년 9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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