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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경풀이: 나는 너와 나 사이에 계약을 세우고,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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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4 조회수3,289 추천수1
[성경풀이 FREE] “나는 너와 나 사이에 계약을 세우고,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겠다”


- 아브라함 - 지거 쾨더.


창세기에는 아브람이 짐승을 잘라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독특한 의식이 등장한다.

“… 삼 년 된 암송아지 한 마리와 … 그리고 산비둘기 한 마리와 어린 집비둘기 한 마리를 나에게 가져오너라. 그는 이 모든 것을 주님께 가져와서 반으로 잘라, 잘린 반쪽들을 마주 보게 차려 놓았다.”(창세 15,9-10)

지금은 오랜 세월의 갭 때문에 왜 짐승을 쪼갰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것은 당시 고대 근동에서 행해지던 계약 의식이었고, 계약을 파기하면 쪼개진 짐승처럼 되리라는 사상을 반영한다. 그러나 계약을 지배 국가와 피지배 국가의 정치적인 관계를 정립하는 목적으로 사용했던 고대 근동과 달리, 이스라엘에서는 종교적으로 승화되어 하느님과 그분의 종들 사이에 맺어지게 되었다. 즉, 지배자는 하느님이고 피지배자는 하느님의 종들이다. 그리고 아브라함과의 계약을 인증하신 하느님은 연기와 횃불의 모습으로 쪼개진 짐승 사이를 지나가셨다(창세 15,17).

그래서 성경은 계약을 맺을 때 “계약을 쪼개다”라는 표현을 썼고, 고대 가나안 도시 국가 알라라크(Alalakh)에도 “양의 목을 잘라 계약을 맺었다”라는 표현이 발견되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기원전 7세기 예언자 예레미야는 계약을 깨뜨린 백성이 쪼개진 짐승처럼 되리라는 경고를 내렸다(“나는 내 계약을 어긴 사람들을, 곧 내 앞에서 송아지를 두 토막으로 가르고 그 사이로 지나가면서 맺은 계약의 규정들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을 그 송아지처럼 만들어 버리겠다. … 원수들 손에,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 손에 넘기겠다. … 그들의 시체는 하늘의 새들과 땅의 짐승들의 먹이가 될 것이다.” 예레 34,18-20).

흥미롭게도 이 의식이 시작하기 전 아브람은 깊은 잠에 빠졌는데, 이것은 신성한 발현을 경험하는 인간의 공포와 경외감을 반영한다.(“해 질 무렵, 아브람 위로 깊은 잠이 쏟아지는데, 공포와 짙은 암흑이 그를 휩쌌다.” 창세 15,12). 가브리엘 천사가 다니엘에게 발현했을 때에도 다니엘은 혼수 상태에 빠졌다.(“그가 나에게 말할 때에 나는 얼굴을 땅에 대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 다니 8,18).

그러나 수많은 율법 준수를 동반하는 시나이 산 계약과는 달리 아브라함의 계약은 아무런 조건이 없는, 하느님이 내리신 무조건적 계약이었다. 즉, 아브라함의 의로움에 대한 상으로 하느님이 선물하신 영원한 계약인 것이다(“그(아브라함)의 마음이 당신 앞에서 진실함을 보시고 가나안 족, 히타이트 족, 아모리 족, …의 땅을 그에게 주시고 그의 후손들에게도 주시기로 그와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 느헤 9,8).

고대 근동 왕들이 충성스러운 피지배 국가 왕들에게 “땅”과 “통치권”을 선물로 내린 것처럼, 지배자 하느님은 충실한 종 아브라함에게 선물 같은 계약을 내리시고 그 후손들에게 가나안 땅을 영원히 약속하신 것이다(창세 17,8).

[2013년 2월 24일 사순 제2주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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