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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 성경풀이: 겨자 꽃과 하느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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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14 조회수2,839 추천수1

[성경풀이 FREE] 겨자 꽃과 하느님 나라

 

 

“아니, 이스라엘에도 유채꽃이 자라요?” 겨자가 보일 때마다 터지는 감탄사이다. 갈릴래아 호수는 현무암이 많고 봄이면 노란 꽃이 지천에 피기 때문에 제주도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유채처럼 생긴 것이 겨자예요.” 하고 대답하면, 겨자 나무가 어쩜 저렇게 작냐고 다시 한번 감탄사가 터진다. 성경에서 겨자를 나무라 했기 때문에, 소나무 같은 종류를 상상했기 때문이리라. 

 

사실 겨자는 돌갓 종류로 쌉싸름한 갓 김치처럼 톡 쏘는 맛을 낸다. 고대부터 강우량이 적어 나무가 부족했던 이스라엘은 조금만 크게 자라도 나무라 불렀던 듯하고, 2미터까지 자라는 겨자는 풀 중에서 큰 축에 든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이 단순한 식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예수님의 비유에 여러 번 등장하기 때문이다. 마태 17,20에는 겨자씨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산을 옮길 수 있다 하셨고, 13,31-32은 하느님 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하셨다.

 

“하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겨자씨는 어떤 씨앗보다도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도 커져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인다.” 

 

유채처럼 작은 겨자에 새가 깃든다는 말씀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비유에 등장하는 새는 까마귀 같은 종류가 아니라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벌새였을 것이다. 신약이 보편화된 지금은 이 비유가 익숙하게 다가오지만 2,000년 전만 해도 하늘나라를 작은 겨자씨에 비하는 것은 불경하게 여겨질 수 있었다. 그래서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그리도 공격했던 모양이다. 하긴 우리도 하늘나라 하면 극적이면서도 땅이 흔들릴 정도의 위엄을 상상하기 때문에, 보잘것없는 겨자의 비유가 생뚱맞아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작은 씨가 자라나 무성한 초목이 되듯이, 출발은 소박하지만 꽃을 피우고 번성하면 들판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풍부해진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리고 새까지 보듬는 이타적인 아름다움이 천국의 아름다움이라 하신 듯하다. 어쩌면 이 비유를 통해 천국이라는 것이 먼 나라의 일이 아님을 알려주고자 하심이 아니었을까? 

 

어느 수사님의 말씀을 빌자면, 하느님은 손수 지으신 인간을 지옥에 보내시는 분이 아니다. 만약 사람이 주어진 하루를 복되게 살면 바로 그것이 천국이요, 지옥을 살면 그것이 지옥일 것이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면 천국이 내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요, 겨자가 들판 가득히 자라듯이 천국들이 모여서 하늘나라와 비슷해진다는 의미인 듯하다. 그리고 새들을 품는 겨자처럼 이웃에게 천국을 나누어 주는 이타적인 아름다움이 바로 하늘나라가 아닐까? 오늘도 소박한 아름다움을 한 아름 전해주는 갈릴래아의 겨자 꽃을 보며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하느님 나라가 내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2013년 3월 17일 사순 제5주일 인천주보, 김명숙 소피아(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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