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성경 속의 여인: 스바 여왕 - 솔로몬 임금을 찾아 예언자적 목소리 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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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06-04 | 조회수4,015 | 추천수1 | |
[성경 속의 여인] 스바 여왕 솔로몬 임금을 찾아 예언자적 목소리 내 마치 한 편의 동화 같다. 낯선 여왕이 많은 수행원을 거느리고 엄청난 선물들을 싣고 솔로몬 임금을 찾아온다.
찾아온 여왕의 나라는 스바라고 하는데, 그곳이 지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스바는 아마 아시리아 문헌에서 간혹 거명되는 아라비아 북쪽에 있는 나라라고 추측되기도 하고 혹은 아라비아 남쪽에서 무역활동을 활발하게 폈던 어떤 종족의 고향이라는 주장도 있다. 성경은 솔로몬 시대에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국제 무역을 언급하는 자리에서 오피르 지방의 금을 거론한다(1열왕 9,28). 바로 이 오피르 지방이 아라비아 남쪽 지방 혹은 아프리카의 항구로 스바 여왕의 나라라고 오늘날은 여겨지고 있다. 우리는 그 여왕의 이름을 모른다. 여왕의 화려한 행차에 대한 보도를 통해, 그가 부자였고 틀림없이 막강한 권력을 소유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가 먼 곳에서 왔다는 것은 솔로몬 임금의 명성이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스바의 여왕은 솔로몬 임금의 지혜를 알아보기 위해 미리 까다로운 문제를 준비하여 그를 시험한다. 이것은 당시 자주 사용되는 동화의 모티브이며, 고대 오리엔트에서는 사회적인 유희의 하나로 간주되었다. 판관기에 보면, 삼손이 풍속대로 잔치 중에 필리스티아인들에게 수수께끼를 내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판관 14,12-14 참조). 현명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 문제를 낼 수 있다. 동화에서 문제는 종종 질문을 받는 사람의 운명과 생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바 여왕이 솔로몬에게 와서 마음속에 품고 있던 까다로운 문제를 모두 물어보자, 솔로몬 임금은 여왕의 질문에 막힘없이 다 대답하였다. 솔로몬이 몰라서 여왕에게 답변하지 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스바 여왕은 솔로몬의 높은 지혜와 화려한 궁전에 깊은 감명을 받아 고향으로 돌아갔다. “주 임금님의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빕니다.” 솔로몬은 지혜와 재산으로 말미암아 유명해졌다. 스바의 여왕은 이 둘을 칭찬하였지만, 특히 그의 지혜에 더욱 깊은 감명을 받았다. 여왕은 솔로몬이 물음에 다 대답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내가 임금님의 업적과 지혜에 관하여 내 나라에서 들은 소문은 과연 사실이군요”(1열왕 10,6). 여왕은 솔로몬의 임금다운 자격과 품위를 인정하고, 그의 지혜와 공정한 판단에 의해 다스림을 받는 사람이야말로 모두 행복할 것이라고 칭송한다. 이어서 스바의 여왕은 하느님을 찬미한다. 하느님께서 솔로몬 임금을 왕좌에 올려놓으셨으니 찬미를 받으셔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솔로몬의 독창성을 강조하는 진술이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이 내용은(1열왕 10,9) 본래의 전승이 아니라 후대에 첨가된 내용이다. “주 임금님의 하느님께서 임금님이 마음에 드시어 임금님을 이스라엘의 왕좌에 올려놓으셨으니 찬미받으시기를 빕니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영원히 사랑하셔서, 임금님을 왕으로 세워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게 하셨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솔로몬 임금의 찬란한 영광이 하느님의 선택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이스라엘의 분명한 확신을 엿볼 수 있다. 모든 보물, 모든 지혜, 모든 명예 등은 솔로몬에게 일정한 목적을 위해 주어진 것이다. 곧 그는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임금이 되어야 하고, 바로 이런 목적을 위해 솔로몬이 선택되고, 온갖 보물과 지혜가 그에게 내린 것이다. 따라서 정말 중요한 것은 솔로몬의 명예가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이다. 임금에게 요구되는 이상적 모습 성경은 하느님을 찬미하는 이 말을 낯선 여왕의 입을 통해 울려 퍼지게 한다. 이것은 솔로몬 임금을 비꼬는 투의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다음 장인 열왕기 상권 11장에 따르면, 솔로몬 임금은 궁전에 데려온 외국 여자들로 인해 신랄한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임금의 궁전에는 파라오의 딸들 외에도 왕족 출신의 칠백 명의 아내와 수청을 드는 삼백 명의 후궁이 있었다. 모압 여자, 암몬 여자, 에돔 여자, 시돈 여자, 히타이트 여자 등 많은 외국 여자를 사랑하였고 그들을 후궁으로 맞아들였다. 이런 후궁들과 여자들의 꾐에 넘어가 솔로몬 임금은 우상숭배에 빠진다. 뿐만 아니라 솔로몬 임금은 모압 여자와 암몬 여자를 위해 신당을 짓고 우상 몰록을 만든다. 나아가 우상에게 향을 피우고 제물을 바친다. 그러나 스바의 여왕은 임금의 가까운 주변에서 자신의 우상을 섬기면서 서서히 “임금의 마음을 돌려놓았던”(1열왕 11,3) 여자들 편에 속하지 않는다. 그는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을 찬미하였고, 동시에 하느님에 의해 부르심을 받고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는 임금의 이상적 모습을 알고 있었다. 곧 임금은 하느님의 봉사자일 뿐이며, 정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고 참된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유다에서 어떤 임금도 임금에게 요구되는 이런 이상적 모습을 실현할 수 없었다. 솔로몬 임금도 실현하지 못했다. 솔로몬 임금도 재산의 유혹과 안락한 삶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였다고 성경은 말한다. 후대의 지도자도, 비단 이스라엘에서만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누구도 이런 높은 이상을 실현시키지 못했다. 예언자직 수행 스바의 여왕은 선택된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는,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나 임금에게 요구되는 종교적 사회적 역할을 늘 일깨워 주었던 예언자적 목소리와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스바의 여왕도 구약성경에서 ‘신앙의 여인’에 속한다. 환시자와 예언자는 하느님의 뜻과 계획을 세상과 역사에 전달하는 중개자이다. 우리 시대에는 이런 예언자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에게도 이런 예언자의 증언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곧 대부분의 사람이 피하기만 하고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상처에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미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분명히 있다. 오늘날에도 권력자들과 대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역사의식과 책임성이 결여되었다고 비판하지만, 그들은 기꺼이 듣지 않는다. 구약성경의 예언자들은 항상 임금에게 하느님 앞에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을 일깨워 주었다. 그들은 권력자들의 책임을 분명하게 지적하였다. 이렇게 하여 스바의 여왕도 솔로몬의 지혜와 전설적인 재화를 상대화시킨다. 인간의 모든 지혜와 재화가 하느님을 섬기는 방향과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경우,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임을 예언자 아히야도 분명하게 말한다. 그는 솔로몬과 그 나라에 대해 이렇게 예고한다. 곧 솔로몬과 그 나라는 그 아들과 후임자들에 의해 멸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솔로몬 임금이 하느님의 법과 정의를 지키지 아니하고, 하느님의 길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1열왕 11,31-36). 그럼에도 지혜롭게 백성과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내용이 임금에게 계속 요구된다. 곧 임금은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성실하고 의롭게 처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라를 이끄는 권력자와 정부의 이상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가슴속 깊은 곳에 새겨야 할 내용이다. [쌍백합, 제35호, 2011년 겨울호, 김선태 사도요한 신부(화산동 성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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