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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공관복음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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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11-11 조회수3,469 추천수1

공관복음 여행 (1)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가나안 땅에 살던 옛 이스라엘 백성은 오로지 야훼 한 분만을 하느님으로 인정하고 섬겨왔다. 이 백성은 자신들과 야훼 하느님을 연결해 주는 특수한 관계를 ‘계약(契約)’이라는 법적인 용어로 표현하였으며, 이 계약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곧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 믿었다. 이점이 이스라엘과 타민족을 구별해주는 특징이었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이 계약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그러한 신앙 역사를 기록한 경전이 바로 ‘구약성경’이다. 하지만 유다인들은 이 경전을 부를 때 ‘구약’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유다교 신앙에서는 구약과 신약이 따로 있지 않고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시나이 산에서 맺은 유일한 계약만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언자들이 새로운 계약을 예고했지만, 유다인들은 옛 계약을 갱신하는 새 계약, 곧 구원에 대한 하느님의 약속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믿는다. 따라서 ‘구약’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옛 계약을 완성하는 새 계약이 실현되었다고 믿는 그리스도인들의 관점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서기 1세기경에는 계약의 백성 이스라엘 안에서 신앙적으로 새로운 변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나자렛 출신 예수라는 인물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세상 구원을 위해 파견된 메시아이심을 깨달은 이들이 신앙 공동체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예수의 제자이기를 자처한 이들은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렸다(사도 11,26). 이들은 시나이 계약을 예수 그리스도의 새 계약에 대한 예표로 이해했고, 옛 계약에 토대를 둔 하느님의 구원 약속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실현되었다고 믿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마지막 시대에 계시된 ‘하느님의 말씀’ 자체라고 믿었으며,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지나온 역사와 그들이 전해준 모든 기록(구약성경)의 본래적인 의미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되었다고 믿었다. 이렇게 형성된 초기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자신들의 신앙 체험과 그 신앙을 바탕으로 형성된 공동체 삶을 기억하고 전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서로 나누기 위해 기록으로 옮겨 놓은 것이 ‘신약성경’이다.


교회와 복음

이스라엘에 대한 하느님의 구원 약속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실현되었다고 확신하는 이들 그리스도인들은 자기네 믿음을 확고히 하고 그 신앙을 삶으로 실천하고 선포하기 위해 공동체를 형성했다. 이 공동체를 ‘교회’라고 하며, 교회는 자기네가 믿고 선포하는 신앙의 내용을 ‘복음’이라고 불렀다. 이 ‘복음’의 중심 내용이자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도 ‘복음’이라는 말을 사용하셨는데, 이는 당신 안에서 예언자들이 예고한 약속이 성취되었으며 하느님 나라가 도래했다는 구원 소식을 의미했다(마르 1,14-15). 예수님 이후, 복음은 인류를 위해 죽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소식 자체를 가리키게 되었다. 특히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전하는 복음을 “그리스도의 복음”(로마 15,19; 1코린 9,12)이라 칭하면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역사적 사건이며, 하느님의 계시와 약속을 담은 성경의 말씀을 실현하는 구원 사건이고, 인간을 죄와 죽음에서 해방시켜주는 ‘파스카의 승리’라고 선포했다. 이 복음이 교회 공동체의 삶과 신앙의 출발점이며 핵심이다.

초세기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복음 전파는 구전 선포에 그치지 않고 글로 기록되기 시작했다. 복음의 핵심인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사건뿐만 아니라, 사도들로부터 전해져 오던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도 기록으로 엮어졌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바로 네 권의 복음서(마태오복음서, 마르코복음서, 루카복음서, 요한복음서)다. 2세기 중엽, 리용의 이레네오를 시작으로 ‘복음’이라는 용어는 선포되는 말씀뿐만 아니라 네 복음서를 포함하여 기록으로 전해지는 가르침들까지도 지칭하게 되었다. [2012년 8월 5일 연중 제18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전주가톨릭신학원 성서부]

 

 

공관복음 여행 (2)



복음 : 선포에서 기록으로

초세기 교회는 예수님의 재림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기대하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에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노력했다. 따라서 예수님에 관한 자세하고 전반적인 선포와 설명보다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 곧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예수님을 직접 체험한 증인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고, 곧바로 실현되리라고 기대했던 예수님의 재림이 늦어지면서, 예수님에 관한 복음을 기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더욱이 사도들이 전한 복음과 유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장되거나 신비주의적으로 치우친 기록 전승들이 생겨나면서, 사도전승에 의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정립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요구가 대두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초기에는 예수님에 관한 단편적 사료들이 기록되었고, 나중에는 그러한 사료들을 모아 선택하고 종합한 네 권의 복음서가 완성되었다.


공관복음서(共觀福音書)

네 복음서 가운데 마태오, 마르코, 루카의 이름으로 전해지는 세 복음서는 이야기의 전개 순서나 예수님의 공생활에 대한 소재들에서 많은 유사점을 지닌다. 반면에 요한복음은 이들 세 복음들과는 다른 전개 순서를 가지고 있으며, 소재 역시 상이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비슷한 순서와 이야기로 예수님에 관한 복음을 전하는 세 복음서는 본문을 서로 나란히 대조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관복음서’라고 불린다. 세 복음서는 무조건 비슷한 이야기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사건을 전하면서도 조금씩, 때로는 상당히 다른 용어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며, 서로 공유하지 않는 고유한 소재도 다룬다. 이처럼 세 복음서가 유사하면서도 서로 다른 데서 야기되는 물음이 ‘공관복음서 문제’다. 공관복음서가 공통점과 상이점을 지니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교부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관복음서 문제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는 마르코복음서가 가장 먼저 기록되었고 이를 토대로 마태오복음서와 루카복음서가 기록되었다는 가설이 통용되고 있다.


공관복음서의 특징

세 복음서는 연대기적인 흐름과 지역 배경이 동일하다는 특징을 보인다. 예수님의 공생활은 갈릴래아 지역에서 시작하여 유다 지역으로,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마무리된다. 곧 공관복음서가 전하는 예수님의 공생활은 ‘갈릴래아에서 예루살렘으로’라는 고정된 구조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 또한 공생활 마지막에 맞이하는 단 한 번의 파스카 축제는 연대기적 흐름이 ‘일년’이라는 시간에 맞추어져 있음을 말해준다.

공관복음서는 같은 이야기들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활과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사건은 각기 다른 신학적 관점에서 묘사하고 있으며, 복음사가들이 의도한 고유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쓰인 것으로 추정하는 마르코복음서는(70년경)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예수님의 행적과 십자가 죽음, 부활 안에서 그가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는 메시아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져 가는 전개 구조를 지녔다.

마르코복음서를 기본 사료로 기록된 마태오복음서와 루카복음서는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둘 다 80-90년 사이에 완성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그중 마태오복음서는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예수님께서 구약이 예고한 그리스도이심을 증명하기 위해 기록되었다. 루카복음서는 머리말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1,1-4), 이방계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전해진 예수님에 관한 앞선 기록들(마르코복음)이 사실이라는 것을 재확인시켜주기 위하여, 특히 예수님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실현시키는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기록되었다. [2012년 9월 9일 연중 제23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전주가톨릭신학원 성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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