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역사서 해설과 묵상: 스바 여왕과 솔로몬의 영화(1열왕 10장)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신약] 성경산책: 루카 복음서 |1|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4-05-12 | 조회수2,989 | 추천수1 | |
역사서 해설과 묵상 (95) “스바 여왕이 주님의 이름 덕분에 유명해진 솔로몬의 명성을 듣고, 까다로운 문제로 그를 시험해보려고 찾아왔다”(1열왕 10,1).
기원전 8세기 아시리아의 비문들은 아랍 민족들 사이에 여성 통치자들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아라비아 반도의 남쪽에 위치한 스바(현재의 예멘 땅)는 인도와 교역한 덕분에 기원전 900년에서 450년 사이에 번영을 누린 군주국가였다.
열왕기 상권 10장은 스바의 여왕이 솔로몬을 방문하여 솔로몬 왕국의 영화에 감탄하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전설적인 경향이 있긴 하지만, 솔로몬 제국과 아랍국가들 사이에 교역이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이슬람 문헌에도 나오는데, 거기에는 스바 여왕의 이름이 ‘발키스’다.
스바의 여왕은 솔로몬이 무엇 하나 막히지 않고 대답해 줄 정도로 지식과 지혜가 뛰어난 것에 감탄했고, 솔로몬 왕궁의 조직과 재화에 감탄했다. 그러나 그렇게 외적으로 모든 것을 갖추고 부귀영화를 누렸다 하여 솔로몬이 과연 행복했을까?
미국의 골프영웅 할 서튼은 PGA 골프 우승자며 라이더스 컵 우승자다. 미국남부 석유 재벌집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나 약관 25세에 미국전역의 골프대회를 휩쓸었다. 그 뒤 10년 동안, 세 번 이혼하고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가 재기한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 제가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기 전에 우리는 35세를 넘어버린다는 겁니다. 처음에 나는 빠른 차가 있으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포르셰를 샀죠. 그 다음엔 집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집을 샀죠. 그런데 그 다음에 비행기가 한 대 있으면 행복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한 대 샀지요. 그런 다음에 나는 깨달은 것입니다. 행복은 결코 돈을 주고 살 수 없다는 것을.”
도덕 교과서에도 나와 있는 그 쉬운 말을 깨닫기까지 그가 왜 그렇게 많은 것을 지불해야 했는지 나는 이해할 것 같았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전에, 내가 스스로 행복해 지기 전에, 누구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다는 것, 놀랍게도 행복에도 자격이란 게 있어서 내가 그 자격에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도 할 서튼처럼 30대 중반을 넘기고 있었고 돌이키기 힘든 아픈 우두자국을 내 삶에 스스로 찍어버린 뒤였다. 그 쉬운 깨달음 하나를 얻으려고 청춘과 상처를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괴테의 말대로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은 그 뜻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무거운 짐일 뿐’이었던 것이다. <공지영, ‘수도원 기행’ 중에서>
예수님은 최고의 부귀영화를 누린 인물로 솔로몬을 꼽았다(마태 6,29 참조). 그러나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 솔로몬이 과연 행복했을까?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할 서튼이 인생의 쓴잔을 여러 번 마시고 깨달은 것처럼 행복은 돈을 주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행복은 물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묵상주제
“솔로몬도 그 온갖 영화 속에서 이 꽃 하나만큼 차려입지 못하였다.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 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29-33).
나는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는가? 아니면 곁들여 받는 것을 찾는가?
[2014년 5월 4일 부활 제3주일(생명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