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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믿는 이들의 본보기 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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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11-10 조회수3,325 추천수1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믿는 이들의 본보기 ‘욥’



첫 번째 내기는?


앞서 욥은 모든 재산과 자녀들까지 다 잃고서도 하느님을 등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주님을 신뢰하며 그분께 찬미노래를 읊어드렸습니다.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 받으소서.”(1,20ㄷ) 이로써 사탄이 제안한 첫 번째 내기는 하느님의 승리로 끝납니다.


욥의 몸은?


사탄의 두 번째 내기 제안으로 인해서 욥은 온 몸이 부스럼투성이가 됩니다. 그럼에도 그는 하느님을 배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느님을 저주하라고 푸념하는 아내에게 충고합니다. “당신은 미련한 여자들처럼 말하는구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좋은 것을 받는다면, 나쁜 것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소?”(2,10)


두 번째 내기는?


극심한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욥은 결코 그분께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전신 피부병에 걸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가운데에서도 욥의 믿음은 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두 번째 내기 또한 하느님의 승리로 끝납니다.


욥기는 어떻게 끝납니까?


욥은 두 번에 걸친 시험에 다 합격합니다. 사탄이 두 번에 걸친 내기에서 백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그분께 절대적 신뢰를 두고 끝까지 살아온 욥은 다시금 모든 것을 회복하게 됩니다. 재산도 자녀도 다 잃고 자신의 건강마저 다 잃었었지만, 그의 변함없는 믿음 덕분에 영원하신 분의 은혜를 듬뿍 입습니다. 재산도 전에 비해 배를 얻게 되고 딸과 아들도 여럿 낳아 행복한 삶을 영위합니다. 더불어 장수의 축복까지 누리게 됩니다. “…… 주님께서는 욥의 운명을 되돌리셨다. 주님께서는 욥이 전에 소유하였던 것을 갑절로 더해주셨다.”(42,10ㄴ) “주님께서는 욥의 여생에 지난날보다 더 큰 복을 내리시어, 그는 양 만사천마리와 낙타 육천 마리, 겨릿소 천 쌍과 암나귀 천 마리를 소유하게 되었다. 또한 그는 아들 일곱과 딸 셋을 얻었다. …… 세상 어디에서도 욥의 딸들만큼 아리따운 여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42,12-15)


욥 이야기의 핵심은?


그 답은 욥의 흠 없는 믿음을 극찬하시는 하느님 말씀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탄의 말 안에서 찾게 됩니다. 주님께서 사탄에게 이르십니다. “…… 욥과 같이 흠 없고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땅 위에 다시없다.”(1,8) 사탄은 곧바로 반론을 제시합니다. “욥이 까닭 없이 하느님을 경외하겠습니까?”(1,9)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행복할 때는 주님께 감사하며 찬미와 영광을 드리게 마련이란 뜻입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불행이 닥치면 곧 불평하게 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욥은?


그는 행복할 때나 불행이 닥쳐올 때나 흔들림 없이 영원하신 분을 경외하며 그분을 끝까지 신뢰합니다. 하느님을 상대로 두 차례씩이나 내기를 걸었던 사탄의 주장이나 기대와는 사뭇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행복할 때에만 주님께 감사드린 것이 아니라 불행이 닥쳐올 때에도 그분께 불평하거나 그분을 외면하지 않았으니까요. 조그만 어려움이나 갈등을 겪게 되면 냉담하거나 푸념하는 신자들이 우리 주변에는 적지 않습니다. 욥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욥의 위대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금 주님 은혜를 곱절로 받게 되며 그분 축복 속에 모든 이의 부러움을 사는 가운데 행복한 생을 마칩니다.


욥의 신앙은?


사탄은 하느님께 묻습니다. “욥이 까닭 없이 하느님을 경외하겠습니까?”(1,9) 그러나 그것은 믿음이 없는 사탄의 질문일 뿐입니다. 욥은 까닭 없이 하느님을 경외했습니다. 욥은 아무런 보상도 기대하지 않고 그분을 경외합니다. 아니 그분께서 무엇을 베풀어주셔서 특별히 그것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되갚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욥이 모든 재산을 다 잃고서 주님께 읊어드린 찬미가에서 보듯이 욥은 태어나 지금 살아있음 자체에 대하여 그저 황송하게 여기며 자신의 존재자체에 대하여 은혜롭게 생각할 뿐입니다. “알몸으로 어머니 배에서 나온 이 몸 알몸으로 그리 돌아가리라.”(1,21ㄱ) 어떠한 보상이나 대가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욥의 신앙을 ‘무상적(無償的) 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욥의 믿음은 무엇에 근거합니까?


욥의 믿음은 하느님을 만난 데서 시작됩니다. 어떤 식으로든 그는 영원하신 분을 체험했습니다. 그분께서 먼저 욥에게 다가오셨음을, 자신을 사랑해주셨음을 맛보았던 것입니다. 그는 어느 순간 어떤 계기를 통해서 육적인 체험이 아니라 영적인 체험을 했습니다. 그의 신앙체험이 인간사회의 기본 현상인 ‘주고받는 교환의 틀’을 뛰어넘는 순수하고 고귀한 참믿음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어쩌면 진실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의 관계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연인사이의 사랑이 참사랑일수록, 사랑이 깊어갈수록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계산도 조건도 필요 없게 됩니다. 그저 ‘나의 짝이 내 곁에 있어줌’만으로도 크게 만족하고 감사할 것입니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가 이와 같을 때 우리 신앙은 욥처럼 무상적 신앙이 될 것입니다.


‘욥이 하느님을 경외했다’(1,8)는 뜻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분께서 자신을 계시해주시는 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합니다. 구약에서 하느님을 경외함은 신앙인이 지켜야 할 기본자세이며 또한 믿는 이가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입니다. ‘하느님 경외’가 인간이 지녀야 할 지혜의 바탕이며 동시에 절정임을 강조하는 구약의 몇 구절을 찾아봅니다.

“보아라, 주님을 경외함이 곧 지혜며 악을 피함이 슬기다.”(욥 28,28)
“주님을 경외함은 지식의 근원이다.”(잠언 1,7ㄱ)
“그때에 너는 주님 경외함을 깨닫고 하느님을 아는 지식을 찾아 얻으리라.”(잠언 2,5) “지혜의 시작은 주님을 경외함이며 거룩하신 분을 아는 것이 곧 예지다.”(잠언 9,10)
“지혜의 근원은 주님을 경외함이니 그것들을 행하는 이들은 빼어난 슬기를 얻으리라.”(시 편 111,10)


‘하느님을 경외한다.’는 말은?


한자어 ‘경외(敬畏)’의 사전적 의미는 “신이나 어떤 대상을 두려워하여 조심하며 우러러 보는 것”(연세 한국어사전, 두산동아, 2004)입니다. 그러나 구약에서 경외한다는 뜻은 단순히 두려워하거나 공포심을 갖는 차원을 뛰어넘어 우리 인간과는 다른 영원하신 분께 대한 신뢰와 존경을 드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욥기를 쓴 목적은?


욥기 저자가 욥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이 겪는 갖가지 고통의 문제를 다 해결해주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자는 인간의 논리로는 도저히 풀리지 않는, 또는 이해할 수 없는 갖가지 고통들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독자를 이끌고자 합니다. 고통 속에서 헤매는 신앙인은 영원하신 분을 찾아나서는 가운데 그분과의 관계 안에서 독자 스스로가 답을 찾아가는 지혜를 깨우쳐주고자 합니다. 이러한 측면은 욥기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산문체 이야기뿐 아니라 운문체 이야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동을 주는 욥기 내용은?


나의 모든 것, 내 재산은 물론, 내가 낳은 자녀들과 내 목숨까지도 모두 다 그분께서 주신 것이니 그 모든 존재가 궁극적으로는 내게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는 비움의 영성이 아닐까 합니다. 이로써 신앙인의 최고 경지에 도달한 욥의 모습을 봅니다. 나의 생명, 나의 존재만으로도 그분께 찬미 드리는 욥의 신앙이 우리 레지오 마리애 단원 안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11월호,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작전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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