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역사서 해설과 묵상: 엘리사가 백 명을 먹인 기적(2열왕 4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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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4-12-23 | 조회수2,836 | 추천수1 | |
역사서 해설과 묵상 (120) “이 군중이 먹도록 나누어주어라. 주님께서 이들이 먹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2열왕 4,43).
열왕기 하권 4장 42-44절은 엘리사가 보리 빵 스무 개로 백 명을 먹인 기적 이야기다. 예수님께서도 공생활동안 많은 기적을 베푸셨는데, 그 가운데 유명한 것이 ‘5천명을 먹이신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먹는 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전에는 먹을 것이 없어 문제가 심각했다면, 현대에는 먹을 것이 넘쳐나서 문제가 심각하다. 사무직 직원이 한 끼를 해결하려고 소비하는 에너지는 얼마일까? 10분을 걸어가 점심을 먹는다고 치자. 10분 걷는 데 쓰는 열량은 40칼로리다. 설탕을 탄 커피 한 잔이 55칼로리니, 결국 그 사무직 직원은 소모한 열량보다 훨씬 많은 칼로리를 섭취한 셈이다.
10만 년 전 구석기 시대 원시인이 같은 칼로리를 얻으려면 얼마나 운동해야 했을까? 만약 토끼 한 마리를 잡는다고 치자. 운 좋게 5시간 걷고 2시간 뛰어 토끼 한 마리를 잡았다고 한다면 그가 소모한 열량은 2,400칼로리다. 잡은 토끼를 두 사람이 나누어 먹는다면 소비한 에너지와 섭취한 에너지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구석기 원시인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비만’ 때문이다. 비만은 질병으로 규정돼 퇴치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20살 이상 성인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의 비만율은 해마다 증가한다.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인류의 약 10억 명이 과체중이고 3억 명이 비만이라고 한다.
인류가 지구상에 발을 붙인 지 400만년이 되었다. 인류가 처음에는 떠돌아 다니며 수렵과 채취로 생활하다 약 1만 년 전에 신석기 혁명을 겪으면서 농경생활로 정착해 어느 정도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농업 생산량이 증가해 영양상태가 개선되었고,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 인구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
문제는 현대인의 삶이 구석기 시대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건만 현대인의 몸은 아직도 구석기 시대 원시인의 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인류역사 400만년 가운데 399만년을 구석기 생활을 해왔다. 신석기 혁명을 경험한 것은 1만년밖에 안 된다. 1만년이 한 인간에는 장구한 세월이지만 진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찰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 겨우 한 끼를 때우던 시절에 합당한 몸을 가진 현대인이 거의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도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삶을 살게 된 불균형이 비만으로 나타난 것이다.
10만년 뒤 인류는 현대의 생활습관에 맞는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인류로 진화할 것이다. 그때 가면 비만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것이고, 비만산업은 사양 산업이 될 것이다. 결국 비만문제는 10만년만 기다리면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릴 인내심이 없다면 구석기 시대 인간을 몇 가지는 흉내 내야 한다.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고 많이 걸어야 하며, 정제된 설탕이나 당분이 높은 음료를 줄이고, 육류섭취를 줄이고 칼로리가 적은 풀이나 채소를 더 많이 먹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은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악마에게서 세 가지 유혹을 받았다. 빵의 유혹, 권력의 유혹, 명예의 유혹 가운데서 빵의 유혹이 가장 원초적인 것이다. 4세기의 유명한 성인 아우구스티노 역시 ‘고백록’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회개한 다음에 다른 모든 유혹은 물리칠 수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물리치기 힘든 유혹은 음식 욕심이었다고 했다.
묵상주제
음식을 절제하도록 노력해보자. 굳이 비만문제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의 수고수난에 동참해보자는 것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자.’
[2014년 12월 21일 대림 제4주일 청주주보 2면, 이중섭 마태오 신부(오송 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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