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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 이스라엘 이야기: 올리브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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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6-02 조회수5,580 추천수1

[이스라엘 이야기] 올리브 나무


‘메시아 나무’로 불리는 이스라엘 상징 중 하나



예루살렘 겟세마니의 올리브 나무들.


늘푸른 올리브 나무는 이스라엘의 상징 가운데 하나다(예레 11,16). 천 년 이상을 사는 끈질긴 나무니, 그럴 만도 하지 싶다. 고대 근동의 한 약소 민족으로 시작해, 지금은 온 세상으로 퍼진 그리스도교의 뿌리가 되지 않았는가? 올리브 기름으로는 예부터 성유를 만들었기에(탈출 30,24-25), 메시아 나무로도 불린다. ‘메시아’(메쉬아흐)는 히브리어로 ‘기름부음을 받은 이’를 뜻한다. 즈카르야는(4장) 이스라엘의 메시아를 올리브 나무 두 그루에 비유했다. 곧, 기름을 부어 성별한 ‘대사제’와 ‘임금’을 가리킨다. 올리브 나무는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래서 호세아는(14,7) 이스라엘의 아름다움을 올리브 나무에 견준다.

올리브는 봄이나 초여름에 하얀 꽃을 피우고, 가을에 열매가 익는다. 초록색 열매로 열려 완숙하지만, 좀 더 숙성시켜 검은 열매로도 수확한다. 보통 막대로 떨거나 손으로 열매를 딴다. 막대로 치면 수월하고 시간도 절약되나, 가지들이 손상돼 다음 수확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구약 시대에는 이 방식을 사용했기에, 신명기는(24,20) 떨어진 가지의 열매들은 가난한 이들의 몫이라고 규정했다. 손으로 따는 방법은 예수님 시대 이후에 주로 사용되었다.

겟세마니 동굴 모습. 예전에는 방앗간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기름은 대부분 올리브 유다. 이스라엘에는 올리브가 지천에 자라므로, 올리브 유는 가나안의 일곱 농산물 가운데 하나였다(신명 8,8). 질 좋은 기름은 이집트로도 수출되었다(호세 12,2 참조). 솔로몬은 성전 건설을 위해 향백나무를 수입하면서, 티로 임금 히람에게 올리브 유로 사례했다(1열왕 5,25). 마태오 복음에는(25,1-13) 등잔 기름을 준비하는 ‘열 처녀 비유’가 나오는데, 이것도 올리브 유였다(레위 24,2 등 참조). 짜고 남은 찌꺼기들을 모아 등잔에 사용했다고 한다. 치유의 효과 또한 있어서 루카 복음에는(10,34), 사마리아인이 강도 맞은 사람을 포도주와 기름으로 싸맨 뒤 여관으로 옮겨 준다.

게다가 올리브는 ‘나무 중의 나무’라는 칭송을 들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중심 줄기가 잘려도, 뿌리만 있으면 햇순이 올라와 나무의 생명을 이어간다. 그래서 시편 128,3은 ‘밥상 둘레에 앉은 아들들’을 ‘올리브 햇순’ 같다고 찬양했다. 곧, 부모가 세상을 떠나도, 자식들이 그 생을 이어간다는 의미다. 나무 중의 나무 올리브는 판관기에도(9,8-9) 드러난다. 기드온, 곧 여루빠알의 막내 아들 요탐은 ‘임금을 뽑는 나무들의 우화’로, 형제들을 살해한 아비멜렉을 풍자했다. 거기서 올리브는 나무들의 임금으로 추대된 첫 번째였다. 시편 52,10은 의인을 올리브 나무에 비한다. 권력과 재산에 의지하는 악인과 대조적으로, 의인은 성전에 심긴 올리브 나무처럼 하느님에게서 피신처를 찾는다. 이 시편의 내용으로 보아, 올리브는 성전에도 자랐던 것 같다. 반면, 욥은(15,33) 악인을 봄에 떨어져 버리는 올리브 꽃에 빗대었다. 대홍수 시절에는 노아가 물이 말랐는지 보려고 비둘기를 날려 보내자, 올리브 잎을 물고 되돌아왔다(창세 8,11). 그 이후로 올리브 잎은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올리브 기름 틀. 왼쪽은 연자맷돌.


신약성경에서 올리브 나무에 얽힌 가장 중요한 곳은 겟세마니다. 지금도 그곳에는 이천 년이 넘었다는 고목들이 자란다. 겟세마니는 ‘기름을 쥐어짜는 틀’이라는 뜻으로, 주님께서 체포되던 날 밤 피 같은 땀을 흘리며 기도하신 곳이다(마태 26,36-56). 올리브 나무는 메시아의 상징이므로, 예수님이 겟세마니에서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당하셨음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겟세마니라는 이름에 걸맞게, 근처에는 방앗간이 있었다. 슬픔에 지친 제자들이 졸던 곳도(루카 22,45) 그 방앗간으로 전해진다. 춥고 비 내리는 겨울이나 초봄, 추위를 피해 사람들이 찾아 들던 장소였다고 한다.

바오로 사도는 ‘올리브 나무에서 가지 몇몇이 잘리고, 야생 가지들이 접붙여졌다’고 선언한다(로마 11,17). 올리브 나무는 ‘이스라엘’이고, 야생 가지는 ‘이방인들’을 뜻한다. 곧, 하느님을 알지 못했던 이방 민족들이, 그리스도를 통해 이스라엘의 뿌리로 이식되었음을 뜻한다. 이것은, 야포에서 베드로가 아마포 그릇 환상을 본 사건을 떠올린다(가톨릭신문 5월 10일자 18면 참조). 유다교 출신 그리스도인들은 주님께서 이방인들을 모으려 하심에 놀랐지만(사도 10,45), 하느님의 생각은 사람의 생각과 달랐다. 그래서 주님의 토양 안에 박힌 올리브의 억센 뿌리가 새 가지들을 뻗어, 크게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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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소피아)씨는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교에서 구약학 석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루살렘 주재 홀리랜드 대학교에서 구약학과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톨릭신문, 2015년 5월 31일,
김명숙(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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