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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아가는 어떤 노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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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7-06 조회수4,317 추천수1

[성경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아가는 어떤 노래입니까?



구약 가운데 성가(聖歌) 책은?

구약에서 ‘노래’라는 낱말이 들어있는 성서를 꼽는다면? 아가(雅歌)와 애가(哀歌)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아가는 남녀의 사랑을 노래하는 책이며 애가는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을 두고 슬픔을 노래하는 책입니다.

우리말 ‘성경’(천주교주교회의, 2005) 아가의 표제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솔로몬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아가 1,1) 라틴어 대중번역본(Vulgata)의 표제어는 ‘Canticum Canticorum Solomonis’(솔로몬의 노래들 중의 노래), 많은 영어번역본의 표제어는 ‘Song of Songs, which is Solomon's(솔로몬의 노래들 중의 노래)’입니다. 이들은 모두 히브리말 본문 ‘shr hashrim asher lisolomo(노래들 중의 노래, 솔로몬의 노래)’에서 옮긴 것입니다. 히브리말 본문과 몇 가지 번역본의 표제어를 보면서 우리는 이미 아가(雅歌)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됩니다.

아가는 남녀 간의 순수 인간적인 사랑을 노래합니다.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 노래’ 라는 뜻을 지닌 ‘아가(雅歌)’에는 관능적인 표현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하느님과의 직접적인 연관성도 사랑의 윤리적인 의미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사랑의 열매인 자녀출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인간의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노래할 뿐입니다.


남녀 사이에 나누는 사랑의 노래가 어떻게 성서 안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요?

아가는 구약 성서로 인정받기까지 많은 논란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유다인들은 아가를 파스카축일 전례 때 노래했습니다.

기원후 유다인들의 주요 축제에 봉헌되었던 ‘축제오경’ 곧 다섯 ‘축제 두루마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게 됩니다.


아가의 신학적 의미는?

아가에 나오는 사랑이야기는 인간적입니다. 또한 아가의 사랑은 남녀 간의 성적(性的)인 것이며 동시에 거룩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시선을 동시에 인정하면서 아가를 읽어야 합니다.

성적인 측면만 바라보면 세속적인 시각에 빠지게 됩니다. 거룩한 측면만 바라보면 아가의 우의적 의미만 파악하게 됩니다.


우의적인 해석이 뜻하는 바는?

아가에 나오는 두 남녀의 사랑을 신학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한 예로, 역사상 일정 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하느님 백성과 다른 민족들 사이의 만남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또는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두고 하느님과 선택된 백성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인간창조(창세 2,23-24)와의 연관성은?

하느님께서는 아담에게서 갈비뼈를 빼내어 여자를 지어내십니다. 그를 아담에게 데려오자 아담이 노래합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 불리리라.”(창세 2,23) 이는 남자가 자기 짝을 찾아낸 기쁨을 노래하는 표현입니다.

여기에 성서 저자는 다음 설명을 덧붙입니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4) 이는 남녀가 서로에게 이끌리는 매력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말입니다. 남녀가 평생을 함께 할 짝을 만나 맺는 ‘새로운 사랑의 관계’는 피(혈연관계)보다 진하다고 성서는 말합니다.


남녀 사랑이 그 무엇보다 강하다는 성서구절은?

“인장처럼 나를 당신의 가슴에, 인장처럼 나를 당신의 팔에 지니셔요.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정열은 저승처럼 억센 것. 그 열기는 불의 열기 더할 나위 없이 격렬한 불길이랍니다. 큰물도 사랑을 끌 수 없고 강물도 휩쓸어 가지 못한답니다. 누가 사랑을 사려고 제집의 온 재산을 내놓는다 해도 사람들이 그를 경멸할 뿐이랍니다.”(아가 8,5-7) “아내를 얻은 이는 행복을 얻었고 주님에게서 호의를 입었다.”(잠언 18,22) “태양 아래에서 너의 허무한 모든 날에, 하느님께서 베푸신 네 허무한 인생의 모든 날에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인생을 즐겨라. 이것이 네 인생과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너의 노고에 대한 몫이다.”(코헬 9,9)


아가의 저술 목적은?

아가의 저자는 남녀의 사랑을 하느님의 인간창조(창세 2,23-24)와 연계시키는 가운데, 남녀 사이의 인간적인 사랑을 하느님의 거룩하고 선하신 창조사업 안에서 이해하고자 합니다. 아가의 저자는 이러한 사랑을 보다 진지하고 아름답게 묘사하고자 당시 중동지역에 널리 전해 내려오던 이교도들의 성혼(成婚)의식에서 여러 요소들을 따옵니다. 그러면서도 아가의 저자는 이교도들의 성혼의식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미신적 요소들은 철저히 배척합니다.


아가의 저자가 배척하는 외교적 성혼의식이나 그런 요소 가운데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무엇보다도 아가의 저자가 배척한 이교적 요소로, 하늘과 땅이 결합한다거나 또는 하늘의 신과 땅의 신이 종교적으로 결합한다는 내용을 들 수 있습니다. 아울러 아가의 저자는 자연의 풍요로움이나 다산(多産)을 비는 이교도들의 제의(祭儀)를 철저히 제외시킵니다.


그렇다면 아가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이교도들이 인간의 성을 신성시한데 반해, 아가의 저자는 성을 지극히 자연적이며 인간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고서 그렇게 아주 자연스럽게 성과 사랑을 노래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아가는 구약이 전통적으로 취해오던 입장을 올바로 견지했다고 봅니다. 곧 인간의 성을 신성화(神聖化)하는 가운데 신을 성적인 존재로 하락시키는 이교문화를 철저히 배격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아가는 탈신화화에 성공하면서 구약의 전통을 지키는 가운데 신학적으로 적잖은 공헌을 했습니다.


아가의 영성적 의미는?

아가는 사랑의 비유 안에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긴밀한 사랑의 관계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남녀 간에 충만한 사랑의 관계, 더없이 깊은 신뢰 안에서 이루어지는 육체적 결합을 통하여 성취되는 황홀한 체험이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사랑의 신비를 이해하는데 좋은 비유가 될 수 있습니다.


아가를 읽으면서 묵상할 바는?

아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바는 인간의 한없는 갈증 이해입니다. 솔로몬은 후궁을 칠백 여명이나 거느리면서도 여인들에 대한 사랑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솔로몬에게는 왕족 출신 아내가 칠백 명, 후궁이 삼백 명이나 있었다.”(1열왕 11,3) 솔로몬은 숱한 미녀들, 더구나 여러 나라에서 들여온 여자들에게서도 사랑의 목마름을 해소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 아가에서 - 오직 한 처녀에게서 사랑의 갈증을 해소시킵니다. 사랑은 남자인 내가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7월호,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작전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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