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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신약 여행42: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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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03 조회수6,797 추천수0

[허규 신부와 떠나는 신약 여행] (42)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1,29)


처음엔 쉽게 믿지 못하는 이들, 그러나 나중엔…

 

 

- 카라바조 작 ‘의심하는 토마스’, 1601~1602년, 포츠담 신궁전, 독일.

 

 

부활에 대한 놀라움과 기쁨은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에겐 분명 기쁜 소식이자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복음서는 부활과 관련된 이야기 중에 감동이 가득한 희망적인 내용만을 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마르코복음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부활을 처음으로 목격한 마리아 막달레나가 전하는 소식을 듣고도 그것을 믿지 않았다고 전합니다.(마르 16,11.13) 

 

부활은 분명 믿기 힘든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이미 공생활 중에 죽은 라자로를 되살리는 부활의 표징을 보여주었지만, 제자들은 그것이 예수님의 부활을 암시하는 것임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복음서는 이러한 사실을 숨기지 않고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요한복음이 전하는 토마스 사도의 이야기는 부활을 믿지 못하는 이들을 향한 가르침이면서 믿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활 후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발현하셨을 때에 토마스 사도는 그들과 함께 있지 못했습니다. 요한에 따르면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그들에게 사명을 부여합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요한 20,23) 

 

이 이야기를 들은 토마스 사도는 쉽게 믿지 못합니다.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 20,25)

 

여전히 많은 이들이 토마스 사도의 이야기를 ‘토마스의 불신앙’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토마스 사도의 이야기는 단지 한 사도가 처음에는 믿지 못했고 발현 이후에 믿게 되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뿐 아니라 당시에 부활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부활에 대한 가르침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 안에서 예수님의 말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요한 20,27),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예수님의 이 말씀은 단지 토마스 사도를 향한 것만은 아닙니다. 어쩌면 이 말씀은 지금 우리와 같은, 예수님의 사건들 이후에 예수님을 알게 된 모든 이들을 위한 것처럼 들립니다. 분명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씀은 당시의 제자들보다 지금 우리에게 더 알맞은 말씀입니다. 지금 우리가 제자들처럼 예수님의 빈 무덤을, 그리고 예수님의 발현을 목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보지 않고도 믿는 이들은 당시의 제자들보다 지금 우리를 말하는 것이고 그들이 행복하다는 것 역시 과거가 아닌 현재를 위한 말씀입니다. 

 

부활 이후 각 복음서는 다양한 제자들에게 주어진 다양한 사명을 언급합니다. 마태오는 모든 민족에게 세례를 베풀고 예수님의 명령을 지키도록 가르치라는 사명을, 루카 역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에게 선포되어야 한다는 제자들의 사명을 표현합니다. 요한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명을 전합니다. 요한복음 21장은 마치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처음 부르실 때와 비슷한 내용을 전합니다. 베드로 사도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안에서 요한은 부활한 그리스도가 바로 갈릴래아 호수에서 제자들을 부르신 그 예수님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양들을 돌보라는 권고와 함께 새로운 부르심을 전합니다. “나를 따라라.”(요한 21,19) 

 

이처럼 다양한 사명은 앞으로 펼쳐지게 될 제자들의 활동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비록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활동할 때에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예수님의 부활 역시 쉽게 믿지 못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합니다. 복음서는 감동적이고 좋은 이야기만을 전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을 둘러싼 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복음서는 제자들을 비롯하여 예수님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복음서를 읽는 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들을 통해 궁금한 것들을 대신 질문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복음서는 단지 예수님에 대한 중요한 사건들을 전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독자들 역시 그 사건으로 초대하는 열린 드라마와도 같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4월 2일, 허규 신부(가톨릭대 성신교정 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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